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잽을 날렸습니다. 12일 동해상에 실험발사한 미사일이 그것입니다. 원래는 국내외 안보전문가들은 김정일의 생일인 2월 16일 전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을 할 지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발사된 것은 ICBM급은 아니고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이었습니다.
ICBM은 사거리 5500km이상으로 미국 하와이나 알래스카 또는 그를 넘어서 미 본토까지 공격가능합니다. 반면 IRBM은 사거리 1000~2500km로 서태평양의 미군기지가 있는 괌 정도를 겨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꼬리를 팍 내려 IRBM만 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지상형으로 개량한 IRBM을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쐈습니다.
여기엔 이중포석이 깔려있습니다. 첫째는 잠수함을 이용할 경우 미 본토 공격도 가능하다는 과시입니다. 둘째는 실제 ICBM을 쏠 때도 이동식 발사차량을 이용함으로써 미국의 사전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무력시위입니다. 트럼프가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의 첫 방문지로 한반도를 택한 것에 대한 노련한 맞불 대응입니다.
매티스가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것을 두고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가상적국을 러시아가 아닌 중국으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계속 핵도발을 할 경우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무력과시의 일환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도 불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정책을 보려면 트럼프의 중동정책을 함께 봐야합니다.
트럼프정부는 친유대정부입니다. 사위인 존 쿠시너뿐 아니라 유대교로 개종한 맏딸 이방카도 이스라엘법에 따르면 유대인입니다. 여인의 경우엔 개종만 해도 유대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내각과 백악관에도 유대인이 다수 포진해있을뿐 아니라 그 입김이 상당합니다. 그만큼 이란과 IS 퇴치가 우선과제란 말입니다.
미국의 세계전략은 중동과 극동에서 2개의 전쟁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동시전쟁이 가능하다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한곳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동안 다른 한곳에선 방어에만 중심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트럼프에게 중동과 극동 중 어디가 더 중요할까요?
전 중동이라 생각합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중동에 투입했던 군사력을 빼는 대신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재하는 재균형 전략에 집중했습니다. 트럼프는 그런 오바마를 겁쟁이라고 공격한 사람입니다. 게다가 군복무는 안했지만 군사학교 출신이라 군사적 영광에 매료된 인사입니다. 그런 점에선 훈장중독자였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를 닮았습니다.
따라서 IS세력이 크게 약화된 지금 치명타를 가할 시기가 오면 이라크에 미군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 국방부는 지상군 투입 없이는 다에쉬(IS)격퇴가 어렵다는 의견이 팽배했습니다. 트럼프의 첫 국가안보보좌관인 마이클 플린(러시아측과 밀회 사실이 밝혀져 13일 취임 25일만에 사퇴)과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를 지지해온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트럼프의 미국이 군사작전을 수행한다면 극동보다 중동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북한이 ICBM을 하와이나 알래스카 인근으로 발사실험을 한다면 상황이 바뀝니다. 이 경우 미국이 택할 군사전략은 재래식전쟁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바로 핵공격입니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쓰지도 않을 거면서 핵무기를 왜 그리 많이 재여둬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사람입니다.
북한의 도발은 재래식군사도발이 아닌 핵도발입니다. 따라서 이를 핵으로 응징할 명분은 충분히 축적됐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은 대통령 공백상황이니 추후 통보 형식도 가능합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반대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재래식 군사작전이면 북의 핵응전을 우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양의 김정은 정권 수뇌부와 핵개발연구소, 핵무기고 의심지 두세 곳을 핵무기로 동시다발 타격한다면 응전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참수작전’ 운운하는데 사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김정은 제거는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북의 군사도발인데 핵으로 북 수뇌부를 일괄타격하면 그런 걱정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게다가 핵잠수함의 SLBM을 통한 핵공격을 북한이 사전에 감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핵기습공격에 의한 미군의 인적 물적 희생은 재래식 전쟁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적습니다. 게다가 극동에서 미국의 군사력 과시는 중국뿐 아니라 중동에서 이란과 IS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거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한반도 사람들만 대량희생되는 셈이지만요. 김정은이 ICBM 실험발사만큼은 피해야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