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토속주재발견]홍주안동소주와 전국 3대 향토술
<17>영광 법성포‘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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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이 고향인 김모씨(55·광주 동구)는 “‘토종 마시고 설사하면 죽는다’는 얘기도 있다”며 웃음지었다. ‘그러면 토종이 독주냐’고 물었더니 그는 “천만에 말씀”이라며 손사레 한다. 그는 “토종은 영광의 대표적인 술이다”면서 “전라도 술 가운데 ‘홍주’나 ‘토종’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특유의 술 맛은 홍주, 안동소주와 함께 전국 3대 지역술로 꼽힐 만큼 유명했다”고 ‘토종 예찬론’을 폈다.
토종(土種)을 찾아 나선 영광 법성포.
썰물 시각인 탓인지 포구엔 배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장맛비가 주춤한 사이 고깃배엔 갈매기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쌀·소금·목화가 풍부해 ‘3백(白)’의 고장으로 불리는 영광. 황금어장이었던 칠산도가 지척인 법성포는 굴비의 고장으로 유명하지만 전라도 28개 고을에서 걷어들인 세미(稅 米)를 조창(漕倉)인 법성에서 받아 서울로 옮겼던 곳이다. 류동현 함평문화원장은 “법성포 조창(漕倉)을 관리하는 배가 22척, 수천 명의 수병이 주둔하던 수군기지가 있었다”면서 “때문에 유동 인구가 많았았으며, 봄 여름 법성에 조기 파시가 열리면 인산인해를 이뤄 좁은 골목길 마저 발 디딜 틈 없었다”고 했다. 당시 부둣가의 풍요를 자축하고 , 힘든 노동을 위로하던 술이 바로 법성포 토종이라는 것.
“옛날에는 법성 사람들이 다 먹었지”
50여년 술을 빚어온 ‘토종’ 기능보유자인 김소이 할머니(72)는 “배 타는 사람들, 농사짓는 사람들 등의 애환을 달래던 술”이라고 설명했다.
토종은 소주 타입의 증류주. 알코올 도수는 대개 50~60% 수준이다. 옛날에는 진도 홍주, 안동소주와 함께 3대 지역 소주로 꼽혔다. 일제 때는 법성 인근 ‘토용’이라는 섬에서 술을 내려 인천, 부산 등지로 팔려나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토종 역시 국내에 소주가 전래된 북쪽지방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영암서호 한주, 해남 녹산주(녹향주), 안동소주 등과 제조법도 유사하다.
소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주는 증류주를 먼저 개발한 몽고 쿠빌라이(징기스칸 손자)가 일본 원정을 위해 한반도에 진출(1274년) 한 후 몽고인의 대본당이 있던 개성과 전초 기지가 있던 안동, 전진 기지가 있던 제주도에서 많이 빚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나라는 징기스칸이 페르시아 원정 때 제조법을 배웠다. 만주에서는 소주를 ‘이얼키’라 하고 아라비아어에서는 ‘아락’(Araq)이라고 하는데 이 이름도 ‘이라키’에서 유래된 것이다. 개성에서는 소주를 ‘아락주’라 하였으며, 평북지방은 산삼캐는 사람들의 은어로 소주를 ‘아랑주’라 했다. 몇 해 전 영광 법성포 토종을 상업화하기 위해 공장을 짓고 2~3년 운영했는데 이 브랜드도 ‘아랑주’였다.
그런데 영광 법성에서는 ‘소주’나 ‘아랑주’가 아닌 ‘토종’으로 전해온다. 그래도 사람들은 법성포 술이라는 것을 다 안다. 토종이란 흔히 옛날부터 그 지역에서 생겨나 이어져 오는 것을 이른다. 토종닭, 토종개 등등…. 잡종 아닌 것이 바로 토종이다. 왜 법성포에서는 ‘토종주’ ‘토종술’이라 하지 않고 그저 ‘토종’일까.
이는 밀주 단속 때문인 듯하다. 실제 최근 본지의 ‘전라도 토속주 재발견’ 취재를 요청을 했을 때도 기능보유자들은 선뜻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실제 토종을 빚는 사람치고, 어려움을 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 아랑주 공장이 생기면서 대대적인 단속을 하기도 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 할머니도 “‘아랑주’ 공장이 있을 때만 해도 단속이 이뤄졌다”면서 “단속에 걸릴까봐 드러내고 술을 만들지는 않는 실정이다”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토종을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 굴비가 명성을 더하면서 조기 엮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맥주, 소주, 양주 등에 밀려 인기 마저 시들하다. 토종은 3~4곳에서 가용주나 선물용으로 봄, 가을에 조금씩 내릴 뿐이다. 이 때문에 법성포 소주인 토종의 옛 명성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 지울 수 없다.
강승이 기자 pinetree@namdonews.com 영광/조철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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