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역사에서 배운다/티베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고 헤매고 탐험하라, 인도

화이트보스 2017. 9. 4. 11:03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고 헤매고 탐험하라, 인도

  • 트래블조선

입력 : 2017.01.17 09:32

3억 3천만이나 되는 신들… 신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나라, 인도의 숨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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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 자한(Shah Jahan)이 세운 영묘, 타지마할(Taj Mahal), 아그라
브라흐마(Brahma)는 창조의 신이다. 처음에 브라흐마가 창조를 하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럴 때는 명상을 하라는 스승의 말을 듣고 명상을 했으나, 역시 어려웠다. 실패 끝에 아주 오랜 시간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거쳐서야 비로소 우주를 창조하고 최고의 신이 되었다. 창조에 실패했던 창조의 신이라니! 애초에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인간처럼 실패를 경험한 신의 이야기가 있는 나라, 복잡하기 짝이 없지만 그만큼 신나고 역동적인가 하면 한없이 경건한 나라, 최소한 3억 3천만이나 된다는 신들이 각자 자신의 내면을 찾아 부지런히 신성(神聖)을 탐구하고 발휘하는 나라, 그래서 신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나라. 인도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까?

올드 델리와 아그라에서 만난 샤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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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국립박물관의 'Lady Playing Ball' 조각상
인도의 역대 왕들 중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 왕을 꼽으라면 단연 무굴 제국의 샤자한(Shah Jahan)이다. 아그라에 아름다운 영묘(靈廟) 타지마할(Taj Mahal)을 남긴 주인공. 

무굴 제국의 황제들은 형제들 간 치열한 왕위 쟁탈전을 거쳐 왕위에 올랐다. 왕이 된 이후에도 아들의 반란을 겪어야 했다. 제3대 악바르(Akbar), 제4대 자한기르(Jahangir)가 그랬고 제5대 샤자한도 자신이 부왕에게 한 것을 셋째 아들 아우랑제브(Aurangzeb)에게 고스란히 되돌려 받았다. 사랑하는 아내 뭄타즈(Mumtaz)를 먼저 보내고 타지마할이라는 세계적인 건축물을 남긴 샤자한은 말년에 아우랑제브에 의해 아그라 성(Agra Fort)에 유폐되어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굴 제국의 전통이 되다시피 한 아버지와 아들의 비정한 가족사를 비켜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갠지스 강의 지류인 야무나(Yamuna)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는 타지마할과 아그라 성은 그 아름다움만큼 쓸쓸하여 이곳 아그라에서는 인생사에 대한 상념에 빠지기 쉽다. 그럴 때면 타지마할이 보이는 루프 탑 레스토랑에서 말라이코프타(Malai Kofta)와 파파야 라씨(lassi) 같은 음식을 시켜 놓고 인도가 주는 맛의 향연에 빠져보자. 내 안의 신이 과연 어떤 공양을 좋아하는지를 마음껏 음미해보면서.

델리에도 샤자한이 남긴 건축물들이 있다. 샤자한이 아그라에서 델리로 천도하기 위해 지은 왕궁 요새 ‘붉은 성(Red Fort)’은 올드 델리의 상징이다. 인도어로는 ‘랄 낄라(Lal Qila)’라 불리는 이 요새는 그 웅장한 규모만으로도 당대의 위세를 짐작할 만하다. 붉은 성 입구인 라호르 게이트(Lahore Gate)는 1947년 8월 15일 인도의 초대 수상 자와할랄 네루가 독립선언을 한 곳으로, 지금도 독립기념일 행사가 이곳 광장에서 열린다. 샤자한은 10년 동안이나 공들여 이 성을 축조하게 했으나, 아그라 성에 갇혀 여생을 마감한 탓에 정작 델리의 붉은 성에서 머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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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라 성의 아치형 기둥 / '금요일의 모스크'라는 뜻의 자마 마스지도(Jame Masjid) 내부 연못
붉은 성에서 나오면 찬드니 초크(Chandni Chowk)가 펼쳐진다. 올드 델리의 재래시장이다. ‘달빛 거리’라는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북새통이지만, 재래시장에서 시끌벅적한 소음과 혼잡함을 빼면 무엇이 남겠는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거리에서 가장 단순해지는 방법은 눈앞에 나타나는 것을 그냥 즐기는 방법밖에 없다. 머릿속은 비우고, 가능하면 시간에도 구애받지 않고. 단 가방은 꼭 앞으로 매고.

찬드니 초크의 골목을 헤매다 보면 어느새 자마 마스지드(Jama Masjid)에 도달한다. 인도에서 가장 큰 이슬람 사원이자 건축광 샤자한이 남긴 최후의 건축물이다. 규모만큼이나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 예배 시간이 되면 엄청난 수의 무슬림들이 한꺼번에 몰린다고 한다. 거대한 모스크 양 옆으로 40m에 이르는 첨탑이 세워져 있는데 남쪽 첨탑은 입장료를 내고 올라갈 수 있다. 계단이 좀 가파르긴 하지만 찬드니 초크와 붉은 성을 비롯해 올드 델리 시내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대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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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최대의 이슬람 사원, 자마 마스지드 / 자마 마스지드 앞의 행상
400여 년 전 오르차의 무희, 라이 프라빈

