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의 재발견/겨례의 지도자

혼자 북 치고 국민은 구경하고"라니…

화이트보스 2012. 8. 21. 10:55

혼자 북 치고 국민은 구경하고"라니…

  • 김대중 고문
    • 이메일

  • 입력 : 2012.08.20 23:04

    대통령이 자국 땅 확인했는데 정작 국내에선 갑론을박 트집…
    손익 계산 몰두하는 치졸함도… 오히려 북한은 日 공격 대열에
    중요한 건 '국가로서 지킬 가치', 영토 수호 위한 행동 보여줄 때

    김대중 고문

    일본 사람들이 히죽이 웃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자기 나라 대통령이 자기네 땅임을 확인한 행사를 두고 갑론을박하는 한국을 보며 어찌 흐뭇하지 않겠는가.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후원하고 국론을 모아가는 중요한 후속 조치에서는 우리가 일본에 지고 있는 것 같아 하는 소리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에 다녀온 뒤 일본 정계와 사회는 발칵 뒤집혀 이 대통령의 행동을 비난하고 정부는 국제기구에 제소를 제의하는 등 강력한 액션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가 일왕(日王)의 방한문제와 관련, 딱 부러지는 언급을 한 뒤 일본은 한목소리로 드세게 반응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그동안 독도문제가 표면에 불거질 때면 간간이 등장하던 일본 내의 반론조차 이번에는 잠잠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본이 일사불란해 보인다.

    그에 비해 한국은 내부의 벌집을 건드린 형국이다. 대통령의 방문이 발표된 뒤 우리 언론에는 사실을 확인해보지 않고 방문 계획을 먼저 일본에 통보했다느니 등의 트집성(性) 기사가 실렸다. 그러더니 '왜 그랬을까' '정권 말기 레임덕 해소를 위한 퍼포먼스다' '지지도 하락을 만회해보려는 꼼수다'는 등의 반응이 크게 자리 잡았다. 한 여론조사(리얼미터)로는 국민의 66.8%, 즉 3분의 2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지지하고 있다. 지지하지 않는 3분의 1은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전체주의적 발상에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적어도 이런 문제에 대한 반대자들의 국가관이 궁금해서 하는 소리다.

    "국민감정과 국가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외교 사안을 '깜짝쇼'로 활용했다"며 '아주 나쁜 통치행위'라고 언급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악평의 극치였다. 그 밖에 '실정(失政)을 호도하려는 국면 전환용','한일관계의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등의 반응도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국민은 구경하고…'라는 좌파 네티즌들의 반응까지 합하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한민국 땅 방문'은 마치 있어서는 안 되는 잘못된 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일부 지성인, 전문가, 정치권, 사회 여론 주도층의 반응을 보면 일단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긍정하는 듯 앞세워 놓고서는 재빨리 그 뒤에 온갖 조건과 푸념과 비판을 달아 과연 그의 독도 방문을 찬성한다는 것인지 반대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얼버무리고 있다. 대립적·적대적 위치에 있는 나라와 관계된 영토 및 주권문제에 대해 이처럼 제3자적이고 논쟁적인 나라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첨예한 외교적·국토적 쟁점 앞에서 국론 통일은 고사하고 이처럼 적전 분열을 일삼는 야당이 또 있을까 싶다.

    놀랍게도 북한은 일본을 맹공하는 대열에 섰다. 노동신문은 16일자에 '독도가 누구 땅인데 생떼질인가'라는 제목 아래 '남조선 집권자의 독도 시찰을 계기로 날강도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독도문제와 관련한 추태는 실로 터무니없는 망동'이라고 했다. 북한이 굳이 우리 편을 들었다기보다 우리 야당들이 걸핏하면 들고 나오는 국면 전환, 깜짝쇼, 레임덕 운운 등의 언급이 없는 점만큼은 북한이 적어도 우리 야당보다는 대일 전선(前線) 면에서 한 수 위인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에서는 통화스와프가 어떻다느니, 300만명이 넘는 일본 방문객의 문제가 심각하다느니, 한일 교류에 치명적이니 하는 등의 손익 계산에 몰두하는 치졸함을 보이고 있다. 외교에서는 '꿩 먹고 알 먹고'가 없다. 한 국가로서 지켜야 할 가치가 어느 것에 더 있느냐 없느냐로 판가름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 2차적이고 상대적인 것은 아무리 아쉽더라도 버리는 것이 성숙한 나라와 국민이 취할 태도다. 현 대통령에게 아무리 불만이 있고 또 실망했다 해도 대외적으로는 그것과 별도로 '우리 대표자'편에 서는 것이 도리다.

    특히 최근 일본의 태도에서 우리는 심상치 않은 점을 발견한다. 중국의 부상(浮上)과 더불어 주변국들과의 영토 분쟁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일본은 초조함을 보이고 있다. 핵무장 얘기를 꺼내고 자위대의 해외 출병문제를 부각하더니 방위백서에 독도를 거명하고 기타 분쟁지역에 본격 개입하는 등의 공격적 변화가 감지된다. 이런 단계에서 우리 대통령이 독도에 쐐기를 박은 것은 대단히 시의적이다. 더 나아가 잔혹하고 참혹한 식민정책과 전쟁 도발의 궁극적 책임을 지는 일본의 왕이 고작 의미도 생소하고 내용도 불분명한 '통석의 염'뒤에 숨어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우리끼리 자족(自足)하는 퍼포먼스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일본을 향해, 세계를 향해 '대한민국 땅'을 지키고 필요하다면 싸울 수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줄 시점에 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대통령의 결정을 믿어주고 밀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