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주택 배정 노려..중증환자도 결혼대열
국제 관광섬 개발 소식에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어닥친 중국 남단의 섬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저소득층에게 배정하는 '서민주택'을 챙기기 위한 위장 결혼과 이혼이 속출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13일 보도했다.하이난다오 제2도시인 싼야(三亞)시가 올해 공급할 보장성 서민주택 신청을 받기 시작한 이후 지난 10일까지 불과 10일 만에 1천여 쌍이 결혼 수속을 밟고 44쌍이 이혼 신고를 했다.
결혼 건수는 예년의 6개월치 누계 건수에 버금가는 것이고 이혼 건수 역시 한 달치에 이르는 것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혼과 이혼 수속 때문에 싼야시 혼인등기처는 휴일도 없이 근무하고 있지만 장사진을 이루는 민원인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루어(羅)모씨는 "지난 6일부터 사흘 동안 줄을 섰지만 혼인 신고를 못했다"며 "생각 끝에 지난 9일에는 새벽 3시부터 줄을 섰지만 역시 허탕을 쳤다"고 혀를 내둘렀다.
루어씨는 '혼인 수속 행렬' 속에서 밤샘 기다림 끝에 지난 10일 겨우 혼인 수속을 할 수 있었다.
혼인 신청 대열에는 휠체어를 타고 온 중풍환자는 물론 정신병 환자도 눈에 띄었다.
부부 사이인데도 혼인 수속을 밟는 동안 말 한마디 나누지 않거나 혼인 신고를 한 뒤 곧장 헤어지는 등 한 눈에도 '위장 결혼'임을 눈치 챌 수 있는 가짜 부부들이 적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혼하는 부부들 역시 이채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이혼 수속을 기다리는 동안 연방 웃으며 귀엣말을 나누거나 함께 손을 잡고 혼인등기처를 나서는 모습이 부부의 인연을 끊었다고 볼 수 없을 만큼 다정했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당수가 서민 주택을 배정받으려는 위장 결혼과 위장 이혼"이라고 분석했다.
서민 주택을 배정받으려면 싼야의 호구(戶口)가 있어야 하지만 이를 갖추지 못한 외지인들이 몇 푼의 수수료를 집어주고 현지인들과 위장 결혼을 한다는 것. 물론 이들은 주택을 배정받은 뒤에는 곧 이혼을 한다.
반대로 부부 모두 싼야 호구가 있고 5년 이상 거주해 쌍방이 서민 주택을 배정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는 부부들은 위장 이혼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혼 한 뒤 부부가 각자 신청하면 2채의 집을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주택까지 부동산 투기 대상에 휘말리면서 정작 보호받아야 할 저소득층의 몫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편법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가 국제 관광섬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당 1만3천위안 하던 아파트가 3만5천위안으로 껑충 뛰고 외지 투기꾼이 한꺼번에 아파트 60채를 구입하는 등 하이난다오에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