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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출범하던 날… 親盧, 야 권력지도 재편을 보여주다

화이트보스 2011. 12. 19. 10:18

민주통합당 출범하던 날… 親盧, 야 권력지도 재편을 보여주다
親盧, 당권 장악 유력 - 한명숙·문성근, 당권 경쟁 선두그룹 달려
총선도 대거 출마 - 親盧 386 중심으로 알려진 인사만 30명 이상
호남세력 퇴조 - 당권에 다수 도전하지만 당선권은 극소수 전망

친노(親盧)가 야권의 중심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친노 진영은 2007년 말만 해도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폐족'(廢族·조상이 큰 죄를 지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후손)의 처지"(안희정 충남지사)였다. 그러나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올해 10·26 재·보선을 거치며 사실상 정치적으로 부활했다. 특히 민주통합당 창당이라는 야권 통합 과정을 통해 친노가 야권의 최대 세력으로 부상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친노가 신당 출범 행사 주도

민주당, 친노 세력, 시민단체 출신, 한국노총 지도부 등이 결합한 민주통합당의 18일 공식 출범 행사는 친노 인사들이 주도했다.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가 선언문을 낭독했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총리는 축사를 했다. 문 이사장은 "신당은 정당의 운영, 관행 그리고 문화까지도 근본적으로 혁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총리는 "이제는 정권 교체가 가능하겠다는 생각과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공동 임시대표를 맡은 원혜영 의원을 제외하곤 손학규 전 대표만이 발언 기회를 얻었다. 아직 당원도 아닌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마이크를 잡았지만 정동영·정세균 전 최고위원 등 기존 민주당의 다른 대선 주자들에게는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친노 인사들은 이어 이날 오후 금천구청 강당에서 노무현재단 송년회를 가졌다. 1000여명의 인파가 모였다. 문재인 이사장과 한명숙 전 총리, 문성근 대표, 정연주 전 KBS 사장 등은 '한명숙을 말하다' '2012년 우리들의 운명은'이란 제목으로 토크 콘서트를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사회를 봤다. 문 이사장은 "(부산·경남 승리를 위해) 열심히 할 것"이라면서 "어떻게 열심히 할지는 이번 주중 확실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부산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는 뜻이었다. 출마 지역구는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성근(사진 맨 앞) 국민의명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친노세력, 시민단체 출신, 한국노총 지도부 등이 결합한 민주통합당 출범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당권도 장악할 듯

친노는 민주통합당의 당권까지 쥐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명숙 전 총리가 당 대표 경선에서 상당히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은 이날 저녁 송년회에서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통합당을 이끈다면 정당의 혁신과 정책의 혁신이 가능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 교체를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지난 4년의 악몽을 깨뜨리고 행복해지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19일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문성근 대표도 지도부 경선에서 국민의명령 회원(20만명)과 친노의 지지를 바탕으로 상위권을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친노는 이번 통합 과정에서 우호 세력이 된 시민단체 사람들까지 합치면 사실상 야권 최대 계파가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 쪽에서는 10여명의 인사가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예정이지만 이 중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이인영 전 최고위원, 김부겸 의원 등 3~4명 정도가 친노그룹과 승부를 겨뤄볼 만하다는 평가다. 박 전 원내대표는 호남 전통 지지층의 지원을 받고 있고, 이 전 최고위원은 "한 전 총리나 박 전 원내대표로는 야권의 변화를 보여줄 수 없다"며 '세대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총선에서 대구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의원도 22일쯤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민주통합당은 오는 26일 중앙위원회에서 1차 경선을 통해 당 대표 후보를 9명으로 압축한 뒤 내년 1월 15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친노, 대거 총선 출마

친노 인사들은 내년 총선에도 대거 출마할 예정이다. 알려진 인사만 30명이 넘는다. 문희상 이용섭 장병완 조영택 백원우 의원 등 현역들 외에도 유인태 전 정무수석(도봉을)과 전해철 전 민정수석(안산상록갑), 윤승용 전 홍보수석(용인기흥), 박남춘 전 인사수석(인천남동갑), 천호선 홍보수석(진보당·은평을) 등 청와대 수석급들이 대거 출마한다. 정태호(관악갑)·김종민(논산) 전 대변인도 출마한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김해을)은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에게 도전할 계획이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출신 중에서도 권재철(동대문갑) 최인호(부산사하갑) 윤후덕(파주) 양정철(중랑을) 김현(비례) 등 다수가 출마 준비에 들어갔다. 친노 세력은 이미 작년 지방선거 때 안희정 충남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이 당선됐고, 다수의 시장·군수를 배출했다.

친노 세력의 부상은 최근 야권 통합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맞서온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위기에 빠지고, 호남 출신 정치인 중 비중 있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과 맞물려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