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일장애 5대 담론의 극복
‘통일장애담론’이란 국민들이 통일을 실질적으로 두려워하도록 하는 담론을 말한다. ‘상당히 그럴싸한 집단적 식견, 통념화된 식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에 대한 다양한 견해 중의 하나를 ‘통일장애담론’이라고 하면 참으로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그러한 주장을 하거나, 생각을 하는 사람이 ‘반통일세력, 반통일주의자’가 되기 때문에 그러한 표현을 사용하는데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통일에 장애가 되는 담론들을 식별하고, 논박하고, 극복하는 담론을 만들지 않으면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갈 수가 없다. ‘분단모드’에서 ‘통일모드’로 넘어가는 데는 '통일의 당위성‘을 새롭게 정립하는 노력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통일을 어렵게 하는 담론을 찾아내고 극복하는데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사회에 침투해 있는 몇 가지 통일장애담론을 크게 다섯 가지로 끄집어내 볼 수 있다. 첫째, 「북한식 통일지상주의」이다. 북측 위정자들과 일부 사회운동가들의 통일담론이다. 북측 주민이 겪고 있는 모든 비극을 분단구조에서 찾고, 통일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담론이다. 사실 그렇지 않다. 분단구조에서 남측은 절대빈곤을 해결했다. 그렇다면 북한주민이 겪고 있는 절대빈곤은 분단구조가 문제가 아니라, 북한지도체제의 경영 능력문제이다. 모든 문제를 분단구조로 돌리는 북한위정자들의 역사인식은 분단구조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무능을 은폐하는 논리가 되고 있다. 북한지도자의 정치적 무능을 은폐하거나, 정치적 의도를 갖고 외면하는 통일지상주의를 「북한식 통일지상주의」라고 할 수 있다.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통일지상주의 대신에 「생산적 통일당위론」이 자리 잡아야 한다. 생산적 통일당위론이란 통일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세계번영에 기여한다는 확신을 주는 논거가 제시되고 공감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둘째, 「과도한 통일비용부담론」이다. 통일하면 엄청난 비용이 들며, 그 비용 때문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삶의 질이 파괴된다. 통독의 사례까지 거론하며 천문학적 숫자까지 들이댄다.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통일비용 공포론자들이 거론하는 통일비용은 소득격차가 있는 남북한 경제를 일시에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때 드는 비용이다. 그러나 통일 이후 통일한국의 모든 지역이 균등한 경제수준을 일시에 이룬다는 가정 자체가 허구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지역에 따라 소득 편차가 크다. 수도권과 지방경제, 강남과 강북 경제가 다르다. 통일 직후 남북한이 일시에 평등한 경제를 누려야 한다는 전제, 그러한 강박관념을 피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통일은 경제적 차원에서도 일시적 비용보다 장기적인 번영을 보장하는 이익을 줄 것이라는 담론이 잡아 줄 것이다. 통일이 한반도의 지속적 번영을 보장하는 경제적 조건이라는 담론이 자리 잡아야 한다.
셋째, 「통일한국의 치안불안론」이다. 통일하면 이질화된 남북의 정치문화 때문에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치안이 불안해질 것이고, 중동의 분쟁지역처럼 간단없이 테러, 게릴라전이 준동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정치통합과정 자체는 일시적으로 혼란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나 공공조직의 부서를 통폐합해도 일시적으로 불편해지거나 불안정이 생긴다. 통합과정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불편, 불안정을 감수하지 않는 통일파라다임은 없다. 사회불안론은 통일정부의 치안능력에 달린 문제이지, 통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두려워해야 할 일이 아니다. 사회불안론을 강조하는 것은 ‘부부싸움’을 두려워하여 무한정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하지 않으려는 심약한 연인과 같은 심정이다. 치안부재론 대신에 냉전의식의 해체로 「치안질서의 정상화론」이 자리 잡아야 한다.
넷째, 「사실상 통일만족론(de facto unification)」이다. 「제도적 통일(de facto unification)」을 미루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가면 언젠가 통일이 될 것이라는 담론이다. 임동원 전통일부장관이 실제 정책으로 집행했던 정책이다. 사실상의 통일담론은 우리의 통일의식에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 냈다.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 열정을 급격하게 떨어뜨렸다. 1994년에서 2007년 간 국민통일의식을 시계열적으로 통일관련 의식 조사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1994년 91.6%에서 2007년 63.8%로 감소했으며, 필요 없다는 의견이 8.4%에서 15.1%로 늘어났다. 사실상의 통일에 만족하자는 담론은 남북관계가 유럽국가 상호간의 관계, 미국-캐나다 관계로 발전시키면 그것이 통일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진실로 통일을 원한다면 ‘사실상의 통일 만족론’보다 ‘사실상의 통일경제론’, 「분단고착에 대한 경제론」이 우리사회의 사조로 자리 잡아야 한다.
