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의 ‘재활용품 수거 대란’부터 최근 논란이 된 경북 의성의 ‘쓰레기 산’까지 폐기물 처리 문제가 더는 간과할 수 없는 환경문제라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민생범죄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환경문제에도 적용되고 있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최근 토석을 채취하는 땅의 복구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폐콘크리트 등 사업장 폐기물 약 300t을 불법 매립한 혐의(폐기물관리법 위반)로 A업체 대표와 회사 법인 등 3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피의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았던 이 사건에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피의자들을 특정하고 재판에 넘겼다. 환경부 폐기물 입력시스템을 분석해 A업체의 2013년 폐기물 배출량이 전년도 이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을 찾아내는 등 끈질기게 수사를 진행했다. 통계상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은 모래야적장에 폐아스콘 등 사업장 폐기물 1910t을 불법 매립한 혐의로 B씨를 지난해 9월 구속 기소했다. B씨는 현직 군수의 동생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를 구속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으나 검찰은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그는 1심에서 유죄를 받고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5건 안팎의 사건에 대해 수사 지휘 등 ‘관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벌금형 등으로 종결된 사건들도 다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이들을 기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얻은 범죄수익을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도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무허가 폐기물을 수집·운반하는 과정에서 폐기물관리법을 위반한 법인 3곳에 대해 총 8억2700여만원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추징보전은 민사재판의 가압류와 비슷한 개념으로 피고인 등이 범죄행위로 챙긴 재산을 숨기거나 처분하지 못하게 법원의 확정판결 전까지 묶어두는 것이다.
폐기물 처리 사건에 대해 검찰이 엄정 수사 방침을 적용하는 데는 해당 범죄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검찰에 따르면 무단 투기, 무단 매립 소각, 무자격자 위탁 처리 등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은 사람은 2016년 1465명, 2017년 1781명, 지난해 1831명으로 증가 추세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4일 월례간부회의에서 민생범죄로부터 서민들을 보호하는 데 검찰의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환경파괴 범죄를 더욱 면밀하게 살피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지난 5일 폐기물관리법 위반 사건을 수사 중인 전국의 검사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검찰은 우수 수사 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번 파괴된 환경은 단순히 비용을 들여 복구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큰 손실이란 점에서 환경파괴 사범에 대해 더욱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