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북한군 바로알기

61>구대원 (전역을 앞둔 선임 병사)

화이트보스 2009. 4. 24. 19:56

61>구대원 (전역을 앞둔 선임 병사)
복무 8년차 이상… ‘노동당 입당’에 사활 걸어

북한군 병사들은 군 복무 8년차 이상이 되면 ‘구대원’ 취급을 받는다. 이들은 나이가 많다고 해 일명 아바이(아버지) 병사라고도 불린다. 북한군 병사들이 10년이란 길고도 지루한 군 복무를 견디는 것은 마지막까지 노동당 입당이나 진급돼 상급 고참 보직으로의 이동, 제대할 날이 가까워 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편으로 전역할 시기가 되면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잠을 설치기도 한다.

더욱이 보이는 것이라고는 산과 하늘뿐인 강원도의 전연(전방)지역, 첩첩산중에서 휴가 한 번 없이 근무한 병사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제대를 앞둔 병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노동당 입당과 대학 추천, 직장 배치 문제다. 민경·정찰·저격·경보병 등 일부 특수부대 출신은 노동당 입당이 유리할 뿐만 아니라 제대할 때도 대학을 배정받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일반 부대 출신자에게 이 문제들은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일이다. 군 복무를 하고도 당원이 되지 못하면 능력이 없거나 군생활을 형편없이 한 사람으로 취급돼 직장 배치나 결혼을 위한 중매 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북한에서 젊은이들이 특수부대를 선호하는 것 중 하나는 전역하기 전 군 복무하는 기간 중에 일정시험에 합격하면 전역할 때 ‘공산대학 졸업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힘든 특수부대에서 10년 동안 복무한 대가로 받은 공산대학 졸업장은 제대 후에 노동당과 정권기관·사회단체의 기초 간부로 등용되거나 승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반 부대의 비당원 고참병들은 대학 추천은 고사하고 노동당에 입당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다. 이들은 당원이 되기 위해 정치지도원(정치군관)이나 정치부 간부에게 뇌물을 쓰는 등 많은 로비활동을 한다.

운이 좋은 경우에는 제대할 무렵에 노동당 후보 당원(당 규약상 후보 당원 1년을 거쳐 정식 당원이 될 수 있음)이 되기도 하는데 그것만으로도 감격해 한다.북한군 고참 병사의 또 다른 중요 관심사는 직장 배치다. 일반 부대 출신의 병사들은 전역 시 원하는 곳에 취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제대할 시기 TV나 신문 기사에 관심이 많다.

혹시라도 TV나 노동신문 정치·사회면에 ‘사회주의 대건설, 석탄생산 총력전으로…’, ‘사회주의 승리의 대진군을 위해 모두가 건설현장으로…’라는 내용이 보도되지 않을까 가슴을 졸인다. 운이 없어 제대하는 해에 ‘사회주의 총건설’ 붐이 일면 제대하자마자 바로 탄광·광산, 대규모 공장이나 건설 현장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물론 뇌물을 주고 이를 모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리(집단) 배치돼 10년간 그리워하던 고향집이 아닌 새로운 근무지로 특별 ‘호송열차’를 타고 떠나는 신세가 된다.북한군의 경우 10년 동안의 군생활 마지막 1년 정도는 요령을 피우고 고의로 근무를 태만히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것은 북한군 병사들 사이에 관습화한 일종의 전통으로 며칠씩 아프다고 병실(내무실)에서 밥을 먹기도 하고,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지내기도 한다.

중·소대장들도 특별히 사고를 내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모른 체 내버려 둔다. 또 고참병들을 훈련과 작업에서 일부 제외시키고 제 나름대로 전역 준비를 하게 한다. 전역 일자가 가까워질수록 병사들은 제대할 날짜를 손꼽으며 집에 가지고 갈 선물을 챙긴다. 그것이 북한군 구대원들의 유일한 낙이기 때문이다.

<윤규식 정치학박사 육군종합행정학교 교수>

2008.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