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들깨 값도 급등
갈치와 명태 등 수산물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오이와 들깨 같은 일부 농산물 출하가격도 최고치를 기록해 소매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여기에 유가 상승세가 가세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제품 가격에 환율 하락분을 반영시키는 등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기상 악화에 농수산물 가격 '껑충'
28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갈치와 명태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150.4와 151.7을 기록,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높았다. 부추 역시 208.2로 사상 최고치였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05년 물가 수준을 기준치(100)로 삼은 것이다. 즉, 이들 품목의 소매가격이 5년 전의 1.5~2배가 넘는다는 뜻이다.
산지 출하가격을 나타내는 생산자물가지수(2005년 기준치 100)에서도 오이가 224.7, 들깨가 141.4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였다. 배추와 시금치도 1년 전보다 112%와 118%씩 급등했으며, 파는 84%, 마늘과 감자는 56%씩 출하가격이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와 비슷하거나 1~2개월 정도 선행한다"며 "따라서 일부 농산품의 생산자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생산자물가가 급등한 시금치(73%), 배추(59%), 감자(53%), 파(52%) 등은 소매가격도 크게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 날씨 탓이다. 큰 눈과 저온 현상이 봄까지 계속되는 데다 흐린 날씨와 강풍 탓에 일조량이 적고 어선의 조업 일수가 줄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농협유통은 지난달 25일 현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마늘(1.5㎏)이 1만8천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가격(9천500원)보다 배 가까이 오른 가격에 팔렸다고 밝혔다. 이 밖에 대파가 78.6%, 배추가 75.3%, 부추가 70.9%씩 올랐다.
신세계이마트 역시 배추(101.4%), 감자(67.0%), 대파(54.2%) 등이 많이 올랐으며 갈치와 멸치 등 수산물도 어선들의 조업일수가 줄어 가격이 뛰었다고 전했다.
신세계이마트는 "겨울 한파로 영광과 부산 등 대파의 산지 가격이 높아졌고, 딸기와 오이는 잦은 봄비와 흐린 날씨, 꽃샘추위 등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하나로마트는 "시금치, 부추, 마늘 등이 기온 하락과 일조량 부족 등 기상 악화로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유가도 들썩..물가 오름세 확산되나
농산물 가격이 일부 급등한 데 이어 유가도 들썩이고 있어 서민 물가의 오름세가 확산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25일 현재 서울의 한 주유소가 판매하는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천998원을 기록했다. 이는 연중 최고 가격으로, 2008년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휘발유 값 상승은 국제 유가의 오름세에 따른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휘발유 선물가격은 2월 초보다 22.4% 상승한 갤런당 2.3097달러로 2008년 10월1일 이후 거의 1년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2.93달러를 기록하면서 2월 초에 비해 16.5%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농산물 가격 상승과 함께 물가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울산석유화학공단의 기업들은 유가 상승으로 나일론의 원료 가격 인상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져 의류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휘발유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과 정유설비 유지보수에 따른 공급차질 우려 등으로 국제 휘발유 가격이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수급차질에 따른 국제 휘발유 가격의 상승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에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대부분 제조업체들이 석유화학 제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의 기초가 될 수 있다"며 "현재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수준이어서 금리 등 거시적인 정책을 쓸 시점은 아니지만, 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 압력이 있기 때문에 제품 가격에 환율 하락을 반영토록 하는 등 미시적인 대책은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