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민족사의 재발견

원로 정치학자 양동안 “文 대통령, 건국절 70주년 외면하고 임시정부만 중시

화이트보스 2018. 7. 4. 13:59


원로 정치학자 양동안 “文 대통령, 건국절 70주년 외면하고 임시정부만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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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 참석해 “우리에게는 민주공화국 100년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다”며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재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내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고 했다.  
  
하지만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정작 70주년을 맞이하는 건국절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건국 60년 기념사업위원회’를 구성해 대대적 기념행사를 가졌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양동안(73)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중앙포토]

양동안(73)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중앙포토]

이에 대해 원로 정치학자인 양동안(73)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3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임시정부를 민주공화국이라고 보는 것부터가 역사적 왜곡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2년 전 『대한민국 건국일과 광복절 고찰』을 펴냈다. 

  
양 교수는 또 “문 대통령이 비판을 의식한 듯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이라고 표현하지 않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건국 70주년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며 "대대적 행사를 해도 모자랄 건국 70주년은 모른 체 넘기면서, 정작 1년 남은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벌써 떠들썩하게 기념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했다.  
  
질의 :헌법 전문엔 ‘대한민국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적혀 있다.
응답 :사람들이 지금의 헌법 전문만 보는데, 이승만 박사가 주도한 제헌 헌법 전문 중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해 이제 민주독립 국가를 재건”이라는 말의 의미를 찾아봐야 한다. 이승만 박사는 당시 제헌국회 개원식(1948년 5월 31일)에서 “이 국회에서 건설되는 정부는 기미년(1919년)에 서울에서 수립된 민국 임시정부의 계승이며, 이날이 29년 만의 민국의 부활일임”을 공포했다. 그런데 임시정부는 1945년에 해산된 기구다. 정말 임시정부 자체를 계승한 거라면 29년 만의 부활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즉 헌법에서 말하는 계승의 대상은 임시정부 기구가 아닌 ‘기미년에 독립국을 만들려 노력했던 정신’을 뜻한다고 봐야 한다.  
3일 오후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위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3일 오후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민간위원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질의 :그러면 임시정부는 어떻게 봐야 하나?
응답 :국가의 구성 요소에는 ①명확한 영토 ②상주하는 인구 ③실효적인 정부 ④대외적 주권이 있다. 이 중에서 임시정부가 가진 요소는 하나도 없다. 임시정부는 존경할만한 독립운동 지휘기관 단체이긴 하지만 엄연한 정부로 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수립일은 수립일대로 기념할 수 있지만, 건국절 기념일로 할 순 없다.
  
질의 :애초에 건국일 논란은 왜 발생했나?
응답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일이라는 건 논란 없이 다 받아들여 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때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려고 하니깐, 일부 학자들과 야당 의원, 독립운동 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그것을 꿰맞추기 위해서 헌법전문도 왜곡해서 주장하기 시작했다.
  
질의 :보수 대 진보의 이념 전쟁이라는 뜻인가?
응답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진영 논쟁으로 보는 건 아주 잘못된 거다. 객관적 역사를 바로 아느냐 왜곡해서 아느냐의 대결이다. 48년 8월 15일 출생인 대한민국의 생일을 바꿔버리는 건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고, 사람으로 치면 신원불명자로 만드는 일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원로 정치학자 양동안 “文 대통령, 건국절 70주년 외면하고 임시정부만 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