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전라도 이색마을

文·武의 脈은 도도히 흐르고…

화이트보스 2009. 2. 24. 10:26

[전라도이색마을]文·武의 脈은 도도히 흐르고…

[전라도이색마을]<25> 장흥 부산면 내안리 내동마을


 


전남 장흥군 내안리 내동마을 김기홍 장흥문화원 운영위원의 집에서 바라본 수리봉. 고택인지라 대문의 처마가 어딘가 모르게 무게감을 나타낸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줄기를 이르는 말조차 없을 때부터였다. 물론 글이야 더 나중의 일. 큰 돌 아래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이 있었다. 작은 돌을 괴어 큰 바위를 올렸다. 어떤 것은 세웠다. 역사의 기록이 있기 전, 선사의 시대부터 그렇게 생명의 끈이 이어졌다.

사방이 푸르렀다. 호남정맥의 기운이 골과 자락, 능선을 타고 넘었다. 수인산 줄기에 닿았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뒤태, 왼쪽과 오른쪽으로 또다시 숲이 우거졌다. 큼직한 바위도 두어개 마을을 감쌌다.

마을 앞은 널따란 들녘. 터를 닦고 밭과 논을 갈았다. 기름진 평야가 다시 이들에게 풍요를 안겼다. 때론 드넓은 평야로 탐진의 물이 넘쳐와 시샘을 부렸다. 그럴때면 둑을 쌓고 물길을 다시 냈다. 자연과 인간, 서로 떠나서는 살수없는, 떠나면 후회하는 사이였다.

#그림1중앙#

예로부터 ‘기러기가 내려앉은 형국’(飛雁落地), ‘승려가 예불을 드리는 형국’(胡僧禮佛), 뒷산이 마치‘용이 하늘로 오르는 모양’이라 해 흥룡동(興龍洞)이라 불렀다. 온화하면서도 힘을 뻗치는 마을이다.

전남 장흥군 부산면 내안리 내동마을. 역사의 뒤안길에서도 문무(文武)의 기운이 끊기지 않고 맥을 이었다. 고려시대에는 공씨와 장씨가 많이 살았다. 조선초기 이후 영광김씨(상자기사 참조) 문경공파 가문이 ‘빛’을 발하고 있다.

자그마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일가(一家)를 이뤘다. 한둘이 아니다.

현대에 이르러, 우선 한학자이자 서예가로 성균관 전의를 맡다 지난 2001년 유명을 달리한 김태경옹. 장남은 김기홍 전 목포해양대 사무처장이다. 문화공보부 영화담당 사무관을 거쳐 전남대 학생과장 등을 역임했다. 3남은 김석린 전남 여수종고중 교장이다.

고 김옹의 동생인 김준경씨는 동시작가로 이름이 높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작품이 여럿 실려있다. 초등학교장이다. 각종 동요대상과 문화상, 신춘문예를 휩쓸었다. 김씨의 아들 기철씨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다.

제7대 부산면장을 지낸 김재숙씨. 장남은 현 참여정부 대통령의 경호실을 책임지고 있다. 김세옥 경호실장이다. 부친에 이어 2대에 걸쳐 경찰가족이다. 김 실장은 지난 98년 국민의 정부 시절 경찰청장으로 임명된뒤 상하간의 신망이 두터워 지금까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림2중앙#

김면장의 둘째아들 옥전씨 역시 경찰 고위직을 지냈다. 전남지방경찰청장과 부산지방경찰청장을 거쳐 현재 도로교통관리공단 이사다.

김면장의 동생인 김재구 전 보병 제67사단장. 김 장군은 1986년 별을 단 이후 다음해 205 특공여단장을 지냈다. 장군의 아들인 정석씨는 2001년 사법고시 합격이후 성남지원 판사, 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현재 서울중앙지법에 있다.

다음, 지난 85년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김재훈옹. 동생은 지난 96년 장흥여중 교장을 지낸뒤 99년 퇴직한 김재승씨다. 김재승 교장의 첫딸인 현옥은 의사, 둘째딸과 셋째딸인 현정과 현은 각각 치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정길 전 전남지방경찰청 기동대장 역시 내동마을에서 성장했다. 김 대장의 아들인 김창남씨는 7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뒤 국세청 법무심사국장과 정보관리관을 지냈다.

중학교 교장을 지낸 김명환씨의 아들 광재씨는 의사이며, 현재 장흥초 김중구 교장의 동생은 김전근 변호사로 사시합격후 광주지법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이밖에 김삼옥씨의 아들 김인규씨는 의사로, 김옥채씨의 아들 김태균씨, 김인옥씨의 딸 김경화씨는 각각 치과의사로 아픈 이들을 치료하고 있다.

여기에다 셀수 없이 많은 행정관료와 각급학교 교원, 군 고위직들이 내동마을과 영광김씨의 후손으로서 명예를 드높이고 있다.

#그림3중앙#

내동마을은 수인산 필봉아래 서당터가 두곳이나 있다. 평야를 낀 산골이었음에도 가르침에 대한 남다른 교육열이 예로부터 강건하게 이어졌다.

차창으로 멀어지는 내동마을 산자락 위로 가을햇살이 방긋 웃었다.


우성진 기자 u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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