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9.05 09:07
다이서우라지왕웨궁은 7월1일부터 상하이시가 중국 최초로 강제 쓰레기 분리수거 제도를 시행하면서 생겨났다. 상하이시의 쓰레기 강제 분리수거 제도는 쓰레기를 재활용, 음식물, 독성, 기타 쓰레기 등 네 가지로 분류해 정해진 장소와 시각에 버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개인은 최고 200위안(약 3만4000원), 기업은 최고 5만위안(약 855만원)까지 벌금을 내야한다.
이처럼 엄격한 분리수거 제도를 대행해주고 돈을 버는 이가 바로 다이서우라지왕웨궁이다. 이들은 모바일 앱으로 예약을 받아 정해진 시각에 고객의 집을 방문해 쓰레기를 대신 수거·분리해 버려준다. 현재 상하이에서만도 왕웨궁 전문 업체가 50개 넘게 운영 중이다.
또 다른 신종 대행 직업으로는 ‘박하사(剥虾师)’가 있다. 이는 샤오롱샤(小龙虾·민물가재) 껍질을 까 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영국 더타임즈는 최근 중국에서 샤오롱샤(민물가게) 인기가 높아지며 중국 전역에서 샤오롱샤 껍질을 전문적으로 까주는 직업이 인기라고 보도했다. 일일이 까서 먹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사람을 고용해 껍질을 벗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허마셴셩(盒馬鮮生)은 온라인 공고를 통해 정식으로 박하사를 모집했다. 알리바바 공고에 따르면 30분에 1.5kg의 롱샤 껍질을 깔 수 있어야 직무 자격조건을 충족한다. 하루 근무시간은 4시간이며, 일당은 약 150~200위안(약 2만6000원~3만5000원)이다. 근무기간은 롱샤 철인 4월 말부터 9월 말까지다.
허마셴셩 측은 “롱샤 판매량은 느는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롱샤가 먹기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어 해당 직무를 모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근무시간은 짧은 대신 보수가 비교적 높아 젊은 층 사이에 인기가 높다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직장인이 퇴근한 뒤 투잡을 뛰는 경우도 흔하다.
그 외에도 퇴근시간에 맞춰 채소를 배달시키거나 저녁식사 후 방문 마사지 서비스를 받는 등, ‘귀찮음’을 공략한 생활서비스 시장이 최근 중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신문인 공인일보(工人日報)에 따르면 현지 전문가들은 흔히 ‘귀차니즘(귀찮+-ism) 경제’라 불리는 생활서비스 시장에 지난해만도 6000억위안(약 101조34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가 발표한 ‘귀차니즘 소비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귀차니즘을 해결해주는 상품 판매는 160억위안(약 2조70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3세 이상 연령대에서 귀차니즘 관련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비중도 높아, 95허우(1995년 이후 출생자)가 전체 소비의 82%를 차지할 정도였다.
한국 무역계에서도 중국의 '게으름 시장'을 장래 유망한 활로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베이징 무역관은 집으로 찾아와 서비스해주는 자택 방문형 O2O(온·오프라인 연계) 시장의 규모가 2019년 기준으로 중국에서 5000억위안(약 84조465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