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남도에 맛 기행

도시속의 섬 숯불갈비 음식점 ‘초유지’

화이트보스 2009. 2. 4. 13:36

[전라도 맛기행] (4)도시속의 섬 숯불갈비 음식점 ‘초유지’



최근 들어 부쩍 ‘퓨전’을 지향하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공간들은 한 곳에서 여러 종류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단순함에 쉽게 질리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구미를 충족시켜준다.

광주 북구 용두동 용두마을 입구에 자리한 ‘초유지’는 공원과 음식점을 조화시켜 색다른 이미지를 창출한 복합공간이다.

숯불갈비로 유명한 이곳은 각종 관엽식물과 다양한 종류의 허브, 연못과 벤치로 채워진 미니공원이 마련돼 있어 ‘도시속의 섬’처럼 느껴진다.

이곳의 메뉴는 의외로 단촐하다. 소고기·돼지고기 숫불갈비를 비롯, 초유지 볶음, 그리고 도토리 수제비가 전부다.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맛을 잘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곳에서는 그게 쉽지 앓을 게다. 고기 양면에 골고루 낸 칼집과 그 사이로 베어든 양념은 육질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양파절임과 상추, 깻잎, 배춧잎을 곁들어 한 입 가득 넣으면 고기가 씹을 필요도 없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이처럼 고기가 부드러운 이유는 연육 과정에 과일을 듬뿍 넣어 특별한 정성을 쏟기 때문이다. 또 개업 후 한번도 바뀌지 않은 주방장 덕분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맛을 지키고 있다.

처음에는 사각거리는 야채가, 이어 고기에서 배어나온 감칠맛 나는 양념국물이 메마른 입맛을 잡은 뒤 마지막으로 사르르 녹아 목으로 넘어가는 고기맛은 일품이다.

초유지에 오면 누룽지 대신 도토리 수제비를 먹는 게 후회하지 않을 일이다.

도토리 수제비는 초유지의 오늘의 명성을 있게 한 또 다른 일등공신. 푹푹 고아낸 사골 국물과 입안에 달라붙지 않은 쫀득쫀득한 도토리 반죽이 어우러져 고기로 인해 다소 느끼해진 입안을 깔금하게 마무리 해준다.

깊이있는 국물맛의 비결을 묻자 주인 이현주씨(39·여)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사골국물을 고는 화구의 불이 꺼진 적이 없다는 말로 그 비결을 대신한다.

초유지에 오면 식사를 한 후 꼭 산책을 해야한다.

셔플레라, 벤자민, 몬스테라, 바키타 등 커다란 입과 큰 키를 자랑하는 관엽식물, 라벤더, 허브, 에플민트, 로즈마리 등 상큼한 과일향의 허브들이 가득한 공원을 걷다보면 어느덧 가슴 속을 시원하게 뚫린다.

공원 중앙에는 공연무대가 마련돼 있어 매일 밤 라이브 음악이 음식점을 채운다.

가수들이 관객과 가장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도록 꾸민 무대와 이씨가 특별히 신경써 설치한 음향도구는 관객과 가수를 순식간에 하나로 만들고 만다.

아이들은 공원 한쪽 연못에서 노닐고 있는 물고기와 원앙새, 사육장 안의 토끼들과 놀며 공원 안을 뛰어다니느라 땀으로 흠벅 젖어 이곳을 나간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손님들 대부분은 가족단위로 찾는다.

공원 뒤꼍에 꾸며진 야외 정원에는 장미, 튜울립, 조롱박, 수세미 등이 새 순을 돋기 위해 한창 몸부림을 치고 있다. 봄이 되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잎과 향내를 즐길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이 이씨의 귀띔이다.

각종 해산물과 허브잎을 넣어 볶은 ‘초유지 볶음’도 준비돼 있어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이곳에 올 수 있다.

280여석이 마련돼 있어 단체 회식장소로도 손색이 없고, 주차공간도 넉넉하며 연중내내 영업한다. 1인분에 소갈비 1만2천원, 돼지갈비 5천500원, 도토리 수제비 4천원.

(문의, 571-1137, 571-3138)


홍선희 기자 sunny@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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