아그라에서 기차로 3시간이면 시골 마을 오르차(Orchha)에 닿는다. 푸른 앵무새들이 날아오르는 오래된 성과 궁이 베트와(Betwa) 강을 낀 마을 곳곳에 그림자처럼 서 있다. 오르차에서 가장 유명한 성은 ‘자한기르 마할(Jahangir Mahal)’이지만, 그 성을 나와 좁은 오솔길을 걸으면 ‘라이 프라빈 마할(Rai Praveen Mahal)’이라는 작은 건축물 앞을 지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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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프라빈 마할(Rai Praveen Mahal)의 2층 중앙홀 벽화, 오르차
오르차는 무굴 제국의 악바르 왕이 통치하던 16세기 말, 분델라(Bundela) 왕조가 통치하는 지방 소국이었다. 라이 프라빈은 이곳에 사는 궁정 무희이자 음악가이고 시인이었다. 이 작은 나라의 왕이 사랑하는 여인이기도 했다. 아름답고 재능이 뛰어난 그녀에 대한 소문이 중앙의 악바르 왕에게까지 이르러, 어느 날 왕이 그녀를 불러들였다. 왕은 그녀를 자신의 궁에 두고자 했다. 왕의 유혹과 명령에 라이 프라빈은 시로써 답했다. “위대한 왕이시여, 제 기도를 들으소서. 오직 가장 낮고 천한 자들과 개, 돼지만이 남의 먹이를 차지하려 한답니다.”  

그녀의 시는 지금도 전해져 내려온다. 재치 있는 시 덕분에 라이 프라빈은 왕의 명령을 물리치고도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 분델라의 왕은 돌아온 여인을 위해 아담하지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궁전을 지어주었다. 그 궁은 이제 거의 다 허물어져 가고 있지만, 2층의 텅 빈 회랑에는 춤추는 라이 프라빈의 모습이 벽화로 남아 아직도 멋진 사랑의 춤을, 왕을 이긴 승리의 춤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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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프라빈 마할 정원에 늘어선 키 큰 나무들 / 락슈미 사원 앞, 오르차
내 안의 나를 찾는 여행

델리에서 처음 인도를 만나게 된 여행객들은 거대한 땅만큼이나 다양한 신들과 오랜 역사 속에 전해 내려오는 풍부한 이야기들 속에서 혼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북인도 건축물에 깃든 애잔한 사랑이야기는 아주 사소한 일부에 불과하다. 그 거대한 혼란의 와중에서 자신만의 진짜 인도를 찾아내는 일, 그것이 인도 여행의 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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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 프라빈 마할 2층에서 바라본 오르차 풍경
“인도는 사람에게 자기 자신을 대면하도록 강요하지. 약간 거슬리기는 하지만(India forces one to come face to face with oneself. It can be rather bothering).”

1984년에 개봉한 데이비드 린(David Lean) 감독의 영화 '인도로 가는 길'에서 영국인 무어(Moore) 부인이 한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모든 여행이 ‘나를 찾는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지구상 200여 개국 중 이 모토를 가장 잘 실행할 수 있는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인도이다. 인도에서 자기 자신을 대면하는 여행이라는 말은 ‘내 안의 신을 찾는 여행’이라는 말로 바꾸어 불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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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한기르 마할의 안뜰, 오르차
인도에 도착해 처음 만난 인도인에게 “나마스떼”라고 인사를 건네며 두 손을 합장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자기 안의 신을 찾는 첫 번째 주문(呪文)을 발화하는 거다. 나마스떼(Namaste)는 산스크리트어로 ‘Namah’와 ‘Aste’가 합쳐진 말이다. ‘Namah’는 ‘존중’이나 ‘경배’라는 의미를, ‘Aste’는 ‘당신에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당신에게’라는 의미가 아니라 상대방의 깊은 ‘내면의 마음자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인도인들이 서로에게 나누는 “나마스떼”라는 인사말에는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경배합니다’라는 의미를 담는다. 인도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인사를 건넬 때, 그 인사 한마디는 서로의 내면에 깃든 신성을 존중하고, 각자가 제 자신의 내면을 대면하도록 이끄는 언어의 가이드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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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 브로콜리, 당근이 듬뿍 든 야채커리

그런 인도라고 해서 여행이 생각처럼 심오한 것만은 아니다. 무어 부인은 완곡하게 말해 ‘조금 거슬린다’고 했지만, 갓난아이처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만 있으면 된다. 뜨거운 정오의 햇볕 아래 불타는 사원 마당을 맨발로 걷는 일, 날벌레 떼처럼 쉬지 않고 따라붙으며 돈과 먹을 것을 요구하는 낯선 손들, 점령자들 같은 원숭이와 까마귀들, 소란스럽기 짝이 없는 도로의 경적과 여행객들의 혼을 쏙 빼놓기 일쑤인 호객꾼들••• 운이 나쁘면 내면의 나를 찾기 전에 잃어버린 내 지갑을 먼저 찾아야 할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 뉴델리 공항에 처음 도착해 이런 일들에 익숙해지려면 족히 3일은 걸려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많은 이들이 인도로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그(그녀)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발견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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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Shiva)신이 타고 다니는 황소 '난디(Nandi)앞에 초를 켜는 사람들 / 인도의 여러 가지 색소 염료

· 글·사진 : 최현주(프리랜서 카피라이터, 사진가. '그 여자 인도여행', '두 장의 사진', '사진의 극과 극' 저자, www.copychoi.com)
· 기사 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skynews.kr)

※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델리 주 5회 운항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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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thank****)
2017.01.1713:57:48신고 | 삭제
인도...??? 하루에도이루말 할 수 없는 여자들이 무참히 강간을 당하는 나라.. 여자 혼자선 절대로 가서는 안되는 나라... 붉촉 천민이 아지도 존재하는 이상한 나라 일뿐,, 온 도시가 X으로 넘쳐나는 나라... 오죽하면 유네스코에서 인도에 화장실을 지어주자는 운동을 했을까 ...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