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9.29 03:01 | 수정 2018.09.29 07:41
정부, 美훈련기 사업자 선정 코앞에 두고 방산비리 적폐 수사
KAI, 수사받고 사장 바뀌며 사업 올스톱… 주요 혐의 1심서 무죄
18조원 규모의 미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APT·Advanced Pilot Training) 사업 수주 실패 소식이 전해진 28일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충격에 빠졌다. KAI는 단 네 문장짜리 입장문만 낸 채 함구했다. 이날 열린 회사 창립 행사도 초상집 분위기였다. 사업 수주를 내심 기대해 온 방위사업청을 비롯한 정부 당국도 당혹스러워했다.
탈락 이유는 경쟁사인 보잉과의 현저한 입찰 가격 차이였다. 하지만 KAI에 대한 대대적 검찰 수사와 잇단 항공 사고, 입찰 준비 부족 등 내부적 요인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선 '예상된 탈락'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KAI 주가 30%나 폭락
이번 사업은 미 공군의 노후 훈련기 T-38을 대체해 신형 훈련기 350대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KAI는 T-50 초음속 훈련기 기술을 제공한 미 록히드마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 보잉사·스웨덴 사브사 컨소시엄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번에 선정되면 미 해군 훈련기, 미군 가상 적기, 제3국 훈련기 등 총 1000여 대, 100조원 규모의 추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KAI 측은 홍보해 왔다. 이날 KAI 주가는 전날보다 29.8%(1만4900원)나 떨어진 3만5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탈락의 충격파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미 공군은 작전요구성능(ROC), 운용 효율성, 비행 안정성, 합리적 가격 등을 중심으로 평가했는데, 가격이 기종 선정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이날 KAI가 탈락한 외형상 가장 큰 이유는 현격한 입찰가 차이였다. 보잉은 원래 사업 예산 18조원보다 8조원이나 낮게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 주가 30%나 폭락
이번 사업은 미 공군의 노후 훈련기 T-38을 대체해 신형 훈련기 350대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KAI는 T-50 초음속 훈련기 기술을 제공한 미 록히드마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 보잉사·스웨덴 사브사 컨소시엄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번에 선정되면 미 해군 훈련기, 미군 가상 적기, 제3국 훈련기 등 총 1000여 대, 100조원 규모의 추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KAI 측은 홍보해 왔다. 이날 KAI 주가는 전날보다 29.8%(1만4900원)나 떨어진 3만5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탈락의 충격파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미 공군은 작전요구성능(ROC), 운용 효율성, 비행 안정성, 합리적 가격 등을 중심으로 평가했는데, 가격이 기종 선정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이날 KAI가 탈락한 외형상 가장 큰 이유는 현격한 입찰가 차이였다. 보잉은 원래 사업 예산 18조원보다 8조원이나 낮게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T-50이 개발된 지 10년이 넘은 데 비해 보잉 BTX는 최신 기술로 개발된 기종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검찰 수사, 보은 인사 문제
하지만 업계에선 가격 외에 다른 변수들이 KAI 탈락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시작된 KAI에 대한 방산 비리 검찰 수사의 후유증이 컸다.
정부는 방산 비리를 4대 강, 자원 외교와 묶어 '사자방'이라고 부르며 대대적 적폐 수사를 벌였다. 방산업체 가운데 KAI가 첫 타깃이 돼 3개월가량 수사가 계속됐다. 분식회계 논란이 크게 불거졌고 당시 김인식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AI 내부에선 "검찰이 하성용 전 KAI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방산 비리 대신 별건 수사를 했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미 공군은 당초 APT 사업자를 지난해 말 선정할 예정이었다. 기종 선정을 코앞에 두고 검찰 수사가 몰아치면서 KAI의 핵심 사업은 사실상 '올 스톱'됐다. 해외 업체의 한 관계자는 "KAI와 정부가 함께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도 부족할 판에 해당 업체를 수사한다는 게 어처구니없었다"며 "경쟁 업체에서 미 정부와 군에 KAI를 비리 업체라고 흠집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방산업체의 경영 비리'라는 검찰 설명과 달리 1심 재판에서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하 전 사장도 지난 21일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항공·방산 분야 전문성이 없는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의 김조원 사장이 부임한 것도 수주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고,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사장 임명 당시 '낙하산 보은(報恩)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사장은 부임 후 임원 30여 명 가운데 10여 명을 내보내고, 11개 본부를 5개로 축소했다. 업체 소식통은 "방산 분야는 인맥과 전문성이 중요한데, 그게 부족한 김 사장이 해외 수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활동 자체도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미국 내 방산업체에 대한 정치적인 고려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 정부와 군은 대형 방산업체들의 경쟁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 업체에만 일감을 몰아주지 않는다. 항공 분야 라이벌인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록히드마틴 수주액이 보잉보다 훨씬 많았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이번 APT 사업까지 록히드마틴이 수주했을 경우 보잉 방산 분야는 고사 위기에 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검찰 수사, 보은 인사 문제
하지만 업계에선 가격 외에 다른 변수들이 KAI 탈락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 시작된 KAI에 대한 방산 비리 검찰 수사의 후유증이 컸다.
정부는 방산 비리를 4대 강, 자원 외교와 묶어 '사자방'이라고 부르며 대대적 적폐 수사를 벌였다. 방산업체 가운데 KAI가 첫 타깃이 돼 3개월가량 수사가 계속됐다. 분식회계 논란이 크게 불거졌고 당시 김인식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KAI 내부에선 "검찰이 하성용 전 KAI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방산 비리 대신 별건 수사를 했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미 공군은 당초 APT 사업자를 지난해 말 선정할 예정이었다. 기종 선정을 코앞에 두고 검찰 수사가 몰아치면서 KAI의 핵심 사업은 사실상 '올 스톱'됐다. 해외 업체의 한 관계자는 "KAI와 정부가 함께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도 부족할 판에 해당 업체를 수사한다는 게 어처구니없었다"며 "경쟁 업체에서 미 정부와 군에 KAI를 비리 업체라고 흠집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방산업체의 경영 비리'라는 검찰 설명과 달리 1심 재판에서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하 전 사장도 지난 21일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항공·방산 분야 전문성이 없는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의 김조원 사장이 부임한 것도 수주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고,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사장 임명 당시 '낙하산 보은(報恩)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사장은 부임 후 임원 30여 명 가운데 10여 명을 내보내고, 11개 본부를 5개로 축소했다. 업체 소식통은 "방산 분야는 인맥과 전문성이 중요한데, 그게 부족한 김 사장이 해외 수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활동 자체도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미국 내 방산업체에 대한 정치적인 고려도 영향을
관련기사를 더 보시려면,
- 방산업계의 한숨 "정부, 말로만 지원"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