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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세계 5대 식량수입국, 자급률 26% 불과

화이트보스 2016. 2. 18. 14:10



중국·일본, 최악의 곡물사태 속속 대비
한국, 세계 5대 식량수입국, 자급률 26% 불과

지구촌 식량전쟁 고조, 한국 ‘안전지대’ 아니다

미래학자들은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를 조심스럽게 예견한다. 물론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서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먹거리는 국가 간 분쟁요인이 될 소지가 높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이면에는 먹거리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몇 해 전 발생한 ‘중동의 봄’도 시작은 배고픈 한 시민의 분노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식량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반면 우리는 어떨까. 전임 정부에서 추진 중이던 식량안보 어젠다는 국제 식량시장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 안전한 조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 식량부족시대를 대비하는 최선의 과제라고 강조한다.

글 | 송창섭 이코노미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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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국 농업부는 쌀, 밀, 옥수수에 이어 감자를 4대 주식(主食)으로 만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감자를 주력 농산물로 삼으려는 것은 다목적 카드다. 우선 감자는 춥거나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재배에 많은 물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병충해에도 강하다. 이런 이유로 중국 정부는 감자를 중국 전역에서 재배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농작물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의 식량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강력한 식량 증산(增産)정책을 펴 생산량은 늘었지만 도시화로 인한 경지면적 제한과 수자원 부족, 수익성 하락, 농업인력 부족 등은 여전히 중국 식량수급의 목줄을 잡고 있다. 되레 육식수요 증가로 사료용 식량 수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때문에 중국 정부는 현재 식량안보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1월 중국 국무원이 ‘식량안보 성장책임제 완비 및 건립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성(省) 차원의 식량수급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도 식량안보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곡물메이저 “동북아 식량난 심화될 것”
 
최근 세계 곡물시장 동향은 국제 뉴스에서 다소 뜸한 모습이다. 국제 곡물가가 안정세를 보인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부에서는 오히려 늘어난 재고처리를 걱정할 수준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분석한 국제곡물가격 추이에 따르면, 미국 내 밀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세에 있으며 나머지 곡물가격도 안정세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수출업계는 올해 국제 곡물가가 24%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다국적 곡물메이저 붕게(Bunge)가 분석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곡물 소비량 증가로 옥수수, 밀, 대두 거래량이 2001년 대비 오는 2024년 1억7500만톤(MMT)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붕게는 특히 “아시아와 중동은 늘어나는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수입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현재 국제 곡물시장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강하다.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형적인 비대칭 구조다.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잦아지면서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옥수수 등 일부 곡물이 바이오디젤 등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도 가격 변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물(先物)시장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점도 국제 곡물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해상운임과 같은 운송료 영향도 받는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식량안보가 화두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식량안보의 큰 줄거리는 이렇다. 기상이변으로 작황이 악화된 생산국들이 수출을 제한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럴 경우 식량은 언제든지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가정해 볼 수 있는 게 공급량이 제한을 받으면서 수입국들의 식량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 경우다. 실제로 최근 5년 사이 중국, 인도,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주요 곡물 수출국들은 수출세를 부과하고 수출할당 등을 통해 곡물 유출을 제한했다. 단적인 예로, 지난 2010년 여름 식량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은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자원민족주의 조치를 펴 국제사회의 공분을 산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식량 안보 위기론자들이 주장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약 26%에 불과하고 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세계 5위의 곡물수입국이고 △이모작과 유휴경작지 모두를 활용해서 확보 가능한 곡물이 현재 수입량의 10% 수준이라는 것이다. 식량안보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취약한 구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12년 해외농업개발협력법을 제정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외농업개발협력법의 골자는 해외농업개발 사업에 대한 목표와 전략 및 추진계획 등의 종합계획을 10년 단위로 추진토록 하며 해외농업개발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하거나 소득세, 법인세 등을 감면해 주는 데 있다.

하지만 일부 조항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융자지원금 규모다. 현재 정부가 해외농업개발에 지원하는 것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시행하는 300억 규모의 융자사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10만톤 규모의 곡물저장소와 운송할 수 있는 항구에 곡물을 선적하는 엘리베이터 하나 짓는 데 최소 2000억원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 인천항 수입곡물 사일로에서 수입 곡물이 운반차량에 실리고 있다.
 
