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01 03:25
[금융투자협회장 물러나는 황영기 회장, 정부에 쓴소리]
"우리은행장때 정규직 전환했는데 노조 설득 등에 3년이나 걸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보니 너무 조급해하는 것 같아
5개 대형 증권사 대체 뭐가 부족해 투자은행 허가 안해주는 건지… 정부의 직무 유기 아닌가
프랑스 혁명 실패 포퓰리즘탓인데 文정부, 촛불 요구에 끌려다녀"
- ▲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3일 퇴임을 앞두고 본지 인터뷰에서 자신이 재선 도전을 일찌감치 포기한 이유에 대해 “이번 정권에서 훌륭한 분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내려놨다”고 말했다. /전기병 기자
황영기(66)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해 12월 재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임기가 2개월 이상 남았고, 차기 협회장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이라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었다. 황 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왜 재선 도전을 포기했는지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정책 행보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황 회장은 삼성증권 사장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금융전문가이다. 직설적인 화법에 금융당국과 충돌도 빈번해 '검투사', '풍운아' 등의 별명을 갖고 있다. 그랬던 그가 왜 한번 싸워 보지도 않고 포기했을까.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 등 제가 아는 훌륭한 분들이 임기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데도 물러나는 걸 보면서 결심했습니다. (낙하산 인사들의) 자리 욕심과 만나면 상당히 피곤하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내려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황 회장의 결단을 재촉한 요소다. 황 회장이 우리은행장 시절이던 2000년대 중반 우리은행은 비정규직 행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황 회장은 "그리 많지 않은 비정규직 은행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도 노조 설득 등에 3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는데, 너무 조급해하는 것 같다"면서 "수수료 인하, 최고이율 제한처럼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금융 정책들이 계속 나올 것 같고,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프랑스 혁명을 언급하며 현 정부의 행보를 비판했다. 황 회장은 "시민의 힘으로 발생한 프랑스 혁명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포퓰리즘 정치 때문이었는데, 지금 우리들이 보고 있는 것 중에는 그때처럼 포퓰리즘을 내세운 정치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평등이나 더 나은 생활 수준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황 회장은 "정부는 독재와 유약함이라는 중간에서 (국민의 정당한) 요구는 받아들이되, 국민에게 요구할 줄도 알아야 한다"며 "뭐가 옳고 그른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민에게 설득하고 교육하는 정부가 좋은 정부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정부가 그렇게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또 "제대로 된 노동 개혁은 정규직이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가능한데 이는 우파 대통령은 할 수 없고, 문재인 대통령이면 할 수 있다"면서 현 정부의 친노조 행보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시했다.
황 회장은 임기 내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일정 규모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해 적극적으로 기업금융에 진출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탄생을 주도했다. 미래에셋대우 등 5개 대형 증권사가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영업허가가 난 건 한국투자증권 한 곳에 불과하다. 그는 "도대체 왜 허가를 안 해주는 건지, 부족하다면 무엇이 부족한지, 최소한 정부가 가르쳐줘야 할 거 아니냐"며 "정부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산업 진입 규제를 개편해 기득권을 깨고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혁신적인 조치'라고 높이 평가했다.
정치에 나서 직접 세상을 바꿀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황 회장은 "2006년 현대 출신인 이명박 서울시장이 임기를 마칠 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서 '이번엔 삼성 출신도 도전해볼 만하지 않냐'며 (서울시장) 출마를 권했을 때 잠시 흔들린 적이 있었다. 딱 하루 고민하고 자신이 없어 안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테니스 하고, 독서, 여행하면서 지내겠다"고 말했다.
'경제,사회문화 > 사회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와대 참모진이 경제를 너무 가벼이 보고 있다" (0) | 2018.02.02 |
---|---|
일본의 ▼표시, 제천 건물에도 있었더라면 (0) | 2018.02.01 |
대선 공약 도그마에 빠진 청와대 경제팀 (0) | 2018.02.01 |
한 군인에 대한 법을 가장한 폭력 (0) | 2018.02.01 |
대통령의 진짜 지지율? (0) | 2018.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