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2.19 03:08
“때가 되면 당을 깨니… 낙선 두려워 이합집산 초선의원들에 실망”
노무현은 '준비 안 된'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 빈곤, 안철수 언행과 처신에 문제
청와대 초청받은 적 없어, 물러날 때 왔지만 불안해, 정치인 최고 덕목은 '용기'
정치판에는 때가 되니 '개혁'과 '쇄신'으로 요란한데,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76) 의원은 국회도서관에서 지내고 있었다. 규칙적인 일과였다.
―구호 속에 숨어있는 본질은 뭐라고 보나?
"정치인의 생존 본능이다. 내년 선거에서 당선되느냐를 계산한다. 선거란 개인의 노력 이상이고, 정당 지지도가 필요하다. 특히 한나라당의 앞날이 어둡다. 하지만 정치인이 낙선하는 걸 두려워해서 되겠나."
―조 의원은 안 두려웠는가?
"낙선도 해봤다. 하지만 낙선을 병가상사(兵家常事)로 여겨야지. 날 때부터 국회의원이 보장됐나. 정말 실망스러운 것은 초선의원들이 낙선이 두려워 부화뇌동 이합집산한다. 쇄신·개혁을 꺼내 도피한다. 살기 위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다는 말도 들었다. 국정 운영에 잘못이 있다면 야당 할 각오를 하고, 앞으로 남은 기간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게 옳다."
―패배가 명백하니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 아닌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과반수를 달라고 했고 성공한 것 아닌가. 내부적으로 개혁하고 인적 쇄신을 할지언정, 다음 선거까지는 적어도 당을 깨거나 당명을 바꿔선 안 된다. 새로운 정당이 되면 이 나라에는 집권당이 없게 된다. 국정운영에서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연대책임이 있다. 그 결과를 피해서는 안 된다."
―구호 속에 숨어있는 본질은 뭐라고 보나?
"정치인의 생존 본능이다. 내년 선거에서 당선되느냐를 계산한다. 선거란 개인의 노력 이상이고, 정당 지지도가 필요하다. 특히 한나라당의 앞날이 어둡다. 하지만 정치인이 낙선하는 걸 두려워해서 되겠나."
―조 의원은 안 두려웠는가?
"낙선도 해봤다. 하지만 낙선을 병가상사(兵家常事)로 여겨야지. 날 때부터 국회의원이 보장됐나. 정말 실망스러운 것은 초선의원들이 낙선이 두려워 부화뇌동 이합집산한다. 쇄신·개혁을 꺼내 도피한다. 살기 위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한다는 말도 들었다. 국정 운영에 잘못이 있다면 야당 할 각오를 하고, 앞으로 남은 기간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게 옳다."
―패배가 명백하니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 아닌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과반수를 달라고 했고 성공한 것 아닌가. 내부적으로 개혁하고 인적 쇄신을 할지언정, 다음 선거까지는 적어도 당을 깨거나 당명을 바꿔선 안 된다. 새로운 정당이 되면 이 나라에는 집권당이 없게 된다. 국정운영에서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연대책임이 있다. 그 결과를 피해서는 안 된다."
조순형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민주당은 최근 지방선거와 재보선에도 승리했다. 특별한 사정이 있었으면 몰라도 당을 깰 만한 사정이 없는 것 같다. 때가 되면 당을 깨는 것이 과연 정당정치고 책임정치인가."
―안철수 교수의 등장으로 기존의 정당정치가 흔들렸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현상일까?
"처음에는 일시적인 것으로 봤는데, 상당히 지속되는 것 같다. 현실적으로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켰으니까. 양대 정당은 맥을 못 췄고."
―안 교수의 대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그는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이미지고, 인간적인 매력도 있다. 여기에 정치권에 대한 불신·실망감이 가세했다. 하지만 아직 대선까지 1년이 남았다. 정치권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많이 달렸다."
―저런 바람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
"안 교수가 등장할 때, 민주당이야 우군(友軍)으로 생각했지만, 집권당은 왜 정면대응을 안 했냐. 안 교수의 언행과 처신에는 잘못된 게 있다."
―어떤 점을?
