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백두대간을 가다

[백두대간을 가다] 1구간 (上)

화이트보스 2009. 1. 24. 15:55

[백두대간을 가다] 전남구례 화엄사-노고단-성삼재-작은 고리봉-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고기마을


◇프롤로그

-광주타임스가 5월 10일로 창사 7주년을 맞았다. 이에 본지는 전라도인의 진취적인 기상과 만물의 상생을 염원하며 대하 기획물 ‘백두대간을 가다’를 마련한다. ‘백두대간’종주 시리즈는 언론의 사명감과 참 의미를 새기고, 나아가 정확하고 알기 쉬운 산행여정기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취재팀은 지리산을 시작으로 남한의 마지막 구간인 강원도 진부령을 거쳐 북한의 백두산까지 도보로 이동, 한반도 삼천리의 온 산하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2년여의 대장정의 역사를 쓰게될 것이다.



<제1구간 상>

-3월 15일. 첫 난관에 부딪히다. 아직 출발도 안했는데…. 지리산이 5월 말까지 산불경계기간이라 입산이 통제 됐단다. 그러나 부딪혀는 봐야지. 취재협조공문을 지리산 관리 사무소에 보냈다. 돌아온 회신은 ‘NO’. 백두대간의 출발점은 지리산 종주부터인데….

-3월 24일.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출발일은 27일로 하되, 지리산 종주는 생략한채, 화엄사에서 출발, 노고단을 거쳐 성삼재로 내려와 정령치를 거쳐 고기리까지 1박 2일 코스를 잡았다. 중산리를 시작해 노고단까지의 지리산 종주는 산불경방기간이 끝나는 6월의 1박2일을 택하기로 정하고 아쉽지만 노고단에서부터 백두대간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산행은 그리 어려운 코스는 아니지만, 초보 산행대원들의 건강상태를 생각해 짧게 잡았다.

-3월 27일. 드디어 출발이다. 광주타임스 백두대간 종주팀의 깃발이 펄럭인다.

낮 12시. 화엄사 입구에 도착해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서로를 다독인다.

오후 1시25분. 화엄사의 뒷편 돌담길로 발을 옮긴다. “이제 출발이구나” 싶더니 졸참나무, 개서어나무가 즐비한 돌담길이 펼쳐진다. 낮은 경사지만 한없이 위로 솟아있다. 서서히 이마에 베는 땀을 닦아가며 시원한 공기를 한껏 들여마신다. 30분정도 올라가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사실 이번 산행팀은 초보가 대다수.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휴식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 1시간 정도 길을 탔을까. 팀의 여기자 막내인 승현이가 구토를 하기 시작한다. 짐을 벗겨내고 가벼운 몸으로 길을 타게 한다. 겨우 2.5㎞ 올라온 상황인데….



#그림2중앙#



오후 3시. 서로가 지친 상황이라 말이 별로 없다. 나 역시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라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군계일학처럼 “뭐 이정도가지고 그래?”라고 말하며 힘차게 혼자 산을 거스르는 이승범 대장님.

오후 3시10분. 중재에 다다른다. 바닥이 차라리 흙이었으면 발이라도 덜 아팠을텐데, 끝없는 돌담길은 발바닥마저 끝없이 고통스럽게 만든다. 올라가는 우리와 반대로 내려오는 산행팀들이 “힘드시죠?”라고 묻는다.

오후 4시10분. 눈썹바위란다. 가져온 물은 바닥나기 시작하고, 8명의 산행팀은 선두와 후미가 명확히 갈라진다. 이젠 주위 풍경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올라갈 뿐이다. 곧 코재가 나타난다고 한다. 코재는 바닥에 코가 닿을듯 경사가 심해 코재라나.

오후 4시30분. 드디어 성삼재와 노고단 사잇길에 올랐다. 뭔가 가슴이 탁 터지는 느낌. 올라온 길을 바라보니 새삼 가파르다. 저 계곡을 뚫고 올라왔단 말인가. 대원들 모두 조용하다. 지리산 종주는 못해 아쉽지만 노고단은 올라가기로 한다. 포장된 길을 따라 다시 힘을 추스리고 노고단으로 향한다.

오후 5시15분. 젖먹던 힘을 짜내듯, 가파른 계단을 올라 노고단 정상에 올랐다. 거센 바람이 땀에 젖었던 몸을 금새 말리고 한기에 휩싸이게 만든다. 기념사진을 찍는다. 대원들 모두 산행엔 초보지만 4시간여를 무사히 올라왔다는것에 기쁨을 느낀다.

있는 힘껏 숨을 들여마셔도 텁텁함이라고는 한치도 없는 공기가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든다. 노고단 서쪽으로 불그스름 한 해가 보인다. 그 뒤론 무등산 봉우리가 솟아있다. 노고단에서 보는 무등산은 장관이다. 남쪽으로는 화순 모후산과 승주 조계산이 자리잡고 그 가운데 멀리 월출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그림1중앙#



오후 6시. 노고단 산장에서 식사를 준비한다. 입산통제기간이라 산장엔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팀을 제외하곤 5팀정도. 평소 같았으면 북새통이겠지만, 오늘따라 조용하다. 취사장을 거의 통째로 쓰는 호사스러움 속에 식사를 하고 간단히 술을 홀짝인다. 산위에서 보는 석양이 무척 아름답다. 평지보다 훨씬 짙은 붉은색이 산허리를 감싸고, 안개처럼 흩어져 있다.


임동률 기자 exin@kj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