입력 : 2016.04.26 03:20
'朴'에서 비롯되고 '朴'으로 귀결돼온 새누리당
'朴'을 어떻게 정립하느냐가 보수 정치의 키워드될 것
朴 대통령은 이제 새누리당을 놓아주어야
4·13 총선의 중요한 메시지는 한국 보수 정당의 위기를 알리는 경종이었다. 그것도 누적된 흐름의 결집이 아니라 총선 막바지의 '훅'가는 비상벨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보수 정당의 바탕과 기본이 땅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건 바람에 흔들릴 수 있는 한국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보수 정권 10년차였으면 긴장했어야 했다. 일천한 공화국의 역사를 보더라도 집권 세력의 권력 유효기간(?)은 대체로 10년이었다. 민주화 이후 제대로 된 선거로 탄생한 정권부터 따질 때 10년의 주기로 좌우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태우-김영삼 10년, 김대중-노무현 10년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10년이 그것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번 총선이 보수에서 진보·좌파로 넘어갈 수 있는 길목의 선거라는 점에 유의했어야 했다.
정권의 10년 주기 순환은 경험적 결과다. 하지만 10년이란 세월은 한 정권의 이념적 나태함과 무기력 그리고 그것을 보는 국민의 피로감, 무력감, 변화 추구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기간이다. 민주 제도를 취한 구미 여러 나라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중임(重任)으로 제한하는 것도 국민 심리적 요소를 감안한 것이다. 미국의 근대사에서도 2차 대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대통령이 8년 이상을 간 적이 없다. 집권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새누리당은 국민의 피로감을 감지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보수층의 실망감과 분노를 읽지 못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정당인에 이르기까지 새누리당의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수 진영에도 문제가 있었다. 새누리당의 기회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좌파 흉내 내기, '배(腹)는 자본주의고 머리는 텅 빈' 웰빙 보수적 행태에 대해 경고를 내리는 것까지는 좋았다. 민생보다 계파 싸움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끝내 서푼짜리 단막극을 연출하는 새누리당의 안일한 놀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매는 예상 외로 치명적이었다. 새누리당은 지금 너무나 휘청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잘해서 이긴 것은 아니다. 친노의 횡행과 호남 홀대, 야권 분열을 보면 새누리당 못지않다. 그럼에도 진보·좌파는 더불어민주당을 끝까지 밀어줬다. 보수·우파층이 새누리를 끝내 국회 제1당에서 끌어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한 가지, 보수 진영은 진보·좌파를 보완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척결의 대상으로만 접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오늘날 한국적 여건에서, 분단 상황에서 극단적 이념 대립이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도 진보·좌파가 30% 가까운 숫자다. 혹시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보수의 배타적·독점적 가치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곧 한국 정치의 극단적 대립, 원수 같은 대치, '한쪽이 죽어야 한쪽이 사는' 요철의 구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묻고 싶은 것이다.
한국의 보수 정당은 여기서 좌초하고 말 것인가? 지금 새누리당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당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무소속을 복당시킬 것인가, 국회의장이나 상임위 위원장 몇 석을 차지할 것인가? 비대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등의 논쟁에 빠져 있는 것은 새누리당이 아직도 제2당으로 전락했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늘날 새누리당 좌초의 주원인인 '친박' 논쟁은 여전히 내연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명운(命運)은 친박·비박·진박·탈박 등의 공통분모인 '박(朴)'에 있어 왔다. 새누리당의 모든 발전과 문제는 '박'에서 비롯하고 '박'으로 귀결돼 왔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이 앞으로 이 '박'자(字)를 어떻게 정리하고 정립하느냐가 곧 한국 보수 정치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박'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관점에서 새누리당과의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이 '친박'을 중심으로 당을 재정리하기를 기대할 것인지, 아니면 당이 계파에서 자유롭게 보수 정치의 새 지평을 열어가기를 바라는 것인지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설정해야 한다.
바라건대 박 대통령은 이제 새누리당을 놓아주어야 한다. 새누리당과 연루돼 있을수록 남은 임기 동안 야당의 공격에 좋은 빌미를 제공할 뿐이어서 그의 국정 마무리는 심각한 장애에 부딪힐 것이다. 그가 당에 있는 한 새누리당은 '박'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것은 당의 새 출발을 위해서도 걸림돌이 될 뿐이다. 새누리당이 지리멸렬하면 '포스트 박'(박 대통령 이후)도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한국의 보수 정치가 건전하게 명맥을 이어가도록 할 책무도 지고 있다.
