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북한군 바로알기

<62>전역과 직장배치 ,

화이트보스 2009. 4. 24. 19:54

<62>전역과 직장배치
탄광·광산 집단배치에 항변조차 못해

북한군 병사들의 가장 큰 꿈은 군 복무하는 동안 노동당에 입당하거나 대학 추천 또는 군관(장교)이 돼 금의환향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전역한 후에 ‘보다 나은 삶’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부대 출신은 군 복무 기간 중에 노동당 입당과 대학 추천 우선권과 같은 여러 혜택이 있지만, 일반 부대 출신의 병사들은 노동당 입당뿐만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군 병사들은 입대해 전역할 때까지 10년 동안 복무해도 퇴직금이나 연금을 받을 수가 없다. 다만 ‘제대비’ 명목으로 약간의 돈을 받는다. 이때 특수부대원들은 일반 부대원에 비해 몇 배 정도 더 지급받는다. 제대 군인들은 대부분 신병들이 전입하는 5월과 9월 사이에 귀향하지만, 모두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공장이나 기업소에서는 매년 많은 수의 제대 군인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전역하는 해에 운이 나쁘면 고향이 아닌 탄광이나 광산 또는 대규모 사업장으로 무리(집단)배치된다. 이의제기나 항변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부모들도 군 복무로 장기간 집을 떠났던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다시 산간 오지로 가게 돼 가슴 아프지만 어느 누구도 당의 방침에 불만을 나타낼 순 없다. 어렵기는 하지만 그중에는 뇌물을 쓰거나 인맥을 동원해 귀향하는 제대병이 간혹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힘없는 노동자·농민·서민의 자식들은 대부분 고향이 아닌 원하지도 않는 직장에 배치돼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며 살 수밖에 없다. 제대병들이 배치되는 해당 지역의 공장·탄광·광산 등에서는 당위원회가 화려하게 환영식을 마련해준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푸짐한 환영만찬을 대접하고, 2주 정도의 귀향휴가를 보내 준다. 이들 중 일부는 휴가 기간을 이용해 속전속결로 결혼하기도 한다.

수천 명의 제대 군인이 무리배치되는 농장 개척지나 노동자구 같은 곳에 국가가 주택을 건설해 주고, 제대 군인 수의 절반 정도로 처녀들을 모집하거나 선발해 미리 배치해 놓기도 한다. 젊은 남성 인력의 부족을 메우려는 뜻도 있지만 그곳에서 짝을 만나 ‘다른 곳으로 떠날 생각 말고 잘 살라’는 당국의 의도가 깔려 있기도 하다.

제대 군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 동네 사람들로부터 첫 번째로 받는 질문이 “당원이 됐느냐?”다. 사회적으로 노동당원의 인기가 떨어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입당을 못했다”라고 하면 군 복무를 아주 형편없이 한 것으로 간주돼 혼삿길마저 순탄하지 못하다. 이와는 달리 노동당에 입당하거나 대학을 추천받은 인원은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군 정치부에서 받아온 ‘당원 이동증’을 해당 지역의 당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시·군·구역 당위원회 노동과에서는 개인의 기본 자력을 바탕으로 국가기관이나 지역 내 공장·기업소에 직장을 배정한다. 뇌물이나 연줄이 없는 한 직장은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지정된다. 직장을 배정받으면 전역 후 15일 이내에 해당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 당원일 경우에는 곧바로 노동당원으로 등록하고 당 조직 생활을 해야 한다.

10년이나 되는 긴 세월을 군 복무해야 하는 북한 군인들이 국가와 군대에 대해 항상 자긍심만으로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북한군 병사는 군 복무를 ‘길고도 지루하며 힘들게’ 여겨 하루속히 제대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