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북한의 로켓 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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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3기체제 출범 내부 결속용 추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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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5일 11시 30분에 로켓을 발사했다. 김정일 정권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과시한 발사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발사체를 지구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언론매체를 통해 “광명성 2호를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특히 위성이 각종 측정자료들을 470Mhz로 지구상에 전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470Mhz는 극초단파로서 우리나라 전역에서 수신이 가능한데 현재까지 광명성 2호에서 보냈다는 신호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한미 정부도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이 실패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고, 김정일 3기 체제 출범에 따른 내부 결속용으로 추정된다. 또한 선군정치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대외 과학기술력 과시와 향후 미사일 수출로 외화 획득 등 정치·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신뢰 상실과 대북 경제제재 확대로 인한 경제난 심화, 일본의 군사대국화 가속과 한미일 공조로 잃은 것이 훨씬 많다. 특히 외화 부족을 겪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지탄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향후 김정일 정권 유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북한은 이번 로켓 발사에 3억~5억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돈이면 올 한 해 동안 수백만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해결하고도 남는다. 현재 북한 전체 주민의 절반이 하루 세 끼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다. 거리의 꽃제비나 노인 계층에서 아사자가 나왔고, 생활고를 비관한 가족의 집단 자살도 있었다. 김정일은 배고픈 인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을 미사일쇼를 벌이는 데 탕진한 셈이다.
주민들의 생사에는 관심도 없는 무법정권이 아닐 수 없다.미사일 발사가 단기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대외 협상력을 높여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경제난과 외교적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다. 어쩌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완성하기는커녕 다시 ‘고난의 행군’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이 쏜 로켓만 왜 제재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것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부함은 물론 국제사회가 용인하지 않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 또는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번 발사로 북한이 핵 기술에 이어 사거리가 대폭 연장된 장거리 미사일 운반 기술까지 갖췄다는 데 있다.한미일은 대화를 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을 상쇄시킬 수 있는 요격 및 대응전략을 발전시켜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 향상에 따라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참여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 한미 간 협의를 통해 남북한 미사일 격차의 공백을 메우는 대책도 세워야 한다. 유엔결의를 무시한 로켓 발사 행위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적 행위’임이 분명한 이상 한미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때다.
<윤규식 정치학박사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
2009.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