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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 애견호텔이?' 설 연휴 ‘반려견 돌봄 쉼터' 가보니

화이트보스 2020. 1. 26. 10:44


'청에 애견호텔이?' 설 연휴 ‘반려견 돌봄 쉼터' 가보니구

입력 2020.01.26 10:00

설 연휴 첫날인 24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청 강당이 개 짖는 소리로 가득찼다. 견주(犬主)들은 데려온 반려견을 강당에 마련된 놀이터에 내려놨다. 이후 반려견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나 장난감, 이불 등을 예약번호가 부착된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았다. 정신없이 바닥에 코를 박고 냄새맡던 개들은 주인이 인사를 남기고 강당을 나서자 짖기 시작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일부 지자체가 명절기간 ‘반려견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고향으로 떠나는 구민을 위해 예산을 들여 반려견을 맡아주는 것이다. ‘발정기 금지’ ‘임신기 금지’ ‘생후 6개월 미만 금지’ 등 까다로운 조건에도,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연휴 첫날 오전부터 등록데스크가 붐볐다.

노원구에서 운영하는 설연휴 반려견 쉼터에서 펫시터들이 반려견을 돌보고 있다./권유정 기자
노원구에서 운영하는 설연휴 반려견 쉼터에서 펫시터들이 반려견을 돌보고 있다./권유정 기자
◇‘하루 5000원’에 전문인력들이 산책부터 안부 체크까지
노원구청에서 만난 펫시터 박진우(24)씨는 강당에 풀어둔 여러 반려견을 유심히 지켜봤다. 낯선 곳에 온 반려견들이 충분히 냄새를 맡고 적응을 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박씨는 휴지를 들고 곳곳에 있는 ‘마킹’ 흔적을 지우면서도 다른 반려견들의 동태를 유심히 살폈다. 마킹이란 개들이 소변으로 영역표시 등을 하는 행위를 뜻한다. 박씨는 "저녁쯤 적응이 끝나면 각각 사진을 찍어 보호자들에게 반려견 안부를 전할 것"이라고 했다.

반려견을 맡긴 박현수(56)씨는 "하루는 강원도 원주에서 복무 중인 아들 면회를 가고, 하루는 경북 영주 고향집에 갈 계획이라 구청을 찾았다"며 "지인에게도 맡겨보고, 애견호텔도 이용해봤는데 구청에 맡겼을 때 (반려견의) 스트레스가 가장 적어보였다"고 했다. "구청 강당이 워낙 넓다보니 개들이 뛰어놀기 적합하고, 펫시터 분들이 계속 케어를 해주셔서 안심이 돼요."

’반려견 쉼터’가 운영되는 강당 한켠 물품함에 반려견들이 좋아하는 간식, 장난감 등이 담겨있다./권유정 기자
’반려견 쉼터’가 운영되는 강당 한켠 물품함에 반려견들이 좋아하는 간식, 장난감 등이 담겨있다./권유정 기자
구청에서 반려견을 돌보는 이들은 전문 ‘펫시터(Pet sitter·반려동물을 돌보는 사람)’다. 구청이 명절기간 임시 고용한 것이다.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증’ ‘반려견 훈련사 자격증’ 등을 취득해야만 지원할 수 있다. 반려견들의 식사, 운동뿐 아니라 응급상황 발생시 병원 동행까지 책임져준다고 한다. 가격은 3박4일에 5000원으로, 하루 3만원 내외인 사설 업체와 비교해 20배 가까이 저렴하다.

반려견 쉼터 운영은 구청에 등록된 반려견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이번 설에는 서울 노원구, 서초구가 쉼터를 운영한다. 노원구의 경우 2017년 1만3436마리에서 2019년 2만1451마리로, 서초구는 1만2134마리에서 1만8167마리로 구 내 반려견 수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노원구는 올해 구 예산 600만원을 들여 반려견용 ‘호텔’ ‘놀이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돌봄 서비스 확대해달라"… 선착순 등록 전쟁
사설 돌봄업체와 달리 신청 요건은 까다로운 편이다. 노원구는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고, 사회성에 문제가 없는 말티즈·푸들·요크셔테리어 등 소형견’ 등의 조건을 달았다. 출생 후 6개월 이상에 벼룩·진드기·전염성 질환 병력이 없고, 임신기·발정기가 아니어야 한다는 세부조건도 있다. 서초구도 생후 4개월 이상, 임신기·발정기 제외, 전염성 질병 검사 완료 등의 비슷한 조건을 내걸었다.

그럼에도 구청마다 맡을 수 있는 반려견 수가 한정돼 신청 전쟁은 매년 격화하고 있다. 노원구는 ‘가구당 1마리, 총 30마리’, 서초구는 ‘가구당 1마리, 총 20마리’를 조건으로 걸고 각각 온라인과 현장방문을 통해 신청자를 선착순 모집했다. 노원구는 1주일 만에 신청이 끝나 대기번호까지 발급했다. 유국희(44)씨는 "신청 경쟁이 치열해 마치 공연 티켓팅이나 수강 신청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면서 "대기번호 7번을 받아 애견호텔을 알아보다가, 운 좋게 신청 승인이 나 구청에 맡길 수 있었다"고 했다..

양재동 서초동물사랑센터에서 운영하는 설연휴 반려견 쉼터 모습./권유정 기자
양재동 서초동물사랑센터에서 운영하는 설연휴 반려견 쉼터 모습./권유정 기자
견주들이 가입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 지역에도 반려 견 쉼터를 만들면 좋겠다"는 게시글이 자주 올라온다. 작년 9월에는 ‘영등포구청도 반려견 쉼터를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서미진 동물자유연대 선임활동가는 "국내의 경우 명절이나 휴가철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돌봄 서비스가 확대돼 견주들의 편의뿐만 아니라 유기견 증가를 막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5/202001250086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