다섯째, 「단계적 통일론」이다. 통일과정은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통일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이다. 단계적 통일론은 책상 위에서는 가능해서도 현장에서 순서를 갖고 오기 힘들다. 통일은 산사태처럼 급작스럽게 올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남북지도자의 결단에 의해서든, 북한내부의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의해서든, 한반도와 국제관계의 변화에서 통일과정은 단계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통일을 위한 각 분야의 대비는 미루어 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청산해야 한다. 「상시 통일대비론」이 자리 잡아야 한다.
2. 통일 여건 판단
통일여건은 통일에 필요한 요소를 추세선을 중심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 내부의 통일여건이다.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해야 한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 분단피해 세대가 퇴장하고, 분단 무관심 세력이 등장하는 세대교체 속에서 통일에 가장 중요한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약화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둘째, 남북관계 측면이다. 분명 큰 방향에서 보면 좋아지고 있다. 남북 간 상호의존구조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남북 간 국력격차 심화는 대등통일 이외의 방법으로 통일을 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셋째, 북한 내부문제이다. 북한 내부의 불안정 심화는 한반도안정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통일기회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판단에 적잖은 논쟁거리를 주고 있다.
종국적으로 북한의 내구력 약화 추세는 통일에 특별한 기회를 준다고 본다. 셋째,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협력적 태도문제이다. 적어도 냉전구조 보다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북핵문제로 인해 한반도의 비정상적 상황에 대한 주변국의 이해가 높아졌다. 분단으로 한반도 전체가 보다 안정되는 것이 주변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는 판단을 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본다. 탈냉전이 심화되고, 남과 북에 대한 개별적 국가이익 보다 한반도전체에 대한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확대되면 될 수록 통일에 유리하다. 현재 그러한 추세선으로 국제사회의 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전체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여건은 냉전시대에 비해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북한 불안정은 한반도 전체의 정치지형을 바꿀 기회를 줄 것이다. 잘 활용하면 통일이 된다. 여건의 추세선은 종합적으로 통일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3. 통일시나리오와 급변사태
남북한의 통일방식과 관련하여 통일쌍방의 위상, 통일수단, 통일과정의 완급성을 변수로 통일유형을 구상해 볼 수 있다. 첫째 변수인 통일쌍방의 위상은 ‘주체의 대등형 VS 흡수형(확산형)’으로 볼 수 있다. 통일과정에서 남북이 국력격차와 관계없이 대등한 입장에서 통일과정에 합의하고, 통일을 구현해 가는 입장을 대등형 통일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예멘의 1단계 통일과정이 역사적 사례이다. 둘째 변수인 통일수단은 무력통일과 평화통일(협의통일)로 나눌 수 있다. 셋째 변수인 통일과정의 완급성을 중심으로 ‘급진통일과 점진통일(기능주의적 통일방안)’로 나눌 수 있다.
경험적 통일유형, 이론적 유형, 선행연구 등을 고려하면서 우리의 통일여건을 고찰하면 다음 몇 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Most Desirable)는 「대등+평화+점진 방식을 통한 동서독식(이하 「대평점방식」)」이다. 남북이 통일협상의 대등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평화적 통일로 진전될 수 없다. 남측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대등성을 인정한다. 군사적 방식을 완전히 포기하되, 통일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장기간에 걸쳐 최소화시키는 과정을 거쳐 통일한다. 결과적으로는 동서독식 통일의 미래상을 만들 것이다. 통일로 진행되는 관건은 북측이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 북한 노동당이나 현재의 집권세력이 정치적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둘째, 최악의 시나리오(Most Worst)는 「대등+무력+급진방식을 통한 베트남형 통일방식」(이하 「대무급방식」이라 한다)이다. 북한이 핵무기의 전술적 우월성을 과신하고 전쟁을 도발하여 한반도를 일거에 통일을 시도하려는 방식이다.
셋째,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Most Probable)는 통일여건을 고려할 때 「흡수+평화+급진방식을 통한 동서독식 방식」(이하 「흡평급방식」이라 한다)이다. 이 문제는 통일환경과 관련하여 북한급변사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북한체제가 내부문제로 국가붕괴로 진행된 상황에서, 허약한 북한정부를 실질적으로 우리정부가 흡수하여 급진적으로 통일을 완성하는 상황이다.
'경제,사회문화 > 사회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 어떤 남북교류·협력이어야 하는가? (0) | 2009.03.02 |
---|---|
[2009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펼치자 (0) | 2009.03.02 |
[2009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 다시 통일을 생각한다 (0) | 2009.03.02 |
[2009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 '통일장애 5대 담론' 극복과 통일 (0) | 2009.03.02 |
[2009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 한반도 통일 서둘러야 한다 (0) | 2009.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