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가 빠르게 해빙되면서 남북 간 철도 연결이나 공동어로 등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관광열차인 ‘평화열차 DMZ 트레인’이 최근 경기 파주시 임진각 부근 경의선 철길을 지나는 모습. 파주=뉴스1
《한반도 시계가 빨라지면서 남북 간 경제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남북 간에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서해 평화수역에서 함께 어로 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협력사업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없이 실질적인 경협사업은 한 발짝도 떼기 어려운 실정이다. 남북 주요 경협사업의 걸림돌과 추진 가능성을 살펴봤다.》 정부가 3일 ‘범정부 판문점 선언 이행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과제로 산림협력을 추진하면서 남북 협력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들도 머리를 맞대고 우선적으로 추진이 가능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히 가동 중인 만큼 신중한 모습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를 고려한 주요 남북 경협사업 성사 가능성을 살펴봤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는 것을 ‘1차적 과제’로 명시했다.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은 2003년 복원됐지만 10여 년간 운행이 중단돼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동해선은 남측 강릉에서 제진까지 110.2km 구간이 끊어진 상태다. 문산∼개성 고속도로 사업이나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등도 추진 대상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와 2375호는 북한과의 합작사업을 금하고 있다. 2375호 18조에 ‘이익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인프라에 대한 예외조항’이 있어 일각에서는 이를 염두에 두고 판문점 선언에서 철도와 도로를 언급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예외를 인정받으려면 안보리 제재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해선이나 경원선의 남측 단절 구간을 복원하는 것은 제재와 관계없이 당장 가능하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국내외 기류를 살펴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해 평화수역 조성과 관련해 남북이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남북이 합의를 해도 이 일대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유엔 및 미국의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2371, 2397호)는 북한의 수산물을 수입하거나 조업권을 사는 것을 금지한다. 미국도 북한과 어업거래를 하는 기업이나 개인을 제재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각자 정해진 구역에서 어로활동을 하는 자체는 위반이 아니지만 여기서 얻은 수산물을 수출하거나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장 평화수역이 설정돼도 공동어로나 조업권 거래, 해상 파시(波市)는 제재가 해소돼야 가능하다”고 했다.
대북제재 전문가들은 인도적 목적의 사업 외에 대부분의 경협사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려면 우선 국제 제재가 해소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의 의지만 있다면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결의안 통과가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대북제재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조치에 따라 단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완전한 제약 없이 남북 경협이 가능해지려면 최소한 1, 2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