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토속주

황갈색의 맑은 빛깔 기품 넘치는 우리술 순수한 옛맛 그대로

화이트보스 2009. 2. 9. 11:48

[전라도토속주재발견]황갈색의 맑은 빛깔 기품 넘치는 우리술 순수한 옛맛 그대로

[전라도토속주재발견] ⑬보성 율포 강하주
천신만고끝 면허취득…‘보성酒家’사업화
톡 쏘는 듯 부드러움, 쌉쌀하면서 감칠 맛


 




‘강하주’의 고장 보성 회천을 찾는 길은 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녹차밭…. 봇재 너머 다원마다 초록 이랑이 연출한 곡선은 가히 장관이다.

다향(茶香) 그윽한 봇재 너머 보성군 회천면 율포리 장목마을.

보성 회천의 강하주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명주 가운데 하나다. 조선 중기 때 부터 각 가정에서 빚어내려온 강하주는 우리의 전통민속주들이 그러했듯이 일제시대 이후 주세법과 단속으로 거의 맥이 끊겼다. 그러나 다행히도 강하주는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려 그 명성을 되살리고 있다.

‘강하주’ 맥잇기에 나선 장목마을 도화자씨(56·여). 그녀는 술도가를 운영는 ‘술꾼’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시골 아낙네일 뿐이다.

도씨가 ‘강하주’에 매달리게 된 것은 지난 2000년께 부터. 전남도 농업기술원이 추진한 ‘향토음식 맥잇기’ 사업에 참여한 것이 우연한 계기였다. 보성농업기술센터는 예로부터 회천 율포 일대에 가양주로 전해오던 ‘강하주’의 사업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보성지역 ‘향토음식 맥잇기’ 일환으로 강하주 재현에 나선 군 농업기술센터 이은숙씨는 “당시 제조법을 알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 70대 노인분들이어서 곧 전통주의 맥이 끊길 것 같았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체계적으로 정리해보자 한 것이 계기”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당시 강하주에 대한 체계화된 문헌도, 기능보유자도 없었다. 이씨는 “당시 율포 일대에서 ‘강하주’ 기능보유자를 찾기 위해 수소문한 결과 10여명이 나섰다”면서 “그렇지만 전통적인 방법이 아니라 대부분 ‘변질된’ 제조법으로 강하주를 빚었다. 당시 제대로 술을 내린 사람은 3~4명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씨가 선정돼 강하주 맥잇기에 나서게 된다. 이후 ‘시골 아줌마’ 도씨는 5년째 강하주 재현 및 사업화에 억척스럽게 매달리고 있다.

어린시절 도씨는 정성스럽게 강하주를 빚는 어머니(이기복씨·작고)의 어깨 너머로 제조과정을 지켜보면서 비법을 익혔다. 그녀는 그동안 명절이나 집안에 애경사가 있을 때 강하주를 빚어왔던 터였다.

#그림1중앙#



도씨는 “집안 대대로 강하주를 빚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제 강점기, 60~70년대 술 빚기를 금지해 (단속을 피해)대숲에서 술을 내리곤 했다. 여름이면 모기에 물리면서 고생고생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도씨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전통주의 맥이 하루가 다르게 끊겨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통주가 가진 술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정서까지 살려내고 싶습니다”며 수줍은 표정으로 포부를 밝혔다. 그녀는 결국 우리 조상의 숨결이 서려있는 민속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전업 주부로서는 전통주 재현·사업화가 쉽지 않았다. 술 개발과 면허취득 등에 이르기 까지 5년을 꼬박 갖은 고생을 했다.

그녀는 “제조법을 안정화시키는 것도 힘들었고 집에 와서 직접 빚어봐도 제대로 맛이 약간씩 다른 경우도 많았다”며 “사실 중간에 포기할 생각도 많이 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술을 빚다보니 발효나 불을 땔 때의 온도, 거르는 방법 등을 안정적으로 이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억척스런 외고집이 5년만에 강하주의 사업화에 주춧돌을 놓은 셈이다.

알코올 도수 15%, 황갈색 맑은 빛깔의 강하주는 기품이 넘친다. 깊은 약주의 맛, 물리지 않는다. 김모씨(52·광주)는 “톡 쏘는 듯하면서 달짝지근하다. 쌉쌀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칠 맛 넘친다”고 평가했다.

옛 명성에 걸맞게 강하주 맛은 이미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국순당에서 실시한 ‘아름다운 술찾기’, 배상면주류연구소에서 실시한 전통술 경연대회에서 이미 좋은 술로 평가를 받았다.

최근 청주 제조면허를 얻음에 따라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최근엔 텃밭을 갈아 엎어 30여평 규모의 술도가를 준비중이다. 술도가는 ‘보성주가’(대표 도화자)로 이름 붙였다. ‘약주’ 등도 새로 개발하는 한편 병 디자인, 포장지 디자인, 마케팅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행정당국도 향후 상표 등록, 가격 및 상품 신고서 제출, 용기 및 포장지 개선·제작을 지원중이다. 강하주의 자리매김은 소비자들의 몫이 될 것 같다.


강승이 기자 pinetree@namdonews.com 보성/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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