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사진=뉴시스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대놓고 이해찬 대표를 지지했다.
"차기 당 대표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게 표면적 이유였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좀 다르다.
추 전 대표는 이 대표만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견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임종석 견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6월 26일과 8월 6일 두 차례 걸쳐 문재인 정부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사가 발표된 뒤부터다. 견제론 부상은 임 실장의 여권 내 위상이 높아지고 영향력이 커졌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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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2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신임 당 대표가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 후 청와대 한병도 청와대정무수석의 예방을 받고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난을 받고 있다. 사진=조선DB |
한 여권 관계자는 “최근 2기 청와대 인사는 임 실장 영향력도 보여줬지만 동시에 여권 내에서 고개 드는 임 실장 견제론도 반영됐다”며 “임 실장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 같다”고 했다.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이 쓴 <“임종석, 이젠 불편해져야”… 추미애는 억울하다>는 제목의 칼럼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추미애 주변 인사들 사이에서 들은 말이다. “(문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1년 3개월 동안 추 대표와 민주당은 없었던 거나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우원식 원내대표 등 편한 사람들과만 직거래하며 당을 허수아비로 만들었다.(중략) 추미애가 청와대가 불편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해찬을 차기 당 대표로 미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추미애는 이해찬이 당 대표 출마를 망설이고 있을 때 강력하게 출마를 권유했다.>
추 전 대표의 측근은 이해찬 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 임종석 실장이 불편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당연히 불편해져야지! 당에 편한 사람 앉혀놓고 ‘형님’ ‘아우’ 소리나 해가면서 국정을 자신들 편한 대로 끌고 갈 때인가. 이젠 청와대가 당 대표 권위를 인정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이 백날 야당과 만나봐라. 뭐 하나라도 되겠나."
이해찬 대표는 27일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자신을 '국정 운영의 공동 책임자'라고 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9월 1일 민주당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당·정·청(黨政靑) 전원협의회'를 열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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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임종석 사무총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조선DB |
이날 두 사람(이 대표, 임 실장)은 얼굴을 마주한다. 과연 일종의 기싸움이 벌어질까.
이 대표는 우리나라 운동권 1세대이고, 임 실장은 대표적 86세대 학생운동 출신으로 둘은 '운동권 선후배' 사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두 '운동권 선후배'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2007년 12월 24일 17대 대선 패배 직후 당에서는 2선 후퇴해야 하는 원로·중진의 이름이 나왔다. 이 대표를 비롯, 김원기 전 국회의장, 정대철 고문 등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임 실장은 "(차기 당 대표 선출은) 최대한 염치와 반성에 바탕한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한 명을 지목한 것은 아니나, 이 대표 입장에서는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임 실장은 당 쇄신위원이었다.
2012년 총선 직전,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 내부 갈등이 폭발했다.
'혁신과 통합(이하 혁통·야권 통합을 목표로 출범한 친노(親盧), 좌파 진영의 정치 조직)은 2012년 민주통합당의 공천과 관련해 △신진 세력과 정치 신인에 대한 배려 △정체성 중시 △불법·비리 전력 후보들에게 온정을 베풀지 말고 확정 판결 이전이라도 사실 관계 확인 후에 배제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혁통의 상임대표단 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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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1일 국회에서 민주당 정책위에서 대북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이해찬 한반도동북아특위위원장이 발언하는 동안 한명숙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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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임종석 사무총장이 한 당직자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조선DB |
이 성명에서 '불법·비리 전력 후보' '확정 판결 이전이라도 사실 관계 확인 후에 배제하라'는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임 실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 임 실장은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임 실장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이때 임 실장은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해찬 날려 놓고 한다는 설명이 '정무적 판단'이라고 한다. 입만 열면 '친노 패권' 어쩌고 하더니, 패권이 뭔지 정말 제대로 보여준다."
나름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후에도 이 대표와 임 실장은 특별한 관계 개선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