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토속주

]“귀하디 귀한 술”… 한국인이 즐겨찾는‘소주’

화이트보스 2009. 2. 12. 10:38

[전라도토속주재발견]“귀하디 귀한 술”… 한국인이 즐겨찾는‘소주’

[전라도토속주재발견] 영암 서호 한주(汗酒)
露酒·火酒·氣酒로도 불려 한때 고급주로 대접 받기도


 


영암 서호 한주(汗酒).

‘땀을 내듯 증류시킨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곡물로 만든 술을 고아 이슬처럼 받아내는 술’이라 하여 ‘노주(露酒)’라고도 전한다. 화주(火酒), 백주(白酒), 기주(氣酒) 등도 모두 한주의 다른 이름이다. 한마디로 한국인이 즐겨찾는 ‘소주’를 이르는 말이다.



영암군 서호면 태백리 태평정마을. 영암 구림에서 태평정까지는 20~30리길이다. 마을은 ‘태평정’이란 이름 그대로 아늑하고 고요하다. 4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마을 입구엔 ‘범죄없는 마을’ 현판도 걸려 있다. 영산호 물막이 공사 이전엔 인근이 바다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강(영산강)이다.



마을의 깊은 역사와 함께 이곳에 한주의 맥이 이어져오고 있다. 한주는 태평정 밀양 박씨가(家)에 전해오는 전통주. 전정례 할머니(77)는 먼 길 온 손님이라며 술상을 냈다. 손수 빚은 한주와 진양주가 차려졌다. 진양주는 해남에서 시집온 시할머니(작고)로부터 배웠다. 전 할머니는 “시할머니 이전부터 내려왔으니 100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술상의 하얀 주발에 담긴 맑은 한주는 한주는 증류주타입이다. 알콜도수는 30도 수준. 전 할머니는 “불 온도를 조절하고 물을 교체하는 것을 경험과 감각으로 하기 때문에 (알콜이)얼마나 독한 지 정확히는 모른다”고 말한다. 이번에 빚은 술은 약간 탄 내음이 난다. 그을린 듯한 느낌. 불이 다소 강해 술 찌꺼기가 눌었단다.



한주는 손수 빚은 막걸리를 시루에서 고아 땀방울이 맺혀 굴러 떨어지는 듯 내려진다. 전 할머니는 본채 옆 작은 부엌에서 술 내리는 요령을 직접 설명한다. 도구도 지난 설에 술을 내린 후 그대로다.



솥에 숙성된 주요(막걸리)를 넣고 시루를 얹은 후 그 안 중앙에 주발을 넣고 시루 위에 솥뚜껑을 거꾸로 덮는다. 솥에 불을 때면서 솥뚜껑의 오목한 곳에 차가운 물로 갈아주면 소주가 주발에 고이게 되는것이 한주인 것이다.



전 할머니는 “예전에는 고조리(전통 소주내리는 옹기)로 한주를 내렸는데 요즘에는 솥에 항아리를 넣고 내린다”면서 “또, 가스 불이라 (화력조절이)무척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서호 한주는 한때 귀한 술로 대접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조 보릿고개 시절에 쌀로 빚어내린 술을 즐긴다는 것은 어지간한 집에서는 엄두조차 못낼 일이다. 한주(소주)는 고려시대부터 시작되어 조선조까지는 사치스런 고급주로 분류됐다. 조선조 성종 때의 사간(司諫)이었던 조효동은 민가에서 소주를 음용하는 것은 매우 사치스런 일이라며 소주제조를 금지령을 주청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소주는 날씨가 춥고 잡곡이 많이 생산되는 함경도, 황해도, 강원도, 평안도 지방에서 많이 만들어졌고, 여름에는 더위로 약주를 빚을 수 없는 남부지방에서 많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순수한 재래식 방법으로 소주를 달아내렸지만 그 후에는 신기술의 도입으로 많은 변화를 주면서 소주를 내리게 된 것이다.



요즘엔 다양한 술이 많아 서호 한주의 명성이 시들해졌다. 요즘엔 명절이나 크고작은 일이 있을 때 겨우 맛볼 수 있다. 왕인축제 등에서 종가집 음식으로 간혹 한주를 선보였을 뿐 요즘엔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다.


강승이 기자 pinetree@kjtimes.co.kr 영암/조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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