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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사업에 눈 돌린 ‘도시의 농부들’

화이트보스 2010. 7. 20. 13:52

녹색사업에 눈 돌린 ‘도시의 농부들’

김재철·정몽혁 회장 등 농업 분야 관심…미래 ‘캐시 카우’키우기 한창

이코노믹리뷰 | 김세형 | 입력 2010.07.13 13:17

농업이 미래 유망 산업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식량을 제공 하던 1차 산업이 과학과 결합되며 4차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수익 작물 재배에서부터 농산물을 이용한 신소재 산업까지 부가가치의 창출 범위가 다양해 진 것. 이런 점에서 재계 총수들의 관심사도 자연스레 농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 트렌드인 녹색사업에 동참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사업 영역 개척을 위한 변화다. 몇몇 기업에서는 이미 녹색사업본부를 신설해 전략적인 접근을 꾀하고 있다.

농업 분야 사업의 진출이 성공 할 경우 '명예와 돈'을 거머쥘 수 있고, 실패를 한다 해도 크게 손해 보지는 않는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농업의 경우 토지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부동산 투자로서 활용이 가능하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동원그룹이다. 김재철 회장은 지난해부터 뉴질랜드와 중국을 방문, 대규모 농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농장과 연계한 목축업 전개도 고려하는 등 농·수·축산업 분야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릴 적 꿈이었던 농업을 신규 전략사업으로 택한 것처럼 보인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서울대 농과대학 장학생으로 선발됐을 정도로 일찌감치 농업에 큰 관심을 가졌다.

종합상사 중심 농업 진출 본격화 움직임
대기업 계열 종합상사도 농업을 회사의 미래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형 종합상사는 너나 할 것 없이 동남아시아의 대형 농장을 인수했거나, 인수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대부분 작물 재배보다는 부가가치 창출 사업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에 가깝다는 평이다.

실제 종합상사들은 팜 농장 인수에 적극적이다. 팜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팜유가 바이오 디젤 원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 발전으로 인해 농업이 고유가를 내세우며 시장 자본을 독식하던 석유화학산업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팜유 소비시장은 이 같은 점에 힘입어 2000년 초부터 해마다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LG상사다. LG상사는 2009년 인도네시아의 오일팜 농장 2곳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2010년에도 추가로 인도네시아의 팜농장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LG상사는 2011년까지 오일팜 가공공장을 만들고 2012년부터 연평균 8만t 규모의 팜오일을 생산, 본격적 수익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2008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팜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총 5500만 달러를 투자해 연 10만t의 팜유를 생산하는 규모의 팜농장을 인수했다. 삼성물산은 연 10만t의 팜유 중 일부는 바이오 디젤 회사에 공급하고 향후 직접 생산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투자처로 말레이시아 부상
그동안 국내 기업의 팜농장 진출은 인도네시아에 집중된 현상을 보였다. 팜을 재배하기에 적합한 기후와 낮은 인건비 등이 주효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말레이시아 팜농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물산과 LG상사가 선점하고 있는 지역에서 경쟁보다는 새로운 투자처인 말레이시아에 투자하는 쪽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또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기후로 생산량과 함께 적은 비용의 인건비가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말레이시아도 인도네시아와 비슷한 기후 지역으로 팜의 3모작이 가능하다.

현재 말레이시아 팜농장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현대종합상사, SK네트웍스와 대우인터내셔널이다.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은 지난 6월 말 말레이시아 현지의 팜농장을 직접 찾았다. 바이오 에너지 사업을 위해 원료인 팜 수급처를 물색하기 위한 행보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정 회장은 팜농장 인수와 관련해 현지 직원에게 강력한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김재용 대우인터내셔널 대표는 보다 더 적극적이다. 지난 2월 농수산자원개발팀을 신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팜농장 정보를 수집하는 등 사업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창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지난 1월 인도네시아를 찾아 팜농장을 둘러보는 등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팜 농장뿐 아니라 식물 및 자원개발 사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검토 단계로 확실한 투자 계획은 잡혀 있지 않지만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역의 팜농장과 일반 농업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밖에도 삼성물산은 인도네시아에서 운영하고 있는 팜농장과 별개로 말레이시아 팜농장 진출을 위해 실무진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 거주하는 김영철(사업·51)씨는 "최근 한국 기업인들의 말레이시아 방문이 잦아지고 있다"며 "현지 한인무역인협회를 주축으로 팜농장을 비롯해 대규모 농업 부지 등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한국-말레이시아와 수교 50주년을 맞아 현지 정부의 지원 가능성에 많은 국내 기업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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