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대북정책 기조는 “첫째,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북한, 둘째, 잘 사는 북한“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지난 정부는 첫 번째를 너무 무시한 채 두 번째에 매달렸다. 잘 사는 북한을 만들면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우리가 북한을 도와주면 북한의 대남위협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하여 남북교류협력에 치중하고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문제를 소홀히 다루었다. 그 결과 북한은 최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핵실험을 거쳐 핵무기를 보유하는 단계에 도달하였다.
핵무기의 파괴력을 생각해보면 우리들이 하루빨리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 지난 10년간의 햇볕정책으로 인해 국민들은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 위협에도 불구하고 안보 불감증에 빠졌다. 안보위협을 과장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들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의 후손들이 핵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힘으로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제공조를 통해서라도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
이제 북한의 위협을 무릅쓰고 햇볕정책을 추진한 용감한 분들의 무모한 정책을 교훈삼아 새로운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열렬한 대북지원과 교류협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은 북한 리더십의 특징을 너무 무시한 것이다.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은 오류였다. 그 이유는 독재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국정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 독재국가의 특성인데, 북한의 리더십은 중국의 등소평이나 베트남의 도이 머이(쇄신, 개혁)을 추진한 보반 키에트 당서기같은 “개혁” 리더십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 개혁 리더십이 나오기 전에 우리의 대북 지원이나 남북경협 사업이 북한을 개방이나 개혁으로 유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옳은가? 아니다. 북한의 위협을 제거하고 잘사는 북한을 만들어 나가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정책 추진 전략은 유연하게, 참을성을 가지고 원칙에 충실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유연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스스로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과거 김영삼정부시절에 북미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대북강경책을 고수하는 바람에 소위 “통미봉남”이라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던 것을 교훈삼아 우리 정부는 매우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반도 상황의 이중성과 복잡성, 북한 행동의 예측 불가성 등을 고려하여 정부는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남북간의 합의나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 선언은 너무나 훌륭한 문서이지만 북한이 이를 이행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대북 불신만을 키웠다. 결국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지 않고 조급하게 남북합의를 추진하는 경우 합의가 종이 조각이 되거나 상대방의 선전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점은 원칙에 충실하게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남북간의 합의사항이 국가간의 조약이 아니라는 핑계로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 발효시키는 것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회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6 공동선언이나 10합의가 정권차원의 합의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정권의 이익을 위해 원칙을 망각하는 경우 후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게 될 것이다.
최근 남북관계는 매우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다. 김정일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오는 가운데 그의 후계체제가 매우 불투명하다. 그의 유고가 권력 공백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더욱이 후계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북한의 장래가 달라지기 때문에 등소평 같은 개혁 성향의 지도자가 나오면 북한의 개방 개혁은 물론 남북관계의 변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누가 후계자가 되느냐, 그리고 후계체제가 순조롭게 구축되느냐 여부가 북한의 장래는 물론 핵문제를 비롯한 남북한 현안의 해결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후계자의 정치적 성향과 후계체제의 안정성을 기준으로 4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개혁성향의 후계자 비개혁 성향의 후계자
후계체제의 안정 (가) (나)
후계체제의 불안정 (다) (라)
이 4가지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북한의 후계체제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매우 단순화시켜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이 중에서 우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가)이다. 이 경우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변할 것이고, 남북관계가 중국-대만간의 양안관계처럼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북한의 군부나 강경파가 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고 남북관계는 계속 어려울 것이다. (다)의 경우 과거 소련의 고르바초프 정권처럼 북한이 엄청난 시련에 봉착하고 남북관계에도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이 높다. (라)의 경우 김정일위원장과 비슷한 성향의 후계자가 등장하지만 국정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을 의미한다. 이러한 4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우리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것은 (가)이지만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다), 또는 (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들의 대북정책은 (다)와 (라)의 경우에 대비하고 (가)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나가려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권력승계 위기가 북한 경제 위기와 결합되는 경우로서 이런 상황이 오면 북한의 장래가 매우 암담해진다. 최근 북한의 경제적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오던 중국,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세계경제위기로 인해 북한경제에 위기상황이 오더라도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는 경우 한반도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 들게 된다. 세계경제위기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에 빠져있고, 많은 전문가들이 위기가 예상보다 심각하고 오래 갈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북한경제가 입을 타격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의 아사자와 탈북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이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후계자를 둘러싼 권력 투쟁이 일어나는 경우 북한이 통치 불능상태가 올 수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우리 정부는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 민간차원과 정부차원은 물론, 양자 관계와 다자 기구, 그리고 공식․ 비공식 라인을 총동원하여 대북 채널을 열어야 한다. 김정일위원장의 건강, 권력 승계, 식량 부족 상황 등을 비롯하여 북한의 내부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우리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북한의 중대한 사태에 대비하여 우리들이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두어야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대응책을 개발하여 우리들의 의도대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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