"그는 지난 6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취임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모든 학문의 벽을 넘나들면서 신지식을 창조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 새롭고 위중한 분야라면 전심전력해야 한다. 그런데 취임 석 달도 안 돼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려고 했다. 이는 공인으로서, 국립대 교수로서 문제가 아닌가. 그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와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었다. 현 정권의 국정철학이나 가치관에 동조해왔다는 뜻이다. 이런 그가 '집권세력은 역사를 거스르는 세력'이라고 극단적인 비판을 했다. 이런 모순을 왜 지적하지 않나. 또 서울시장 선거가 끝난 뒤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에서 상식이 이겼다'고 논평했다. 그러면 나경원 후보를 지지한 46%는 비상식적인가."
―대통령으로 가기 위해서는 '권력의지'를 중요하게 본다. 안 교수의 권력의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변에서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에서도 영입하려고 하지 않나."
―조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형식상으로 그렇지만 실권은 없었다."
―당시 지지율이 낮았던 노무현 후보에 대해 '당내 흔들기'가 있었지만 그를 지켰다. 그때 어떤 확신을 갖고 있었나?
"민주당 경선에 여러 후보가 나왔다. 처음에는 '이인제 대세론'이 있었다. 당시 천정배 의원이 찾아와 '노무현 후보에게는 지지하는 현역의원이 없다. 다른 사람은 소용없고 선배께서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딴 후보들도 모르는 사이가 아니니 내가 나서기는 그렇다'고 말했다. 당시 노 후보에 대해서는 아직 이르지 않는가 생각했다. 어쨌든 경선에서 노 후보가 이겼다. 하지만 그 뒤 치른 지방선거 결과가 부진했고 인기가 떨어졌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 열대여섯명이 탈당해 정몽준 의원 쪽으로 옮겨갔다. 나는 그게 굉장히 못마땅했다. 경위야 어떻든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로 당 후보를 뽑았다. 지지하는 게 당연한 도리다. 그때 노 후보가 '도와달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렇게 해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노 후보 당선의 공신(功臣)이라고 할 수 있는가?
"뭐 그렇게 볼 수도…."
―이듬해 '개혁'을 앞세운 친노파가 열린우리당을 만들어 민주당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게 노 대통령과 갈라서게 된 계기였다."
―당시 흐름은 열린우리당 쪽이었는데, 그때 조 의원은 왜 남았나?
"노 대통령은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됐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이다. 민주당이 아무리 '구태정치'라 해도, 분당하거나 해체시켜서는 안 된다. 국정운영에 대해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그런 열린우리당도 노무현 집권이 끝나기 전에 해체됐다."
―당시 잔류 민주당 대표로서 노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런 결행에 아쉬움이 없나?
"원칙대로 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노 대통령이 한 발 좀 물러섰으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기회가 몇 번 있었다."
―노 대통령을 당선시킨 입장에서 탄핵까지 나선 데는 감정적인 면도 개입됐나?
"그가 민주당을 분당시킨 것은 도의적으로 잘못됐다. 그 뒤에도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도와주는 것'이라고 공개 발언을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중앙선관위에서 두 차례 공문을 보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선거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탄핵사유가 된다. 하지만 그때껏 헌정사에서 대통령 탄핵은 없었다. 의원 과반수 발의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탄핵 발의를 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리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그냥 정치적인 경고였을 뿐이다."
―결국 그전까지 대중적 인기가 좋았던 조의원이 '탄핵역풍'을 맞고 낙선했다.
"그때는 정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지역구도 타파에 나서 불이익을 받는 등 신념과 용기가 있는 대중정치인이다. 다만 준비 없이 대통령이 된 게 아닌가. 대통령이 돼서는 주위에 잘 보좌하고 이끌어줄 인맥이 없었다. 너무 섬광처럼 됐지 않는가."
인터뷰하는 모습

"현실적으로 당세나 여러 가지로 보나 가능성이 없었다. 다만 대통령 후보가 있어야 했고, 흥행을 위해 경선을 치러야 하니 내게 나서달라고 했다."
―이인제 의원에게 밀려 2등을 하다가 중도사퇴했다. 본인의 정치력에 어떤 한계가 있었나?
