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키 리졸브’ 한미연합연습을 트집 잡아 개성공단 기업을 볼모로 인질극을 벌였다. 남북한이 상호 합의한 개성공단 관련법의 통행 안전보장 조항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것이다.개성공단에는 90여 개의 우리 중소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북한 근로자는 4만 명에 육박한다. 개성공단은 대부분 단순 노무직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근로자의 약 20%가 대학을 졸업한 북한 젊은이다.
개성공단이 그만큼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최고의 직장인 셈이다. 이들에게는 1인당 70달러 내외의 월급이 지급된다. 북한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1달러(3000원)에 비해 매우 큰돈이다. 우리 측은 이 돈을 북한 당국에 준다. 이 돈은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정일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통치자금으로 쓰인다. 북한 근로자는 나중에 15달러 내외의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쿠폰이나 현물 또는 북한 돈으로 받는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국가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에 대한 북한 정부의 임금 착취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개성공단 사업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에다 북한의 노동력과 토지를 결합해 남북 상생의 경제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됐다. 북한으로서는 대외 개방의 상징성도 갖는다.
국내 중소기업은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무엇보다 가장 큰 메리트는 낮은 임금과 남북한 동일한 언어 사용 및 무관세였다. 작업의 숙련도는 낮지만 의사소통에 장벽이 없기 때문에 어느 중소기업이나 진출 후 즉시 사업추진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중소기업이 투자를 기피하는 지역으로 전락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함에 따라 기업 활동에 장애는 물론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사업으로 연간 3600만 달러(540억 원) 정도를 벌어들인다. 2007년 기준 북한 수출 총액이 9억 달러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개성공단을 통해 막대한 외화벌이를 하는 셈이다.
그런 북한이 느닷없이 지난 9일 ‘키 리졸브’ 한미연합 연습을 빌미로 남북 군 통신선과 개성공단 출입을 차단했다. 하루 만에 통행을 허용했다가 지난 13일부터 다시 통행을 금지했고, 공단 출입을 17일부터 재차 허용했다. 북한이 ‘키 리졸브’ 연습을 문제 삼고 있지만 이는 핑계일 뿐이다. 최근의 미사일 발사준비 및 체제 내부 통제 조치와 관계가 있다.
지난해부터 당 행정부장 장성택의 주도로 ‘전 사회적 사상 개조 작업과 사회통제 정책’을 강화했는데, 예외 지역이 개성공단이었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한 노동자가 알게 모르게 남한의 발전상을 북한사회로 전파한 것이다.북한은 정치사상 교육과 공개 처벌 등 강도 높은 조치를 내렸으나 시정되지 않자 사회 통제의 연장선에서 개성공단을 통제할 필요성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 등 미국을 압박함으로써 긴장을 조성해 북미 회담을 조기에 성사시키기 위한 명분으로 볼 수 있다. 바로 ‘키 리졸브’ 연습에서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는 명분을 찾은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한미 연합훈련을 트집 잡아 개성공단 사업을 볼모로 인질극을 벌이는 북한의 야만적인 행위는 범죄행위다. 그야말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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