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북한군 바로알기

94>북한군의 음력설

화이트보스 2009. 4. 18. 18:53

94>북한군의 음력설
특별한 행사 없이 부식도 자체 해결

북한에서 ‘설날’ ‘설 명절’이라고 하면 양력설을 말한다. 1989년부터 음력설도 쇠고 있지만, 북한의 군인과 주민들은 음력설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북한군은 전투정치훈련 기간 중에도 국가적인 명절이 돌아오면 훈련을 중지하고 명절을 쇤다. 음력설을 포함해 국가적인 명절에는 당 중앙위원회 비서국이 경계근무 강화를 지시한다.

이 지시에 따라 각급 부대는 명절 대비 ‘특별경비’에 들어간다. 특별히 부대 주요 간부 위주로 직일관을 선발, 당직근무를 강화한다. 사단의 경우 사단장과 부사단장, 사단 정치위원, 참모장으로 직일관을 편성하는 것이 특이하다. 특별경비 기간에 발생할 수도 있는 군사적 위급상황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기간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부대별 보고계통을 통해 중앙당까지 보고된다.

음력설에 북한군과 관련해 특별한 정치행사는 없고, 부대별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일반 보병부대는 자체적으로 사육한 돼지를 잡아먹거나 떡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명절 특식을 대체한다. 최근에는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아 떡을 해 먹는 것도 눈치를 본다고 한다. 음력설에 북한군은 명절 물자를 별도로 공급하지 않는다.

다만 능력 있는 후방군관을 둔 부대의 경우 다른 부대와 차별화된 명절 식단을 차릴 수도 있다. 북한군의 주식은 상급 부대에서 보급하지만 부식은 자체적으로 조달·해결하기 때문에 후방군관의 능력에 따라 부식이 달라질 수도 있다. 통상 부대별로 자체 마련한 것으로 명절을 쇠지만, 부대 지휘관에게는 약간의 명절 공급을 하기도 한다.

군관(장교)에게 지급되는 명절 공급은 주로 술과 콩기름·돼지고기, 미국산이나 한국산 밀가루 정도다.음력설 동안 하전사(하사관과 병사)들은 부대 안에서 축구 시합을 한다든가, 주패(카드)놀이·장기놀이·TV시청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일부는 이 기간을 이용해 밀린 세탁이나 개인별로 체력단련을 하기도 한다.

축구 시합은 주로 중대는 소대 단위, 대대는 중대 대항으로 친선경기로 치르지만 경기 결과는 부대 전투력 평가의 단결력 평가 점수에 포함된다.주패놀이는 북한군이 공식적으로 허용한 오락이다. 주로 병사는 병사끼리 간부는 간부끼리 놀이를 즐긴다. 병실(내무실) 내에서는 병사와 하(부)사관이 함께 하기도 한다.

하사관이라도 우리의 장기 복무 부사관에 해당하는 초기 복무 하사관을 제외하고는 단기 복무자로서 병사들과 함께 어울리는 편이다. 주패놀이는 주로 담배내기와 술내기로 한다. 담배는 보급된 담배 개비로 하고, 술은 병영에서 팔지 않기 때문에 놀이에서 진 쪽이 부대 밖의 민가로 몰래 나가 구입한다. 장기놀이는 형식과 방법이 우리와 같으나 장기 말의 글씨가 한글로 쓰여 있는 것이 다르다.

물론 한자로 표시한 것도 있다. 미혼인 군관은 대대급 숙박소(BOQ)에서 장기나 주패놀이를 하는데, 술내기를 많이 한다. 결혼한 군관이나 초기 복무 하사관은 영외 관사에 거주하면서 가족과 함께 명절을 즐긴다. 사단급 이상 부대 등 비교적 규모가 큰 부대는 부대 내의 군인들을 위해 간혹 새로 제작된 영화를 상영하기도 한다.

음력설이라고는 하지만 특별휴가나 외박을 보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북한군은 올해 양력설을 예년과 달리 하루만 쉬었다. 그만큼 극심한 경제난으로 체제 위기의식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군도 예외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