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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을 가다]20개월 대장정…지방사 첫 성공

화이트보스 2009. 1. 24. 17:32
[백두대간을 가다]20개월 대장정…지방사 첫 성공

미시령~상봉~신선봉~마산~진부령
대간 남측구간 마지막 진부령 도착
도상거리 784㎞ 실제거리 1천200㎞
기쁨의 순간에‘허리 이어야’다짐

지난해 11월10일 오후 3시 백두대간 남측 종단점인 진부령에 선 남도일보 백두대간 종주팀이 사기(社旗)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승범, 김영석, 신광호, 박영래 대원.
2005년 11월 10일 오전 7시. 남도일보 백두대간 종주팀은 미시령(해발 767m)에 섰다. 대간 남측구간인 진부령까지 마지막 종주를 위해서다.

미시령은 강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초겨울 바람에 실린 빗줄기가 종주팀의 얼굴을 가격했다. 돌아설 수는 없는 상황이다. 휴게소 찻집에서 빗줄기가 약해지기를 기다렸다. 1시간여의 지루한 시간이 지난 뒤 팀장의 출발신호가 떨어졌다.

준비한 비닐로 배낭을 덮고 체온 유지를 위해 등산용 점퍼로 채비를 단단히 했다.

휴게소 옆 들머리를 돌아 오르기 시작했다. 축축한 산길을 조심조심 나아간다.

가쁜 숨을 토해내고 오르기를 40여분.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오는데 시원한 옹달샘이 반긴다. 잠시 휴식을 취했다. 미끈한 너덜지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1오른쪽#

조금이라도 발을 헛디뎠다간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전날 황철봉의 무시무시한 너덜지대를 지나왔지만 물기를 머금은 바윗길은 신경을 크게 자극했다.

진행 속도도 더뎠다. 4명으로 구성된 종주팀은 무사히 상봉(1천239m)에 도착했다.

대형 돌탑이 우뚝 서 있다. 나무들이 한쪽으로만 가지를 뻗고 있는 것으로 봐서 바람이 많은 곳인 것 같다. 안개에 묻혀 주변 시야가 열리지 않는다. 아쉽다.

잠시 숨만 돌리고 앞으로 나간다. 가파른 내리막 암릉 길을 로프를 잡고 조심조심. 그렇게 한참을 내리막으로 이어지던 길이 화암재를 지나자 신선봉(1천204m)으로 치켜 세운다.

신선봉은 금강산 1만2천봉의 최남단 봉우리다. 이곳에 오르면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는데 여기서도 안개 때문에 아쉬움만 삼켰다.

여기서 큰새이령(대간령)까지는 1시간여동안 양호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백두대간의 시련이 여기서 끝나는 듯 한 느낌이다.

큰새이령 곳곳에는 옛 집터가 남아 있고 바람막이용 돌담의 흔적이 보인다. 이 고개는 옛날 진부령, 한계령과 함께 동서를 잇는 주요 교통로였단다.

큰새이령에서 병풍바위(1천58m)를 지나 다음 목적지인 마산(1천51.9m)까지는 양호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병풍바위 아래 안개 속에 너덜지대가 나타나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비록 안개 때문에 조망은 없어도 가슴 가득 시원함이 밀려온다. 땀방울이 말끔히 가신다.

마산 정상은 군사시설물이 폐허가 돼 버려져 있고 정상부부터 서북사면은 스키장 개발로 인해 대간길이 사라졌다. 스키장 울타리를 따라서 선배 대간돌이들이 개척한 새로운 길이 안내를 맡고 있다.

스키장 개발과 함께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마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큰 도회지를 옮겨놓은 모습이다.

마산을 내려서면 대간길은 흐릿해진다. 개발로 인해 농로길이나 일반 도로와 합쳐져 표지리본을 주의깊게 확인하며 걸어야 한다.

이제는 목적지가 가까워졌다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진다.

마산을 지난 진부령 고갯마루로 내려서면 향로봉으로 오르는 군사도로가 앞을 가로막는다. 진부령(529m)이다.

이날 오후 3시 이승범 팀장을 포함해 박영래, 신광호, 김영석 등 4명으로 꾸려진 남도일보 백두대간 종주팀은 마침내 백두대간 남측구간 종착점인 진부령에 섰다.

#그림2중앙#

지난 2004년 3월 27일 지리산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지 꼭 20개월만이다. 도상거리 784㎞, 실제거리 1천200㎞, 연인원 300여명이 투입된 국내 지방신문사 최초의 도전이 마침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종주를 무사히 끝마쳤다는 기쁨과 함께 남은 백두대간을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슬픔이 교차했다.

대간돌이들의 마음은 모두 같았을까. 진부령 표지석 옆 나뭇가지에는 이같은 아쉬움을 담은 표지리본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완주를 축하하는 각종 플래카드도 종주 마지막 구간 곳곳에 걸려 있다.

#그림3중앙#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산악인 라인홀트 매스너는 열정만 있다면 불가능은 없다고 했다.

열정에 못이긴 몇몇 대간돌이들은 군부대의 허가를 얻어 칠절봉을 지나 향로봉까지 오르는 이들도 있단다.

하지만 남도일보 종주팀은 그 열정을 잠시 아껴두기로 했다.

백두대간의 발길이 북쪽으로 계속 이어질 그날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광주로 돌렸다.



사진/신광호 기자 sgh@namdonews.com

글/박영래 기자 young@namdonews.com


박영래 기자 young@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