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원호 미국 미주리대학교 언론학 명예교수
'서울은 참 많이도 변했다.' 몇년 만에 다시 서울을 찾은 인상이다. 어려운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서울은 활발하다. 서울시민의 표정에는 희망과 자신감이 넘쳐난다. 놀랄 일도 많다. 서울에 닿자마자 찾아간 목동의 출입국관리사무소나 삼성동의 자동차면허사무소의 정보 검색 처리 과정을 보고서다. 한국인의 자부심은 크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한 신속한 사무 처리에서 과연 우리는 세계 정상을 노릴 만큼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문제는 한국의 못난 정치인이다. 언론에 나타난 그들의 실상은 그들보다 똑똑한 국민을 정말이지 슬프게 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고대한, 인격을 겸한 정치 지도자를 찾기는 이렇게 어려운가?
원망하자면 언론의 역할 또한 제쳐둘 수 없다. 못난 정치인들이 계속 활개를 치는 것은 민주주의의 절대적 구성요소인 언론이 제 구실을 못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한국의 방송이나 신문은 아직 저속한 연예 대중문화에 많은 힘을 쏟으며, 정작 국민이 알고자 하는 중요 사실에는 메신저 노릇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매일 중요 뉴스로 보도하는 박연차 사건이나 장자연 자살사건 보도를 보라. 검찰·경찰의 브리핑이나 의도적으로 흘리는 정보 이상의, 언론인이 깊이 탐사 취재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선진 외국에선 언론이 제 구실을 한다면 이 같은 사건은 아예 생기기조차 힘들다고 보고 있다. 그 속에서 조선일보 4월 14일자 강훈 기자의 '사저(私邸) 건축비 말 바꾼 노(盧)… 건설업체에 160억 특혜 주고 신축?' 기사는 탐사 취재의 뛰어남을 보여준다.
선진 한국을 위해 남은 숙제는 분명하다. 뒤떨어진 정치형태, 정치인 그리고 언론인의 반성 또는 분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