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토속주재발견]“신선들이 즐기던 불로장생주” 백양 송순주
[전라도토속주재발견]<16> 백양 송순주
5월 소나무 새순으로 빚어내 은은한 솔향, 입안 맴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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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IC)을 나와 백양사 쪽으로 길을 잡았다. 도로변 들녘은 장맛비에 어린모가 푸르름을 더한다.
장성군 북이면 수성리, ‘송순주’로 유명한 백양영농조합법인에 들어서자 진한 솔 향이 코를 찌른다. 솔잎차를 만들기 위해 막바지 솔잎 손질이 한창이다.
솔잎·솔순 등을 재료로 한 술은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 마신 약용주다. 송순주, 송주, 솔잎주 등 다양한 이름도 그 때문이다. 선비의 기개와 절개를 상징하던 늘 푸른 소나무가 술의 재료로 널리 이용된 이유는 그 효능에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중풍으로 입이 돌아간 증세를 솔잎으로 치료한다고 적혀 있고, 본초강목에 솔잎은 이를 튼튼하게 하며 귀를 밝게 하고 종기를 다스린다고 했다. 그리고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노화를 방지할 뿐만 아니라 중풍·심장병·뇌병 등에 유효하다고 적고 있다.
백양영농조합법인 대표 이형탁씨(60)는 “예로부터 전해오길 송순주는 신선들이 즐기던 불로장생주였다고 한다”면서 “소나무 새 순으로 빚는 술로 치료를 빚어낸 술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가에서도 수행에 필요한 체력단련과 정신수양을 위해 솔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거나 술을 만들어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고도 했다.
솔잎에는 엽록소와 비타민과 무기질 등도 풍부하지만 정신을 맑게 하는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그 효능을 나타내는 성분의 하나가 소나무의 독특한 향기성분인 테르펜. 소나무와 잣나무를 원료로 한 모든 술에는 이 향미가 나는 것이다. 소나무는 봄이 되어 물이 오르면 활기에 넘치고 새순이 돋는다.
그 새순을 따서 담근 술이 바로 송순주. 은은한 솔 향, 입안에 맴도는 부드러운 맛, ‘차씨네 백양 송순주’의 매력이다. 차씨네 백양송순주는 이씨의 부인 차후덕씨(60)가 제조법을 이어오고 있어 붙여진 이름.
차씨가 송순주를 빚기 시작한 것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남편과 함께 장성으로 내려온 차씨는 건강이 악화돼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남편 이씨는“서울에서 사업 실패 후 아내(차씨)에게 악성 빈혈 등이 생겼다”면서 “기도와 건강회복을 위해 백양사 청류암을 찾아 솔잎의 뛰어난 효능을 체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강을 회복한 이씨 부부는 지난 90년께 북하면 약수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솔잎차와 송순주를 직접 담그곤 했다. 일부는 단골손님에게 맛을 보였고, 송순주는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97년 솔잎에 대한 활용가치와 약리효과가 높다는 점에 착안, ‘차씨네 백양 송순주’ 판매를 시작했다. 아예 지난 98년 주류제조면허를 내고, 공장을 세워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서게 된 것.
이씨는 “100% 순곡주인 송순주는 생원료로 만들어 두통과 숙취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며 “혈관 벽을 튼튼히 하고 고혈압 예방, 동맥경화 및 심장병에 효과적이다”고 주장했다.
전통 민속주 중에서 가장 맛과 향이 독특한 송순주는 마시는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솔잎의 그윽한 향을 느낄 수 있다. 푸르스름한 술의 빛깔도 싱그러움을 더한다.
이씨는 “송순주 알코올 도수는 25도지만 좀 독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는 솔잎에서 나오는 송진의 떨떠름한 맛과 톡 쏘는 독특한 느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솔잎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흔하디 흔한 것이 소나무지만 정작 함부로 채취할 수 없기 때문. 이씨는 “5월중 주로 재래종 소나무의 새 순을 사용한다”면서 “허가없이 함부로 채취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주로 간벌 작업한 산을 찾아 채취하고 있지만 올해는 원료 수집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강승이 기자 pinetree@namdonews.com 장성/전길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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