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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의 섬 완도] 전복이 바꾼 삶 … 외제차 타고 골프 즐겨

화이트보스 2012. 5. 24. 12:01

전복의 섬 완도] 전복이 바꾼 삶 … 외제차 타고 골프 즐겨

완도 노화도 주민의 달라진 생활
연 소득 1억원 이상이 무려 564 가구
생산·유통 일원화 … 수출시장도 선점

2012년 05월 24일(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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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윤모씨(45·광주시 서구 풍암동)는 처가인 완도 노화도만 가면 기가 죽는다. 전복양식으로 ‘떼돈(?)’을 번 처가 식구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위화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씨는 “얼마전에 처가에 들렀다 작은 아버지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집앞 정원에 심어놓은 5000만원짜리 정원수가 말라 죽었는데도 별로 아쉬워하지 않고 가볍게 얘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전복 부촌 노화도=노화도는 전복양식이 가져다 준 부의 현주소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전남은 전국 전복 생산량의 대다수인 98%를 생산하는데 이 가운데 75%가 완도에서 나온다. 노화도는 1981년 전남에서 처음으로 전복 양식에 나선 곳으로 현재 713가구가 바다에 가두리를 설치해 전복을 기르고 있다. 한마디로 전남 전복산업의 성장 과정을 나이테처럼 보여주는 곳이다.

면적 25㎢의 노화도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618가구에 5829명.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50대로 외제 차량도 36대에 달하고 고급 주택도 섬 곳곳에 들어서 있다.

완도군에 따르면 전복양식으로 연간 1억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는 집도 564가구나 된다. 전남지역 2만1809어가(漁家) 중 1억원대 소득을 올린 곳은 2230가구에 불과한데 이중 25%가 노화도에서 나온 것이다. 목포나 광주 등지에 집을 사두고 주말과 휴일이면 고급 차를 배에 싣고 육지로 나가 골프를 치고,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한 주민은 “주민 가운데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 100명에 가깝다”고 전했다.

◇군, 유통구조 개선에 최선=전복 생산액 증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양식 어민들이 실제 주머니에 얼마나 돈을 넣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어업인 주식회사인 완도전복(주)은 생산자가 유통까지 맡아 어민들의 실질 소득을 늘려 놓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개선되자 어민들의 매출대비 순소득도 기존 30%대에서 40%대로 올랐다. 3억원 어치를 출하할 경우 1억2000만원의 순수입을 손에 쥔다는 얘기다.

더구나 완도전복 설립 이후 대형 유통업체와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이던 어민들이 관계가 개선됐다. 대량 공급망을 무기로 유통과정에서 폐사와 감량을 고려해 50%까지 더 주던 일명 ‘덤’ 물량을 10%까지 낮췄고 평균 45일 걸리던 대금결제 기간도 7일로 줄였다.

완도군은 유통구조 개선으로 지난 3년간 어민들이 얻은 소득이 125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양식섬’으로 수출시장 선점=전복산업은 10년 동안 25배가 성장했지만 미래 전망도 밝은 편이다. 워낙 가파르게 성장한 탓에 국내시장 성장은 한계가 있지만 세계 소비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한 거대한 중국을 비롯해 수출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국내 전복 수출은 연평균 36.6%씩 증가했다. 2007년 1504만 달러이던 수출은 지난해 5235만 달러로 늘었다. 정부는 개발억제 품목이던 전복을 올해부터는 신규개발을 허용해 어장면적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남도는 대규모 전복 양식섬을 조성해 수출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완도·진도·신안 가운데 적지를 선정해 200ha(60만평)의 대규모 가두리 양식장을 만들고 주변에 가공·유통시설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연구용역에 들어갔으며 정부가 타당성을 인정할 경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남도는 양식섬 조성으로 연간 1000여t의 전복이 생산돼 500억원의 소득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전남 전복산업이 부가가치를 더 높이려면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어 현재 98%를 차지하는 활전복 수출 비중을 줄이는 과제는 남아있다.

/장필수기자 bungy@kwangju.co.kr

/서부취재본부=정은조기자 ejchung@


 

[전복의 섬 완도] 귀향 부르는 전복 … 활력 되찾은 어촌
대기업 사원도·로스쿨 출신도 돌아와
“돈 많이 벌고 신분 안정 … 만족합니다”

2012년 05월 24일(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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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을 보장하는 전복 양식산업이 새로운 농어촌 귀향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과 유명 로스쿨 출신이 전복양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고 가족연봉제 도입으로 이촌을 막는 한편 귀향으로 되돌리는 사례가 늘면서 끊겼던 아이 울음소리가 커지는 등 어촌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최준호(42·완도군 청산면)씨는 고학력 전문직의 대표적인 귀향 사례다. 국내 최고수준인 삼성경제연구소 출신인 최씨는 부친의 권유와 전복양식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고향에 돌아와 1ha의 전복양식으로 1억원이 훨씬 넘는 순소득을 올리고 있다. 최씨는 “나이가 들수록 신분이 불안해지는 대기업 환경에 고민하던차에 아버지의 몸이 편찮아 귀향을 결심했다”며 “힘들기는 하지만 대기업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없고 수입도 이전보다 3배 이상은 많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석명(36)씨는 서울 유명대학 법학과를 졸업한후 광주에서 다니던 로스쿨을 그만두고 청산도에 정착했다. 법률사무소에 취업하는것보다 전복양식장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완도군 소안면에서는 부자간에 기업체의 노사계약과 같은 연봉제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업 경영방식을 도입해 자녀들의 이탈을 막고 있다.

‘가족연봉제’를 처음 시도한 황영우(58·소안면 가학리)씨는 수협에 근무하던 아들이 직장에 회의를 느껴 대도시로 이주하려 하자 자신이 경영하는 전복양식장에 근무하면 연 5000만원의 기본급과 경영이윤 창출시 상여금을 포함한 총 60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아들은 현재 양식장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황씨처럼 가족연봉제를 도입한 어가는 현재 18세대에 달한다. 7세대의 자녀는 도시에서 살다 귀향했으며 11세대의 젊은이들은 부모로부터 연봉제로 급여를 받으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완도군 관계자는 “젊은이들의 귀향으로 아이들이 늘면서 어린이놀이터를 6개나 신설했다”며 “전복양식이 젊은층을 불러들이는 귀향 모델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필수기자 bungy@kwangju.co.kr

/서부취재본부=정은조기자 ej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