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6.04 14:49 | 수정 : 2013.06.0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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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시스템스의 개인용 3D 프린터/3D 시스템스 제공
미국 국무부와 경찰 당국은 코디 윌슨을 요주의 인물로 예의주시하며 3D 프린터 제조를 규제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D 프린터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리가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의 제조방법을 혁신할 것”이라고 극찬했던 제조혁명이면서 동시에 시한폭탄이기도 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3D 프린터는 이제 머나먼 미래 기술이 아닌 우리 생활 속으로 점점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다. 3~4년 전만 해도 가격이 비싸 일반 개인은 구입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가격이 떨어지면서 보급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제조 기술력도 정교해져 3D 프린터로 만들지 못하는 제품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디자인 경험 없는 초보자도 쉽게 사용…3차 산업혁명의 대표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3차 산업혁명’이라는 특집기사에서 3D 프린터를 집중 조명했다. 전통적인 제조방식이 디지털 기반으로 변화, 과거와 달리 필요한 만큼 찍어내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각광받게 된 것이다. 3D 프린터는 바로 이런 시대의 흐름에 걸맞은 제품이다. 기업 사무실이나 공장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도 개인들이 직접 쓸 신발과 귀걸이 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3D 프린터의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컴퓨터에서 3D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설계 데이터를 3D 프린터로 전송한다. 3D 프린터에는 금속·고무·플라스틱 같은 원재료가 들어 있어, 설계도에 맞게 재료를 층층이 쌓아나가면 실제 물체처럼 입체감 있는 제품이 나온다.
3D 프린터 제조사인 메이커봇의 브레 페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디자인 경험 없이도 이제는 누구나 특정 물체를 스캔하고 3D로 프린트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엉덩이 관절부터 보석까지 만들어…시장규모 급성장
3D 프린터는 1981년 일본 나고야시연구소의 히데오 코다마가 처음 실제 모델을 구현했다. 이후 30년간 기술적 진보를 거듭했다. 현재 미국 GE, 스위스 ABB, 이탈리아 피아트 같은 자동차·전기 회사들이 각종 부품과 시제품을 만들 때 3D 프린터를 적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아들러 오르소(Ortho)라는 기업은 엉덩이 관절 같은 사람의 신체에 주입할 수 있는 기구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캐나다의 핫 팝 팩토리는 맞춤형 보석을 만드는 데 3D 프린터를 사용중이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의 3D 프린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3D 시스템스가 내놓은 기본 모델(큐비파이)의 경우 가격이 1300달러(약 145만원) 수준으로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컨설팅기업 홀러스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세계 3D 프린팅 시장 규모는 오는 2015년 37억달러(약 4조10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2019년에는 65억달러(약 7조2000억원)까지 성장,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 주도…규제 문제 찬반 엇갈려
3D 프린터 업계는 최근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스트라타시스는 작년 12월 이스라엘 오브젯을 합병, 세계 1위 3D 프린팅 기업이 됐다. 스트라타시스는 전 세계 8000여곳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합병 전 두 회사의 매출 규모는 2억7700만달러(약 3000억원) 수준이다. 또다른 3D 프린팅 회사인 3D 시스템스 역시 작년 1월 경쟁사인 Z 코퍼레이션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일부 중소기업만이 3D 프린터 시장에 뛰어들었을 뿐 삼성, LG 같은 대기업들이 직접 사업화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3D 프린터가 ‘개인 제조 시대’를 열면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도 만만치 않다. 개인이 3D 프린터로 총기를 만드는데 성공했기에 적정한 규제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폭스뉴스가 단독 입수한 미국 국토안보부 문건에 따르면 “3D 프린터로 일반인이 총기를 제조하는 행위가 치안에 심각한 위협이나, 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상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를 근절시키는 것만큼이나 3D 프린터 문제를 규제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