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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 걸고 美·中 관계 앞날 읽어야

화이트보스 2010. 3. 20. 09:22

국운 걸고 美·中 관계 앞날 읽어야

  • 하영선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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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2.18 23:09

하영선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美의 주도국 유지 의지는 중국의 생각 이상이고
中의 부강국 부상 집념도 미국의 판단 이상이다
양국 충돌의 후폭풍이 먼저 몰아칠 곳은 한반도

100년 만의 폭설로 마비상태에 빠졌던 워싱턴 D.C.가 정상화되면서 백악관의 첫 특별손님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였다. 큰 소식이 아닐 수도 있다. 국내문제에 개입하지 말라는 중국의 엄중한 경고에도 미국 대통령들은 이미 여러 번 달라이 라마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만남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최근 미묘하게 움직이는 미중(美中)관계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공동 이익을 위해서 G2라는 신조어에 걸맞게 지난 한 해 동안 사실상 신혼의 달콤함을 성공적으로 유지해 왔다. 새해 들어서면서 미중관계는 빠른 속도로 시끄러워지고 있다. 미국의 국내 분위기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뉴욕타임스의 폴 크루그먼은 신년 칼럼에서 올 한 해를 중국과의 갈등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 위안화 절상의 문제를 들면서 중국의 보호주의를 걱정하고 있다. 그 이후 지난 50일 동안 중국 기사는 홍수를 이뤄 벌써 150개를 넘어서고 있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관련기사는 10여개다. 요즈음 미국에 아시아는 바로 중국을 의미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보도의 내용이다. 4대 현안(懸案) 문제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1월 말 대만에 요격 미사일 패트리엇 114기와 블랙 호크 헬기 60대 등을 포함한 64억달러어치의 첨단 무기를 수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2월 초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달라이 라마를 2월 18일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은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 중국 위안화 절상(切上)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구글 검열 문제를 둘러싸고 인터넷 자유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북핵, 이란, 기후변화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협력을 모색하면서도 4대 현안 문제에서 두드러지게 고민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4대 현안 문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은 단호하다. 대만 무기 판매와 오바마·달라이 라마의 만남은 중국의 핵심적 국가이익에 커다란 피해를 주게 될 것이므로 미국이 하루빨리 잘못된 결정을 바꾸라고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절상도 지나치게 일방적 요구라며 미국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21세기 세계 지식 질서의 핵심 문제인 구글 해킹의 경우도 중국에는 인터넷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협력과 갈등의 모습이 뒤얽힌 미중관계의 앞날은 두 대국(大國)만이 아니라 21세기 동아시아 질서의 장래까지 좌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요즈음 워싱턴 싱크탱크에서 상한가를 치는 연구 주제의 하나는 21세기 미중관계다. 눈에 띌 정도로 연구 인력과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으며 하루가 멀다고 보고서와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요약해 보면 세 가지 시각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다. 4대 현안은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중국의 지속적 부상에 따른 패권(覇權) 대국 등장의 서곡이라는 비관론과 미중 관계는 이미 상당한 공동 이익을 나누고 있기 때문에 4대 현안 문제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풀릴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 그 중간에 상대적 쇠퇴를 겪는 미국과 상대적으로 부상(浮上)하고 있는 중국은 협력과 갈등을 절묘하게 복합해 나갈 것이라는 신중론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상대방의 복합 전략을 제대로 읽고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에 있다. 이것이 21세기 국제 정치의 최대 문제다. 미국은 중국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세계 질서의 주도국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복잡하게 배합해 보려고 실험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판단하는 것 이상으로 부강 국가 완성의 한(恨)을 풀어야겠다는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른 혼란이 지속되면서 양국 관계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갈 위험성이 있다. 그 피해를 볼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 한반도다. 우리는 21세기 국운(國運)을 걸고 미중관계의 앞날을 읽고 대처 방안 모색에 전력(全力)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