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의 문제는 ①민족이 하나 된다는 민족적 차원, ②통일은 전근대와 근대 사이의 갈등과 통합문제의 차원, ③21세기 새롭게 구축되고 있는 동북아 질서의 차원에서 복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여기서 전근대와 근대 사이의 갈등과 통합문제는 북한을 근대화하고 이를 발판으로 선진화의 길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근대화란 필연적으로 북한이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로의 전환하는 것이며 이는 역사적 필연이다. 이러한 역사적 필연인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은 통일준비와 북한경제를 정상화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1. 통일준비
남북한 경제교류협력의 최종 종착역은 남북한 통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통일이어야 한다. 민족공조라는 이름 아래 인민민주주의도 받아들이는 무조건적인 통일은 단호히 거부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 북한체제의 변화촉진과 변화관리를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①이성적 합리적 설득과 호소, ②변화를 유인하는 경제적 이익제공, ③변화 거부 시 경제적․비경제적 불이익 제공 등을 함께 강구하여야 한다.
대북포용정책은 북한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북한의 변화를 연계한다는 것이 철학적 기반이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의 대북정책은 ‘이익제공과 북한변화’를 연계하지 못함으로써 대북정책수단의 효과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북한이 변화를 거부하고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여도 채찍보다는 뒷돈을 주고 머리를 조아리는 나쁜 행태를 반복하였다. 반면에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챙기면서도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역주행으로 한반도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10년 동안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근대화하는데 실패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도 실패하였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왜 발생되었는가? 해답은 교류협력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근본정신을 망각하고 그저 대북정책만 추진하면 좋다는 식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교류․협력이 통일준비의 토대라는 사실을 외면하고 북한의 무례한 행동을 참고 견디는데 연습만 하였다. 따라서 지난 10년 동안의 남북교류․협력을 평가하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통한 체제변화를 촉진하고 북한근대화의 전략은 전무하였다.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개방 3000구상’은 통일준비전략이다. 여기서 ‘비핵’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의미하며, ‘개방’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하여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것을 의미하며, ‘3000’은 산업화를 통한 근대국가로의 변모를 의미한다. 따라서 ‘비핵․개방?구상’은 북한의 근대화를 위한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비핵·개방 3000구상’은 ‘안보와 협력의 병행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과의 급격한 방향전환에서 구상된 것이 아니라 동일한 인식을 바탕으로 구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북한경제의 정상화
남북교류․협력은 북한경제의 정상화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우리가 북한경제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이유는 통일준비과정에서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며, 통일이후에는 통일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예비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현재 북한경제는 축소재생산의 악순환 구조에 빠져 있고, 외부의 원조가 없으면 국가를 지탱할 수 없는 원조의존국가이다. 이처럼 축소재생산의 악순환구조의 위기는 계획경제체제의 비효율성과 경제발전정책의 부조화로 인한 대내적 요인과 사회주의경제체제의 붕괴와 중국의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 등으로 인한 우호무역체계가 붕괴함으로써 나타난 대외적 요인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북한경제위기는 구조적이고 총체적 현상이며 장기간에 걸쳐서 누적된 복합적 현상이다.
현재의 북한 경제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는 정상화되어야 한다. 북한경제의 정상화(normalization of economy)란 경제체제의 개혁을 통해 체제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개방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확대재생산구조를 정립하여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경제가 현재의 위기적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경제체제에 대한 이행전략(transition strategy)과 산업화전략(industrialization strategy)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여기서 이행전략이란 북한의 사회주의계획경제가 자본주의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을 의미하며, 산업화전략이란 북한경제가 확대재생산구조를 이룩하기 위한 근대화전략의 하나이다.
그러나 북한은 사회주의 틀 속에서 현존하는 계획경제체제를 보완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국가소유의 원칙과 중앙계획의 원칙에 대해 어떤 개혁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행전략은 매우 지난한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이행전략을 통한 사적소유권과 시장경제로의 전환과 대외시장개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북한의 산업화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행전략은 산업화전략의 필요조건이다.
남북한 경제교류·협력이 북한경제의 정상화에 도움을 주었는가, 아니면 남한의 경제적 지원이 북한경제의 비정상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지는 않았는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러한 논란의 이면에는 북한이 경제교류․협력에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였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북한은 언제나 상대방을 위협하고 상대방을 제압하는 협상전략을 통해 뒷돈을 챙겨왔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그랬고, 개성공단개발, 금강산관광사업, 남북철도․도로연결사업도 차이가 없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는 과연 북한경제의 정상화를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우렸는가? 북한경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개혁과 개방을 통한 이행전략이 수반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그러나 남한정부는 경제정상화의 필수요소인 개혁과 개방의 길을 북한을 인도하기 보다는 북한의 역주행을 도와주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개혁과 개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북한의 ‘개혁과 개방’의 성과물로 자랑하던 개성공단에서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포기하자는 발언을 하였으니 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남북교류․협력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무시한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또한 북한경제의 정상화라는 철학과 원칙을 저버림으로써 경제정상화가 가지고 올 이익을 도외시하였으며 장기적으로는 통일을 저해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다.
3. 남북교류·협력의 최종목표는 통일이다.
‘철학의 부재는 정치의 빈곤을 낳는다’고 한다. 즉 정치(=정책)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철학적 기반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교류․협력이 추진된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는 철학의 부재를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여 한반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보다는 철학부재로 정책혼선을 자초하였다.
남북교류․협력은 통일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남북한이 교역과 협력을 통해 남북한의 상호의존관계를 증대시켜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통일한국의 미래상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근간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우리의 남북교류․협력도 이런 통일의 철학을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따라서 남북교류․협력이 북한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변화시키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경제의 정상화를 통해 올바른 통일준비와 함께 통일 후의 혼란을 극소화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남북교류․협력에서 올바른 철학을 정립하여야 하는 까닭이다.
'경제,사회문화 > 사회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발광구는 NO! 생산광구 직접 잡는다 (0) | 2009.03.03 |
---|---|
북한 소용돌이 시작됐다 (0) | 2009.03.02 |
[2009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펼치자 (0) | 2009.03.02 |
[2009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 '통일장애 5대 담론' 극복과 통일 (0) | 2009.03.02 |
[2009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 다시 통일을 생각한다 (0) | 2009.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