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인력 부족한 연해주 개발
한국·북한과의 삼각협력 필수
용기 있는 정치 지도자가 나와
남북대화, 평화공존 길 열어야
극동·연해주는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의 입구이자, 태평양 바다로의 출구이고 아래로는 한반도로 이어진다. 세계의 경제·군사대국들이 이곳을 둘러싸고 있다.
2012년 제6대 러시아 대통령으로 취임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눈은 극동으로 향했다. 푸틴은 그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극동 시베리아 지역을 ‘아시아의 중동’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장거리 송유관과 가스관을 건설해 시베리아 에너지 자원을 동북아 및 아태지역에 공급하고 러시아의 지정학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했다. 낙후된 지역을 개발해 국가의 통일성을 높이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었다.
그러나 푸틴의 야심 찬 계획은 유가 하락이라는 큰 암초를 만났다. 미국의 셰일가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 실패, 수요 감소로 인해 석유 가격이 2014년 이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총수출의 70%와 연방정부 수입의 50% 이상을 에너지산업에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에는 충격이 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제제재를 당해 어려움이 겹쳤다.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은 2015년에 -3.7%였다. 경제 침체와 환율 하락으로 1인당 총생산이 2013년 1만5600달러에서 2015년에는 92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극동·연해주 지역의 미래도 불확실하다. 이곳의 인구는 러시아 전체 인구의 4.2%인 620만 명에 불과하다. 경계를 맞댄 중국 동북 3성의 1억2000만 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기후는 춥고 토양은 척박한 곳이다.
지난 8월 다녀 온 평화 오디세이에서 두 번의 세미나가 열려 한·러 경제협력과 극동러시아 공동 개발을 논의했다. 한국의 우수한 인력과 첨단 기술력이 러시아의 천연자원과 합쳐지면 극동·연해주는 발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잠재력 못지않게 투자 위험도 상당하다. 러시아의 신 극동개발 전략은 특혜를 제공하고 해외 민간자본을 유치하겠다는 것이지만 정보가 부족하고 인프라도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선 인맥 없이는 비즈니스가 자유롭지 않고, 아직은 법·제도가 미흡하여 위험이 크다고 했다.
남북한과 러시아가 함께하는 교통·에너지 분야 삼각협력 사업이나 러시아의 토지, 한국의 영농 기술, 북한의 인력을 합치는 농업협력단지는 잠재력이 많은 사업이다. 그러나 남·북·러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남북한을 잇는 길이 열리지 않고는 삼각협력은 이루어질 수 없다. 앞으로 동토의 땅이 우리 경제의 기회의 땅이 되고 남·북·러 협력으로 이어지려면 북한이라는 동북아시아의 단절된 고리가 막힘 없이 이어져야만 한다.
이번 평화 오디세이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협력 체제의 구축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남북관계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 여정이었다. 북한을 개혁·개방과 평화통일로 이끌어내기 위해 막힌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고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북한을 변화시켜야 동북아와 유라시아를 잇는 평화와 협력의 길이 열릴 것이다.
DA 300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고향 이타케로 돌아오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번 평화 오디세이가 방문한 곳곳에 독립운동을 하다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수많은 독립투사들이 묻혀 있어 쓸쓸함이 더했다. 순국하신 선열들이 꿈꾸던 독립국가는 광복 후 70년이 지났지만 전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우리들의 꿈으로 남아 있다.
지금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의 지도자들은 강한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보이면서 ‘합종연횡’을 하고 있다. 한국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고 국가의 리더십은 실종되어 국가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
북한의 미사일 때문에 항공기들은 블라디보스토크와 인천을 직선으로 날지 못하고 만주를 횡단하여 서해로 우회했다. 한국에 용기와 지혜를 갖춘 오디세우스 같은 지도자가 나와서 서울과 평양을 잇고 연해주와 한반도를 잇는 직선의 길을 열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글=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아세아문제연구소장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