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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핵 개발과 북한의 선택

화이트보스 2009. 4. 18. 18:42

<104>핵 개발과 북한의 선택
정권 유지·경제지원 얻기 ‘벼랑끝 전술’

2006년 10월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주된 목표로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미 간 제네바 합의 후에도 6자 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한은 핵 개발을 은밀하게 진행했던 것이다. 핵무기 보유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한 북한은 핵개발 논쟁보다 핵 군축 문제를 들고 나옴으로써 핵 보유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미국을 상대로 일종의 ‘곡예외교’를 하고 있는 셈이다.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일관된 주장은 오로지 미국만을 상대로 양자간에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만 정상화되면 체제 안전과 경제 회생, 심지어는 남조선 혁명까지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핵문제가 한국은 물론 주변국과 유엔 안보리를 비롯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기구의 주요 현안인 동시에 9·11 이후 대테러 전쟁의 일환임을 북한이 간과하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미국과의 단독 협상을 고집한다. 미국이 북한의 모든 현안에 실질적인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이에 대한 확실한 검증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북한은 궁극적으로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했을 경우에 이라크의 후세인과 같은 운명에 처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해 체제의 안전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핵과 미사일 카드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북한은 2차 핵 개발 문제가 과거 1차 핵 개발에 비해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훨씬 더 큰 압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그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IAEA 이사회의 결의안과 NPT 탈퇴 비난 성명, 그리고 유엔 안보리에 보고되는 모든 상황에 대해 북한은 “시종 일관 IAEA가 미국의 하수인이며 미국에 의한 선제 공격설, 전 세계 미군 기지에 대한 위협과 정전 협정의 일방적 파기 선언” 등을 내비치며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북한이 대미 협상에 있어 강경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이다. 북한이 최소한의 핵을 보유함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얻되, 여의치 않을 경우 적어도 정권의 안전은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이 수반되고 있음에도 핵무기를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편 북한의 핵 개발 전략이 ‘체제 생존의 확보’와 ‘경제 재건의 수단’이기는 하지만, 남북한 관계에서는 비대칭 전력을 강화함으로써 한반도 내에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한다는 의도도 숨어 있다. 북한이 남한과의 군비 경쟁에서 불리해지자 핵 억제력을 갖춤으로써 열세한 재래식 군사력을 보강해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

이는 북한 내부에 군사적 모험주의를 촉진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남한의 안보를 인질로 삼는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의 ‘서울 불바다’ 발언과 2000년대의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이나 ‘남한 잿더미’ 위협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북한은 핵을 수단으로 대외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와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경제적 지원을 획득하며, 대내적으로는 주민 통합을 통한 정권의 안정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핵무기가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이러한 북한의 선택은 자가당착으로 파멸을 앞당길 뿐이다.

사진설명:북한이 보관하고 있는 미사용 연료봉. 필자 제공

<윤규식 정치학박사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

200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