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진도군 비젼 미래농업,수산

珍島의 '나절로' 선생 조

화이트보스 2017. 11. 27. 10:36


입력 : 2017.11.27 03:14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나절로 선생은 진도 임회면의 여귀산(女貴山·457m) 아래 산다. '山不在高有仙則名(산부재고유선즉명)'이라 했다. '산이 높다고 좋은 게 아니라 그 산에 신선이 살아야 명산'이란 뜻이다. 여자의 유방처럼 유두도 달려 있는 형상인 여귀산 자락에 사는 나 선생은 '한국의 소로(Thoreau)'다. 미국의 월든 호숫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살았었던 소로는 45세에 죽었지만, 나 선생은 60대 중반에 여전히 건강하다는 점이 다르다.

월든은 오두막집에서 몇 년 살다가 도시로 나갔지만, 나절로는 평생 여귀산 아래의 연못을 떠나지 않고 우직하게 살고 있다.

나절로는 이름이 아닌 호(號)다. 본명은 이상은(李常銀)이다. '내 방에는 시계가 없소. 내 방에는 거울이 없소. 내 방에는 달력이 없소. 시계가 없어 초조함을 모르오. 거울이 없어 늙어가는 줄 모르오. 달력이 없어 세월 가는 줄 모르오. 아―내사. 절로 절로 살고 싶소.' 이 시를 19세 때 썼다. 당시 소설가 이병주가 우연히 이 시를 읽고 "정말 자네가 쓴 게 맞나? 앞으로 자네 호는 '나절로'라고 하게."라고 해서 나절로가 되었다. "다른 호는 없습니까?" " '대충'과 '시시'가 있어요." "뭔 뜻이죠?" "대충 살고 시시하게 살자는 의미입니다."

나절로의 고향은 진도 임회면이다. 20대 때 먹고살기 위해 도시에 나가 한 3년 살았지만 사는 게 감옥같이 느껴져 다시 고향 산천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도시에 나가지 않고 진도에서만 살았다. 40세 때 임회면의 폐교를 구입하여 여기에다 연못을 파고, 상록수도 심고, 그림 전시하는 미술관으로도 사용한다. 여귀산 자락의 물이 관을 타고 집안의 연못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왠지 부자 된 느낌이 든다. "낚시광이었던 아버지가 진도군목섬에서 낚시를 즐겼어요. 10대 시절 심부름 가면서 난대림과인 동백나무, 후박나무, 돈나무, 다정금, 생달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통과하곤 했어요. 5월에 꽃이 피면 그 녹색의 나뭇잎 냄새와 꽃향기가 코를 찌르고, 그 열매들을 따 먹으면서 자연이 주는 행복감을 맛보았던 것 같아요. 그 행복했던 기억이 저를 진도의 상록수 나무숲에서 살도록 한 것 같습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6/201711260165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