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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화엄사~노고단~성삼재~작은 고리봉~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고기마을(약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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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오전 6시30분. 기상. 있는 힘껏 숨을 들여마셔도 텁텁함이라고는 한치도 없는 공기가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든다. 전날 노고단 정상에서 본 저무는 해와는 다른 아침해가 구름 사이로 불그스름하게 올라오고 있다. 뒤편으로 무등산 봉우리가 솟아있다. 마치 코앞에 와있는 것처럼 펑퍼짐한 언덕위에 천왕봉을 중심으로 서석대까지 잘 보인다.
남쪽으로는 화순 모후산과 승주 조계산이 자리잡고 그 사이로 멀리 영암의 월출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신선에 비할 수 없는 참으로 좋은 전경이다.
오전 8시.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노고단을 내려온다. 성삼재로 가는길은 내리막길이라 쉽기만 하다. 대원들 사이에서도 농담과 웃음이 오고간다.
오전 9시. 성삼재 도착. 기념사진을 찍고, 오늘의 종점인 정령치를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오전 9시20분. 일행은 성삼재 휴게소 도로건너 능선으로 올라 붙는다. 능선 초입에는 입산금지 간판이 붙어있다. 능선에 올라 붙으면서 다시 고갯길이 시작된다. 아직은 힘이 넘치기에 줄어가는 말수 속에 빠른 속도로 걷는다.
오전 9시40분 작은 헬기장 하나를 통과한다. 좁게 이어지는 산행길에는 아직도 잔설이 곳곳이 깔려있다. 따뜻한 햇살에 밤새 얼어붙었던 흙이 녹고 신발은 온통 흙투성이다.
오전 10시. 가팔라지는 산죽군락지대를 통과해 바짝치고 올라가면 고리봉이다. 녹아내린 진흙이 미끄러워 넘어지는 대원들이 생긴다.
오전 10시40분. 1108봉을 지나 헬기장이 있는 묘봉치에 도착. 만복대로 올라서는 능선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일단 한숨부터 나온다.
오전 11시30분. 만복대에 올라선다. 해발 1433고지. 무등산보다 높다. 오른쪽 아래로 도계삼거리에서 정령치로 올라오는 도로가 빤히 내려다 보이고 건너편으로는 고리봉(일명 큰고리봉,1304.5m)이 우뚝 자리잡고 있다. 묘봉치에서 만복대로 올라서는 오름길은 억새밭이 넓직하게 전개되며 고원분지를 연상시킨다. 만복대는 백두대간 2차구간에서는 최고봉이다. 정상에는 이정표가 있고 성삼재까지는 10km로 표시되어 있다. 배가 고프지만 정령치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시 내려간다.
낮 12시10분. 북서쪽으로 휘어지는 능선으로 출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갈림길이다. 정령치로 이어지는 길은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밋밋한 능선으로 이어지지만 서쪽으로 난 내리막 급사면 길은 요강바위를 지나 다름재로 이어지는 산동면과 주천면의 경계능선 이기도 하다. 내려오는 길은 곳곳이 잔설 덩어리다.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마냥 웅크리고 있다. 한번 발을 잘못 들이밀면 무릎까지 눈이 차오른다.
낮 12시20분.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 내린후 급경사 내리막 잡목지대를 빠져 나오게 되면 바로 앞에 산불감시초소를 오르는 나무 계단길이 있고 우회하게 되면 정령치를 지나는 포장도로다.
낮 12시40분. 정령치휴게소 도착. 정령치는 마한의 한 부족이 심원계곡으로 들어와 달궁마을에 궁전을 짓고 살았는데 진한과 변한의 침입을 막기 위해 정氏 성을 가진 장군으로 하여금 이 지역을 지키게 했던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라면으로 점심을 때운 후 동동주를 한잔 돌려본다. 봄 햇살이 따갑다. 충분한 휴식을 갖는다.
오후 1시40분. 정령치 휴게소를 뒤로 하고 고리봉을 향해 오른다. 주말이라 패러글라이딩팀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난다. 잠시 하늘높이 떠가는 그들을 바라보지만, 그들보다 더 높은 오르막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오후 2시10분. 경사급한 산길을 올라서 십자형 팻말이 있는 큰고리봉(1304.5m)에 도착.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이정표도 있다. 정령치까지는 0.8㎞라고 표시돼 있다. 큰고리봉에 올라서면 북동쪽으로 세걸산,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뚜렷하다. 3구간때 올라가기로 한 고남산의 통신시설물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고리봉에서 대간길은 북서쪽 급한 내리막 소나무 숲을 내려가야 한다. 하지만, 솔잎이 두텁게 깔린 부드러운 길바닥이 처음으로 발에 힘을 덜 들이게 한다. 대원들 모두 신이 나서 내리막을 내려간다.
오후 3시50분. 고기리 고촌마을 730지방도로에 내려선다.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지리산군을 벗어나 처음으로 마을을 만나는 곳이다. 포장도로에 이르게 되면 고기교가 있고 그 직전에 남원, 정령치로 갈라지는 삼거리 이정표가있다. 도로 건너편에는 ‘선유산장 민박집’이 있다. 드디어 광주타임스 백두대간 종주의 첫 산행이 종점을 만났다. 모두 밝은 웃음이다.
임동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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