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북한군 바로알기

<64>뮤지컬 ‘요덕스토리’

화이트보스 2009. 4. 24. 19:52

<64>뮤지컬 ‘요덕스토리’
‘죽음의 땅’서 부르는 절망과 분노의 노래

세월이 변했다고는 하나 격세지감이다. 국방부가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전군(全軍)에 순회 공연한다는 소식이 지난 2일자 국방일보에 실렸다. 탈북자 정성산 감독이 온갖 반대와 어려움을 무릅쓰고 2006년에 제작한 ‘요덕스토리’를 120회에 걸쳐 공연한다는 내용이다.‘요덕스토리’는 왕재산 경음악단 공훈 무용수이자 노동당 중앙당 간부의 딸 강련화와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어느 날 강련화의 아버지가 남조선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가족들과 함께 함경남도 요덕에 위치한 조선인민군 경비대 제2915부대(요덕수용소)에 끌려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작품은 이들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겪는 삶을 통해 우리에게 북한 체제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짐승보다 못한 삶을 강요받는 인권 사각지대인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다루고 있다.

수용소에 울려 퍼지는 총성과 반복되는 매질, 통곡과 비명소리가 애잔한 선율에 섞여 전해 온다. 김일성 초상화를 소홀히 간수해 끌려 온 여성, 혀가 잘린 채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6·25 국군포로 등. “굶주린 아이는 쥐를 잡아먹고, 보위원은 수용소에서 감자를 훔쳐 먹은 아이의 팔을 작두로 잘랐다.

” 어둠을 향해 “거기 누가 있다면 이 비명소리 듣고 있는지, 거기 누가 있다면 제발 우리를 구해주세요” “하느님! 남조선에만 가지 마시고, 북한의 요덕에도 와 주세요!”라며 외치는 처절한 절규가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먼 친척이 남조선 출신이거나 반동이라는 이유로, 남한 노래를 흥얼거렸다는 이유로, 먹고 살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는 이유로 ‘특별독재대상구역’이라 불리는 거대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개나 돼지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만 하는 수용자들의 참혹한 실상이 뮤지컬 전편에 흐른다.

이 뮤지컬은 사리원 정치범 수용소를 탈출한 정감독의 체험담이다. 정감독은 영화 ‘쉬리’와 ‘공동경비구역(JSA)’의 시나리오 각색 작업에 참여했고, ‘빨간 천사들’의 감독을 맡기도 했다.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안무 역시 탈북자 출신 무용가 김영순 씨가 맡았다.요덕수용소에서 부모와 아들의 죽음을 지켜봤고, 남편은 생사조차 모르며 북한을 탈출하려다 총살까지 당한 아들을 둔 비운의 여인이다.

감독과 연출자가 끔찍한 장면을 지우고 또 지웠음에도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단다. 남한 사람들은 대부분 “너무 끔찍하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범 수용소의 실제 모습을 재현하면 참혹해서 공연 자체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이들은 증언한다.

북한에는 아직도 정치범 수용소가 6곳이 있고 15만 명 이상이 수용돼 대부분 종신 복역하고 있다. 이곳에 수용되면 공민권과 기본권을 박탈당하고 매일 강제노동에 동원되며, 결혼과 출산금지는 물론 잦은 공개처형 등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받는다.

요덕스토리 측에서 제의한 군 공연을 국방부가 받아들인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 뮤지컬 ‘요덕스토리’는 신세대 장병들에게 문화 예술적인 식견을 넓혀 줄 뿐만 아니라 북한의 올바른 실상과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한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장병들의 안보관 확립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장병 정신교육의 새로운 방향이 모색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규식 정치학박사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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