"조직과 자금이 없어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그전에도 최고위원·원내총무를 뽑는 당내 선거에 나갔지만 다 졌다."
―그 뒤 탈당했는데.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통합하려는 것을 내가 반대했다. 민주당을 파괴했던 정당 아닌가. 민주당은 보수정당인데, 그 정체성이 변질되는 걸 보고 탈당했다."
―그게 밉다고 정치적 입장을 달리해왔던 자유선진당으로 가서 비례대표가 됐다. '미스터 쓴소리'의 이름을 더럽힌 게 아닌가?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해봐야 어렵고, 정치를 접으려고 했다. 그때 이회창 총재 측에서 제안이 왔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보수주의 노선에 공감했다."
―비례대표는 두 번 하는 경우가 드물고, 현재 나이를 감안하면 지역구 출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지역구는 끝났고…, 물러나갈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
―최종 결정을 못 내렸다면 어떤 미련이 있나?
"의사당 안에서 최루탄을 투척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법관이 정치적 발언을 마음대로 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한다. 법치가 실종돼가고 있다. 한나라당도 복지포퓰리즘을 쫓아가고 있다. 뭔지 모르나 떠나기가 불안하다. 내가 농담으로 '정치 인생 30년쯤 지나니까 국회의원은 이렇게 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새로 시작한다면 정말 잘할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술도 안 마시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오후 6시면 퇴근하고, 성격적으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지 않는다. 어쩌면 정치인으로서 가장 부적합한 사람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늘 하고 지냈다. 정당 안에서도 비주류였다. 내 성격 탓도 크다."
조병옥 박사의 아들인 그는 1980년 형 조윤형 의원이 정치규제로 묶이자, 형 대신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 뒤로 30년을 정치판에서 지냈다.
―그런데 7선(選)을 했다.
"술 마시고, 자기 자랑 잘하고, 청탁 잘하고, 무리 잘 짓고, 권모술수에 능한 것, 정치인에게는 이런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나는 교과서대로 해왔다. 이제 새로운 유형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덕목은?
"용기일지 모른다. 불이익과 손해가 있더라도 발언하고 행동하는 용기 말이다."
―민노당의 김선동 의원은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렸으니 용기있는 정치인 아닌가?
"그건 잘못된 용기다.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 신념이 옳다는 것을 위해 발언하고 행동한 것은 평가해줘야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런 용기의 10분의 1만 있어도 오늘날 국회가 정치가 이렇게 안 됐을 것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점수를 얼마나 줄 것인가?
"그렇게 부지런한 대통령이 없다고 들었다. 경제위기를 두 번 잘 극복했다. 다만 정치력 빈곤, 부재다. 정치를 잘 모르고 멀리 했다. 오늘날 지지율이 하락된 것은 그 때문이 아닌가. 국정의 실패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평가되겠지만."
―어떤 정치력을 말하나?
"18대 총선이 끝난 뒤 한나라당 당선자만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했다. 이건 참 잘못하는구나. 여·야 안 가리고 당선자 전원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야지. 내가 양대 정당 소속이 아니더라도 국회 최다선인데 청와대 콜을, 청와대 정무수석의 방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이번 한·미 FTA 처리를 앞두고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왔다. 정중하게 잘 썼더라. 하지만 이를 의원사무실마다 그냥 던져놓고 갔다. 장관과 수석비서관들을 특사로 보내 의원들 개개인을 직접 만나 설득해야 하지 않는가. 이게 정치력의 한계다."
―'미스터 쓴소리' 별명에 본인은 자부심을 느끼나?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얘기해 별명이 붙었는데, 오히려 부담이 되지. 쓴소리를 마냥 해야 하니까."
―쓴소리를 잘하는 사람은 남의 쓴소리를 듣는 건 못 참는다는데.
"나도 사람이니까 그런 소릴 들으면 불쾌하지만, 뭐 좋은 말만 들을 수 있겠나."
―좀 재미가 없는 사람이 아닌가? 꼬장꼬장하고, 집안에서도 그런가?
"별명이 붙어서 그렇지, 농담하고 웃기도 잘한다." 그는 웃어보였다.
- "내년 총선 과반 가능성 충분" 신정록 정치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