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을 가다] 6구간 상- 육십령∼할미봉∼서봉(장수덕유산)∼남덕유산∼삿갓봉(삿갓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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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2일 오전 9시30분. 광주타임스 백두대간 종주팀이 선 곳은 육십령. 해발 734m다.
경남 함양 서상면과 전북 장수 장계면 경계에 있는 고개다.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다. 백운산과 덕유산을 연결해 준다. 지금은 전주와 대구간 국도가 대간(大幹)을 갈랐다.
#그림1중앙#
이날 산행은 할미봉과 서봉, 남덕유산을 거쳐 삿갓봉에 이르러야 한다.
고갯마루에서 백두대간의 길을 찾았다. ‘이곳이 가는 길’임을 알려주는 산악회와 전국 곳곳 단체들의 리본이 형형색색이다. 어엿차 길을 올랐다. 산을 차오르자 흰나비가 휘익휘익 눈앞에 어른거린다. 된비알이 시작됐음을 미리 알려주려는 것일까. 이틀일정의 산행을 위해 꾸린 등짐이 어깨를 누른다. 해발 1천26m인 할미봉까지 된비알이다. 가파른 암릉이 계속된다. 남성들과 어깨를 견주는 여성대원들의 팔에 핏줄이 솟는다. 이를 악물고 밧줄을 잡고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숨이 막히지만 한달음에 다가섰다. 할미봉 정상. 1시간 20여분만에 올랐다. 오전 10시 54분.
#그림2중앙#
숨이 트였다. 주위를 둘러봤다. 왼쪽으로 괘관산과 천왕봉이, 오른쪽으로 백운산, 그 앞에 깃대봉, 지난 산행때 지나온 영취산이 겹쳐 있다. 여장을 다시 꾸린다. 할미봉을 살짝 내려서면 능선이 이어진다. 봉우리 두어개를 지나자 헬기장이 나왔다. 계속 치고 올라가야 한다. 숨이 점점 막혀온다. 성인 남성의 키를 넘는 떡갈나무 군락지. 이들 사이를 사람의 발걸음이 갈라 놓았다. 못내 미운듯 손사래를 치는 대원들의 앞길을 막아선다. 고개를 숙인 대원들. 발걸음을 부지런히 재촉한다. 뿌리생채기를 드러낸 떡갈나무들. 길이 검다. 저 아라비아 사막 깊은 속 원유를 막 뽑아낸 듯 색감을 그대로 노출했다. 부드럽다. 손으로 만질 겨를은 없다. 능선이어서 가빴던 숨을 고르고 걷는다.
#그림3중앙#
드문드문 떡갈나무 터널사이로 햇살이 목줄기를 비추고 목줄기를 타고 내리던 땀이 식었다. 초반 페이스가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정오가 안됐지만 점심을 하는 대신 간단한 요기로 힘을 보태기로 했다. 20여분간의 꿀맛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바위지대를 탔다. 할미봉으로부터 3시간여 올랐을까. 장수덕유산으로 불리우는 서봉이다. 해발 1천510m. 육십령부터 헤아리면 한나절동안 하늘을 향해 800여m를 곧장 오른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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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숨을 골랐다. 유월의 싱그런 산바람이 정겹다. 된비알을 오르던 대원들이 잠깐 미소를 지어보일 정도다.
서봉에서 철계단을 내려가 남덕유산쪽으로 향한다. 능선 가운데 고갯마루에서 고개를 들었다.
우람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남덕유산의 8부능선쯤 될까. 듬직했다. 바위지대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디디다 맥이 빠진 발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쳐진 어깨가 부끄러웠다. 힘을 냈다. 남덕유산으로 오르는 길과 오르지 않고 바로 왼쪽으로 돌아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돌아가지 않고 남덕유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300m. 남덕유산 정상. 해발 1천50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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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지나온 서봉이 뾰족, 높이를 자랑하지만 남덕유산 꼭대기에서 바라본 천하는 ‘세속의 고민은 티끌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덕유의 품은 컸다. 한없이 부드럽고 포근했다. 피곤은 잠시 모습을 감췄다. 시계는 4시20분을 가리키고 있다.
월성치까지 줄곧 내리막길이다. 월성치(해발 1천240m). 약속이나 한듯 앞서 가던 대원들은 뒤따르는 대원들을 맞이했다. “물 떠와라”. 그러고보니 타는 목을 적시느라 물이 바닥이 났다. 월성치 계곡 왼쪽 100m 아래 우물이 있었다. 소금가루가 묻어난 볼에 물을 듬뿍 적셨다. 목을 축였다.
#그림6중앙#
삿갓봉을 향해 다시 올랐다. 땀으로 젖은지 오래. 정상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만난 곳이 전망바위. 옳다구나 싶어 ‘10분 휴식’을 외쳤다. 나지막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극명하게 산행을 통해 차이가 났다. 이정표는 ‘남덕유 3㎞, 향적봉 13㎞’를 알렸다. ‘힘을 내자’ ‘힘을 내자’삿갓봉이 코앞이다. 능선의 좌우에서 바람이 거슬러 올라와 허리를 밀어올렸다. 순간 부웅 떴다. 삿갓봉이다. 해발 1천410m. 오후 6시 10분.
뒤돌아본 서봉과 남덕유산의 정상이 예의 부드러움으로 ‘조금만 가면 쉼터’라고 손짓했다.
산이라 어두워지면 큰일이다. 발길을 더욱 재촉했다. 하산을 하듯 또 내려갔다. 발 바닥이 알알하다. 저 산허리 아래서 산장을 움직이는 발전기 소리가 웅웅 들렸다. 삿갓재 산장이다. 하룻밤 묵을 곳이다. 도착예정시간보다 2시간여 늦은 오후 7시.
대간(大幹)의 밤은 그렇게 다가왔다.
#그림7중앙#
<하편에 계속>
사진/기경범 기자 kgb@kjtimes.co.kr
글/우성진 기자 usc@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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