정권 말기 김영삼은 원해서가 아니라 밀려서 탈당했다. 아들들의 '3홍(洪) 게이 트'에 시달린 김대중도 후임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고 스스로(?) 탈당했다. 노무현 역시 대선 10개월 전 탈당했다. MB는 탈당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당(黨)과는 연이 끊어진 상태로 마감했다. 이것들은 한국 정치사에 결코 좋지 않은 전례로 남지만 그것이 우리의 정치 풍토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선거란 집권자, 집권 세력에 그렇게 잔인한 것이다.
보수 정권 10년차였으면 긴장했어야 했다. 일천한 공화국의 역사를 보더라도 집권 세력의 권력 유효기간(?)은 대체로 10년이었다. 민주화 이후 제대로 된 선거로 탄생한 정권부터 따질 때 10년의 주기로 좌우가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태우-김영삼 10년, 김대중-노무현 10년 그리고 이명박-박근혜 10년이 그것이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이번 총선이 보수에서 진보·좌파로 넘어갈 수 있는 길목의 선거라는 점에 유의했어야 했다.
정권의 10년 주기 순환은 경험적 결과다. 하지만 10년이란 세월은 한 정권의 이념적 나태함과 무기력 그리고 그것을 보는 국민의 피로감, 무력감, 변화 추구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기간이다. 민주 제도를 취한 구미 여러 나라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중임(重任)으로 제한하는 것도 국민 심리적 요소를 감안한 것이다. 미국의 근대사에서도 2차 대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대통령이 8년 이상을 간 적이 없다. 집권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새누리당은 국민의 피로감을 감지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보수층의 실망감과 분노를 읽지 못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정당인에 이르기까지 새누리당의 누구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수 진영에도 문제가 있었다. 새누리당의 기회주의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좌파 흉내 내기, '배(腹)는 자본주의고 머리는 텅 빈' 웰빙 보수적 행태에 대해 경고를 내리는 것까지는 좋았다. 민생보다 계파 싸움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끝내 서푼짜리 단막극을 연출하는 새누리당의 안일한 놀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매는 예상 외로 치명적이었다. 새누리당은 지금 너무나 휘청거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잘해서 이긴 것은 아니다. 친노의 횡행과 호남 홀대, 야권 분열을 보면 새누리당 못지않다. 그럼에도 진보·좌파는 더불어민주당을 끝까지 밀어줬다. 보수·우파층이 새누리를 끝내 국회 제1당에서 끌어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한 가지, 보수 진영은 진보·좌파를 보완의 개념으로 보지 않고 척결의 대상으로만 접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오늘날 한국적 여건에서, 분단 상황에서 극단적 이념 대립이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도 진보·좌파가 30% 가까운 숫자다. 혹시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보수의 배타적·독점적 가치로만 보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곧 한국 정치의 극단적 대립, 원수 같은 대치, '한쪽이 죽어야 한쪽이 사는' 요철의 구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묻고 싶은 것이다.
한국의 보수 정당은 여기서 좌초하고 말 것인가? 지금 새누리당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당이 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무소속을 복당시킬 것인가, 국회의장이나 상임위 위원장 몇 석을 차지할 것인가? 비대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등의 논쟁에 빠져 있는 것은 새누리당이 아직도 제2당으로 전락했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늘날 새누리당 좌초의 주원인인 '친박' 논쟁은 여전히 내연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명운(命運)은 친박·비박·진박·탈박 등의 공통분모인 '박(朴)'에 있어 왔다. 새누리당의 모든 발전과 문제는 '박'에서 비롯하고 '박'으로 귀결돼 왔다. 그런 의미에서 새누리당이 앞으로 이 '박'자(字)를 어떻게 정리하고 정립하느냐가 곧 한국 보수 정치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박'의 주인공인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관점에서 새누리당과의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이 '친박'을 중심으로 당을 재정리하기를 기대할 것인지, 아니면 당이 계파에서 자유롭게 보수 정치의 새 지평을 열어가기를 바라는 것인지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설정해야 한다.
바라건대 박 대통령은 이제 새누리당을 놓아주어야 한다. 새누리당과 연루돼 있을수록 남은 임기 동안 야당의 공격에 좋은 빌미를 제공할 뿐이어서 그의 국정 마무리는 심각한 장애에 부딪힐 것이다. 그가 당에 있는 한 새누리당은 '박'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것은 당의 새 출발을 위해서도 걸림돌이 될 뿐이다. 새누리당이 지리멸렬하면 '포스트 박'(박 대통령 이후)도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한국의 보수 정치가 건전하게 명맥을 이어가도록 할 책무도 지고 있다.
정권 말기 김영삼은 원해서가 아니라 밀려서 탈당했다. 아들들의 '3홍(洪) 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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