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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척박한 해남의 정신문화를 옥토로 일궈냈던 ‘海南 6賢’이 모셔져 있는 해촌사(海村祠) 전경.
▲사진(2)=‘해남 6현’해남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의 선비들에게 까지 영향을 끼쳐 중요한 호남문화 인물로 자리매김 됐다. 우뚝 솟은 출입문은 300여년전 선비들의 기품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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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온통 찬바람으로 가득하다. 광주에서 차를 몰고 얼마나 달렸을까. 영암을 지나 강진, 다시 우슬재를 넘어 들어선 한 반도의 끝자락에 넉넉히 자리한 해남의 품은 그 어느 도시 보다도 훈훈함이 피부를 적셨다.
옛부터 ‘해남 6현(海南 6賢)’들의 가르침이 있어서일까. 오늘날 해남의 정신문화가 올바르게 박혀 호남정신의 중심에 서기 까지는 해남읍 해리 해촌사(海村祠)에 봉안된 ‘해남 6현’들의 보이지 않은 영향이 컸으리라.
이곳 해촌사에는 금남 최 부, 석천 임억령, 미암 류희춘, 귤정 윤 구, 고산 윤선도, 취죽헌 박백응 선생 등 해남 지방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 된 6현을 배향하고 있다.
해촌사는 본래 효종 3년(1652년) 임억령 선생 단독 사우로 건립 하였으나, 그 후 숙종 15년(1689년) 해남 유림의 발론으로 최 부, 류희춘 선생을 추배하여 오다가 1721년 윤 구 선생과 윤선도 선생을 추배하여 5현사가 되었다.
1868년 조정의 영으로 훼철 되었다가 1901년 설단, 제향하였으며, 박백응 선생은 1922년에 추배되었다. 해남읍 구교리에 있던 해촌사는 현재 해리 금강골 저수지 옆으로 옮겨져 간간히 찾는 길손을 맞고 있다.
해남 정신, 아니 전라도의 올곧은 선비 정신이 물씬 묻어있는 해촌사는 정면 3칸, 측면 1칸의 맞배 지붕으로, 입구에 삼문이 있고, 좌측에 고직사가 있다.
배향된 해남 출신의 명현들은 고산 윤선도를 제외하면 거의 동시대의 인물들로 금남 최 부는 충의(忠義), 석천 임억령은 풍수(風水)(해남읍지 기록), 미암 유희춘은 경술(經術), 귤정 윤 구는 문장(文章), 고산은 충헌(忠憲)으로 각각 칭송되어 오고 있다.
이들이 해남과 인연을 맺고 생활한 시기는 해진군에서 해남군이 분군된 지 불과 100여년도 안된 시기이므로 이들의 활동과 영향은 이 지역 인사들에게 매우 크게 미쳤다. 마지막으로 추배 된 취죽헌 박백응도 석천 임억령 문하에서 수학 하였고 과거를 마다하고 학문에만 진력하여 학행으로 천거 되었다. 만년에는 해남에 귀향하여 많은 후학들을 양성 하면서 실학정신을 몸소 실천했던 올곧은 선비상을 마지막까지 보여줬다.
특히 ‘해남 6현’의 인물 가운데 최 부(崔溥·1454~1504)는 해남과 아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금성(錦城)의 금(錦)자와 해남(海南)의 남(南)자를 따서 금남(錦南)이라고 호를 지은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최 부는 20대에 이르러 진사에 급제한 후 사헌부 감찰·홍문관 부수찬을 거쳐 수찬으로 승진, ‘표해록’등 수많은 저서를 남겼다. 또 수차(水車)의 제작과 이용법을 배워 후일 충청도 지방의 한발 때 이를 사용케하여 국난에 많은 공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1492년 지평에 올랐다가 사간으로 전임, 1497년(연산군 3년) 성절사의 질정관으로 명나라에 다녀온 뒤 무오사화 때 단천에 유배되는 수난을 겪었으며, 1504년 갑자사화 때 참형 당하는 비운을 맞고 생을 마감했다. 학문에 밝은 그는 만년에 해남으로 내려와 향사(鄕士)를 불러모아 올곧은 선비정신과 학문을 가르쳤고, 드디어 문헌지방(文獻之邦)으로 추앙을 받았다.
해촌사와 마주한 금강골 저수지에는 지고지순했던 ‘海南 6賢’의 정신을 되뇌이듯 잔영으로 잔잔히 일렁인다. 선생이 있으되, 진정한 스승이 없는 이 시대에서 300여년 전 살다간‘海南 6賢’의 음성이 오늘따라 그리워지는 이유는 뭘까. 그림·사진/ 서양화가 박주하
글
김선기 기자 kimsg@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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