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백두대간을 가다

[백두대간을 가다]2구간=여원재

화이트보스 2009. 1. 24. 16:00


 

 

 

 

 

 

 

 

 

 

 

 

 

 

 

 

 

[백두대간을 가다] 여원재
여원재 입구에 걸린 각 산악회의 리본. 생각보다 많은 산악인들이 이 길을 지났음을 알 수 있다.

 

 

4월 10일 새벽밥을 먹고 광주를 출발해 아침 8시.
전북 남원시 운봉읍 상동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바로 남원시와 운봉읍 사이의 작은 고개 해발 470m의 여원재다.
백두대간 2구간이 시작된 지점이었다.
마을 입구에서는 오늘 거치게될 합민성터와 고남산 정상부근의 통신회사 중계탑이 가까이 보이나 막상 길을 찾기가 어렵다.


▲수줍은 제비꽃에 정신이 쏘옥

성동 마을 입구에서 마을 뒷산을 통해 오밀조밀한 밭두렁 길로 접어들었다. 손바닥만한 작은 밭에서 부지런히 손을 놀리며 모종을 심고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는 것도 작은 즐거움. 꼭 그러했던 것처럼 야트막한 능선과 기가막히게도 어울렸다.

여원재에서 40분 정도는 그야말로 마을 뒷산. 길도 잘 나있고 마을이 가까워 산행이라는 기분보다는 가벼운 산책 쯤으로 여겨질 정도로 편안하다. 오르막이 있긴 하지만 그리 염려할 수준은 아니다.

고개 하나를 넘어서면 커다란 송전탑이 백두대간을 가로지르고 있다. 볼썽 사나운 모습에 잠시 한숨이 나온다.

다시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리산 보다는 못하지만 낮은 산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측으로 남원시가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운봉 들판이 눈에 들어온다. 뒷쪽으로 지리산 능선들이 어깨를 맞대고 끝없이 눈에 들어오지만 약간은 심심하기도 하다.

대신 등산로 옆 수줍게 핀 키낮은 제비꽃이 한눈에 쏙 들어와 기분마저 좋아진다. 겨우내 얼었던 몸을 어느새 풀기 시작한 국토는 남쪽부터 고즈넉히 깨어나고 있었던 것.


▲정상에서만 맛보는 바람

고남산 초입에 도착했다. 충분한 산행을 즐기며 느린 걸음으로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한 거리.

고남산 초입에서 정상 까지는 30분 정도. 오리막 길이기에 힘이 부친다.

그리 높지 않은 산임에도 고남산은 아기자기함을 가진 산. 정상부근에 자리한 바위가 보여주는 풍광은 지금 까지의 땀의 대가 치고는 너무 큰 것이었다. 정상에 다다르면서 멀리 왼편 앞쪽으로 88고속도로 남장수 톨게이트가 보인다. 4월 햇볕을 짱짱하게 받으며 그 뒷편으로 계속 이어진 능선들이 앞으로 이어질 백두대간의 여정. 이어 5분여를 더 가면 고남산 정상(846.6m). 산불 감시초소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근처에서 가장 높은산인 만큼 지리산과 고남산 사이에 분지인 운봉들판의 보리밭이 초록으로 일렁인다. 이정표를 두고 기념 사진 한장. 바람이 시원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정상에서만 마주칠 수 있는 바람이다. 땀을 닦으며 살펴본 주위풍광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미 일행의 절반은 허기를 느낀다. 급하지 않은 발길이기에 정상부근에서 5분여를 내려가 중계탑근처 한적한 소나무 밭에 자리를 차렸다. 말할 것도 없이 좋은 밥맛.


▲백두대간에 광주타임스를 새기다

이른 점심을 먹고 내려서는 길은 한없이 평안하기만 하다. 중계탑을 지나 내려서면 곧바로 소나무밭 천지. 등산로도 부담이 없다. 끝없이 이어진 소나무 숲은 꼭 산림욕을 나온것 같다.

능선이 낮은탓에 답답한 맛이 없지않아 있지만 기분좋은 솔향만으로도 즐거워지는 등산로. 이런길을 2시간 정도 가면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을 만나게 된다. 바로 남원시 운봉읍 매요리. 모두 80가구가 살고있는 매요리는 어느순간부터 백두대간 종주 산악인들이 지나는 길이 되면서 빠질수 없는 명물이 하나있다.

‘휴게소’ 라는 간판도 없는 이름으로 그렇게 불리는 막걸리 집. 시장기를 느낀 일행이 두부에 막걸리를 주문했다. 3년전부터 휴게실을 운영하고 있는 할머니는 직접 만든 손두부를 내놓는다. 남쪽에서는 고랭지 기후지역인 운봉지역의 전통 김치맛도 일품.

할머니가 만들어 놓은 양철판 방명록에 한줄을 남겼다. 수많은 산악회 이름속에 ‘광주타임스 백두대간 종주팀’이 더해졌다.


▲소박한 톨탑에 소원 한번

30여분 정도를 쉬다 다시 출발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 사치재 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예상 됐다. 10분정도 일반 도로를 따라 가다가 바로 나타나는 오른쪽 능선길로 길을 잡아야 한다. 조금씩 높아지는 오르막길에 조금전 먹었던 막걸리가 부담이다. 50여분 정도를 지나 또하나 봉우리를 넘는다. 내리막길에선 누군가 쌓은 돌탑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주위에도 성석으로나 쓰였을 법한 돌들이 눈에 띈다. 소박하지만 산속에서 만나는 돌탑에 대원들의 안전을 빌어본다.

내리막길 끝을 가로막는 것은 뜻하지 않은 고속도로. 88고속도로 앞에서 우측 지리산 휴게소 쪽으로 향하다 고속도로 밑으로 난 배수로를 겸한 통로로 고속도로를 가로지른후 앞에 보이는 고개로 올라섰다. 고속도로 옆 표지판에 사치재라고 적어져 있다.

사치재를 지나 다음 구간의 시작인 697m봉까지 급경사길을 올랐다. 그런데 온산이 허허벌판이다. 지난 94년과 95년 잇따른 산불로 엄청난 산림이 훼손된 것이다. 어찌됐든 오늘의 목적지까지 도달했다.

캄캄하게만 보이던 지도상의 한점, 백두대간이 마음속에서 감동으로 몸을 푸는 순간 이었다. 시간은 오후 3시 30분. 예정보다 짧은 구간이었지만 어느새 전남 구례 화엄사 에서 시작한 백두대간 탐사길이 전북 남원을 지나 경상도와 인접구간까지 다가와 있었다.

강현석 기자 kaja@kj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