일본, 종합상사 필두로 공급선 확보 나서
 
결국 식량안보 차원에서 생산부터 최종수비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공급하는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국제 곡물시장은 생산자, 중간수집상, 수출업체, 수입업체를 거치는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중간수입상이다. 곡물업계 마피아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곡물메이저가 이 영역에서 활동한다. ‘곡물계 ABCD’라고 불리는 곡물메이저는 아서 대니얼스 미드랜드(ADM), 붕게(Bunge), 카길(Cargill), 드레퓌스(Dreyfus) 등이다. 여기에 우리 농협과 같은 일본 젠노(全農)와 미쓰이(三井), 마루베니(丸紅), 이토추(伊藤忠), 미쓰비시(三菱), 스미토모(住友) 등 종합상사 등도 국제 곡물계 큰손으로 불린다.
 
지난해 2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글로벌 식량안보 강화를 위한 미국의 전략 및 시사점’에 따르면, 다국적 곡물메이저들은 농지 등의 생산수단에 집착하지 않고 유통과정을 점유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신용거래방식으로 출발한 덕분에 비밀스러운 가족경영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점도 공통점이다. 보고서를 쓴 이대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인세율이 낮고 외환거래가 자유로운 스위스에 법인을 설립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비밀계좌를 활용해 곡물을 거래하기에도 스위스가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계 주요국가마다 안정적인 곡물 공급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지금은 가격이 안정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2007~08년판 곡물파동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 정부가 생산된 옥수수 일부를 바이오디젤 연료 용도로 전환하면서 국제 곡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012년에는 기상이변으로 작황이 부진해 곡물가가 치솟으면서 농산물 가격 급등이 일반물가를 끌어올리는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와 Inflation 합성어)이라는 용어까지 빈번히 사용됐다. 

이에 따라 최근 세계 각국은 혹시 발생할지 모를 식량조달 불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국영기업인 중량그룹(COFCO)을 앞세워 국제곡물유통시장에서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량그룹은 지난 1949년 식품 무역회사로 출발해 지금은 종합 농산물 식품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중량그룹은 지난 3월 네덜란드 곡물무역업체 니데라(Nidera) 지분 51%에 대한 인수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4월에는 아시아 최대의 곡물유통회사 노블(Noble)그룹의 노블농업 지분 51%를 16억4000만 달러에 매입해 단숨에 세계 3위권으로 뛰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월31일자 기사에서 “중량그룹이 식품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덩치를 키워 미국의 최대 곡물회사 카길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은 자국 종자(種子) 시장을 지키기 위해 5200개에 이르는 토종 종자기업 가운데 50개를 집중 육성해 몬산토, 듀폰 등 다국적 종자기업과 경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중국은 독점적인 메이저 구입루트에서 탈피하기 위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주요 농업생산국 내 도로, 인프라 등을 정비해 주는 조건으로 대두에 의한 곡물조달 결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자체 곡물조달 능력 면에서는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1960~70년부터 해외 농장개발을 추진해 최근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마루베니상사의 경우 이미 지난 2005년 프랑스 곡물상사인 아그렝코그룹으로부터 남미산 곡물의 일본, 동아시아용 10년간의 우선판매권을 취득했다. 
 



1. 프랑스의 한 농가에서 밀을 수확하고 있는 모습.
2. 파키스탄 사람들이 곡물을 배급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3. 인천항 7부두 선박에 실려 있는 수입 옥수수.
 
‘한국판 카길 프로젝트’ 좌초돼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조달과 관련해 대비책이 부실하다. 전임 이명박 정부시절 몇 차례 국제 곡물가가 치솟자 지난 2011년 4월 국가곡물조달시스템(한국판 카길 프로젝트)을 마련했지만 설립 3년 만에 흐지부지됐다. 당시 정부는 농수산물유통공사(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삼성물산·한진·STX 등 3개 민간 사업자가 공동으로 AGC(aT Grain Company·이하 aT그레인)를 미국 시카고에 세워 2015년부터 연간 215만톤의 곡물을 조달해올 계획이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현지 곡물조달시스템)부터 매입해 안정적인 조달체계를 갖추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처음부터 관련 업계의 외면을 받으면서 아무런 성과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해 사업비를 반납하고 스스로 문을 닫았다.

현재 정부는 국가곡물조달시스템보다 규모가 작은 해외곡물유통망구축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은 “일본 젠노도 제대로 된 곡물유통망을 갖추는 데 30년이 걸렸을 정도로 국제곡물유통망 사업은 장기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국제곡물시장의 시장 메커니즘을 너무 몰랐고, 관련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실패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조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재고량이 많은 쌀의 경우 경작량을 줄이지 않고 통일미 비축이나 가공산업 육성 쪽으로 정책 목표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사상 최저치인 23.1%를 기록했다. 대두(콩)는 연간 120만톤, 옥수수는 800만톤, 밀은 300만톤을 수입하고 있다. 이 중 옥수수와 밀은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형태다. 쌀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기구)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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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07-10 09:18   |  수정일 : 2015-07-10 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