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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폐수처리 방류수조에서 맹물이 '콸콸'김창곤 기자 cgkim@chosun.com 기

화이트보스 2009. 10. 30. 10:51

축산폐수처리 방류수조에서 맹물이 '콸콸'

입력 : 2009.10.29 22:07

연세대 고광백 교수팀, 군산서 '고도처리플랜트' 실증

28일 오전 전북 군산시 서수면 관원리 양돈농장 내 축산 폐수 고도처리플랜트(plant). 3층 구조의 작은 건물 안에 크고 작은 탱크와 여러 줄기의 관로, 각종 제어·계측장치 등을 지나 대형 음수대 형태의 방류수조가 놓여 있다. 한국물환경학회장인 고광백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가 방류수조의 밸브를 열었다.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 비커에 담겼다.

고형 성분을 제거한 뒤 축사에서 들여온 돼지 분뇨와 처리 중간 단계의 폐수 그리고 방류수조의 물을 비교해 보았다. 처음 유입 당시 탁한 검정 폐수가 중간에 반투명한 갈색으로 바뀌었고 방류수조의 물은 맹물처럼 투명했다. 방류수에선 냄새를 맡기도 어려웠다. 농장은 이 물을 축사 내 청소에 재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 기관에 맡겨 측정한 결과, 방류수 수질이 BOD 4PPM, SS(부유물질) 10PPM, TP(인의 총량) 0.5PPM이었습니다. 처리과정에서 희석수 한 방울 넣지 않고 방류수질 기준치(BOD 30, SS 30, TP 8PPM) 이하를 맞춰낸 겁니다."

고광백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가운데)와 나영현 옥센텍 대표(왼쪽), 성백우 일 신엠텍 대표가 군산 축산 폐수 고도처리플랜트 설비 앞에 섰다./김창곤 기자 cgkim@chosun.com
고 교수는 "축산 분뇨는 기존 하수처리장에서 제어하기 어렵고, 액비로 재활용하는 데도 수급에서의 한계와 토양오염 등 문제가 있었다"며 "새 기술이 실용화되면 4대강 유역 등 축산 폐수 처리에 신기원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연세대 건설공학연구소가 축산 폐수 고도처리 실증플랜트의 성능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행사엔 새만금 수질 개선을 위해 왕궁축산단지 폐수 처리를 현안으로 안고 있는 전북도 관계자들까지 참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곳 플랜트는 높은 효율로 유기물을 부수거나 산화시켜 질소·인 등을 걸러내면서 질소는 대기로 내보내고, 액체와 미세한 고형물을 분리해 내는 원리로 가동된다. 돼지 분뇨에서 고형물이 제거된 축산 폐수는 크게 박테리아에 의한 '생물학적 처리'와 오존에 의한 '물리화학적 처리'의 두 가지 과정을 거쳐 정화된다.

생물학적 처리 과정에서는 노즐을 통해 미세 기포로 산소를 강제 주입, 미생물의 산소 이용률을 35~50%로 높인다. 물리화학적 과정에선 오존에 의해 색소 성분까지 산화시켜 정화한다. 국내외 첨단 기술을 결합한 것으로 생물학적 과정은 독일사(테크노콘)의 '바이오제트반응로'가, 물리화학적 과정은 국내사(㈜옥센텍)의 고효율 오존용해장치가 핵심 설비다.

폐수 속의 인 등 물질은 정화과정 중 별도의 응집·탈수 설비로 모아지고, 잔류 유기물은 활성탄으로 걸러낸다. 연구소는 이 기술들을 결합, 국내 ㈜일신엠텍에 맡겨 6개월여 만에 설비를 완성하고 7개월여 시험 가동을 거쳐 시스템을 정립했다.

이 플랜트에선 하루 돼지 분뇨 8t(2000마리분)을 처리한다. 처리된 8t중 7t이 물이고, 1t이 유기물을 먹고 자란 박테리아 덩어리 등 고형물이다.

플랜트는 처리된 폐수를 물로 희석하지 않고 곧바로 하천에 방류할 수 있다. 설비도 밀도 있게 채울 수 있어 하루 8t 처리 용량의 시설 부지가 80㎡에 그친다. 축산 분뇨를 관로나 차량을 이용해 처리장으로 보낼 필요 없이 축사 곁에서 정화한다.

일신엠텍 성백우 대표는 "시험 설비비는 많이 들었으나 실용화되면 기존 축산 폐수 처리시설보다 20%까지 절감할 수 있고, 운영비는 해양 투기 때의 절반인 1만원 수준이어서 실용화 전망도 매우 밝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이 기술을 도내 축산농가 폐수 처리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돼지 11만 마리를 사육하는 왕궁축산단지 폐수 고도처리시설에 공정 일부를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전북도 축산경영과 노영운 담당은 "획기적인 축산 폐수 처리시스템이지만 향후 6개월 이상 가동되는 상황을 점검하면서 축산 폐수 액비화 및 다른 고도처리시설사업 때와 경제성을 비교, 도입의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