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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앞바다에 반쯤 잠긴 용(龍)의 모습으로 누워있는 섬 고하도(高下島), 금방이라도 용이 살아움직여 승천할것만 같은 형상을 한 이 섬은, 행정구역상 목포시 달동 산 230으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애국충정이 스며있는 곳이다.
▲사진(1)=400여년 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애국충정이 서려있는 고하도, 이곳엔 이충무공의 구국혼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삼문’이 있어 간간히 찾는 길손을 맞고 있다.
▲사진(2)=이충무공이 고하도에서 108일 동안 머물며 왜적을 격퇴했다. 이를 기념키 위해 세워진 ‘이충무공 기념비’엔 6·25때의 총탄 흔적이 지금도 역력히 남아있어 가슴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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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하도 이충무공 삼문
400여년 전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더듬기 위해 목포 항만여객터미널에서 신진호에 승선, 10여 분 쯤 내달렸다. 새해 첫 아침이라서일까.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의 모든 고통을 한꺼번에 씻어내기라도 하듯,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은 고하도를 찾아가는 길손의 마음을 더욱 상쾌하게 했다. 배에서 내려 이순신 장군의 체취가 배어있는 ‘삼문’과 ‘이충무공 유허비’를 순례하기 위해 산비탈길을 거슬러 올랐다.
총총히 오르는 계단, 그 사이로 푸른 이끼가 겹겹이 끼어 400여 년 이란 세월의 무상함을 말없이 대변해주고 있었다. 여기에 아침부터 흩날리기 시작한 가느다란 눈발과 함께 주변의 소나무는 잔가지를 잘게 떨며 당시 적진을 향해 외쳤던 이충무공의 쩌렁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고하도, 이 섬이 역사적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1597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08일 동안 이 섬에 주둔하여 군량미와 군수물자를 비축했던 곳으로 호국의 얼이 서려있는 유서깊은 곳이다.
이곳 유적지에는 장군이 사무를 보며 군사를 관리하던 보영터, 적의 침입을 막기위해 쌓았던 석성, 군사를 정비하고 다음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 전선(戰船)을 만들었던 조선터 등이 고스란히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충무공이 이곳 고하도에 머물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1597년 10월 11자 ‘난중일기’에 잘 나타나 있다.
…낮에 안경도(현 신안군 안좌도)에 이르렀는데, 바람도 좋고 날씨도 화창했다. 배를 내려서 제일 높은 산봉우리 위에 올라가 배를 감추어 둘 만한 곳을 살펴보았다. 동쪽은 앞에 섬이 있어서 멀리 바라볼 수 없으나 북쪽으로는 나주와 영암의 월출산까지 터졌고 서쪽으로는 비금도까지 통하여 눈 앞이 시원했다.…<중략>
이 글에서 알 수 있듯 당시 이충무공은 해남 우수영의 왜군 침탈을 정확히 감지하고 있었고(10월 9일), 우수영에 머문지 하룻만인 10월 11일 안좌도로 진을 옮겼으며 바로 이튿날에는 암태도 앞 당사도에 머물렀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이충무공으로서는 좀더 완비된 진영의 확보와 지리적인 요충을 생각하고 있었을 게다.
그래서 이충무공은 군사요충지로서 손색이 없는 고하도에 108일 동안 머물면서 전열을 가다듬으며 구국의 혼을 불살랐던 것이다.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전남도지정 문화재 제39호)가 고하도 유적지에 세워져 있는데, 이것은 1772년 8월 충무공의 5대손 이봉상이 건립한 것이며 비문은 남구만이 짓고 글씨는 조태구가 썼다.
비문에는 장군의 업적과 충성심, 지혜로움을 기리는 글이 새겨져 있고, 그 내용은 ‘2597년 이충무공은 전쟁이 한창이어서 양식이 가장 소중할 때 형편을 살피어 진을 친 곳이 이곳 고하도…<중략> … 장군의 뜻을 발전시키고 백성들이 사모하기 위함이다’라고 적고 있다.
이충무공의 충성심이 서려있는 ‘삼문’을 돌아 내려오는 고하도 선착장 뒤로 새해 첫 눈은 속절없이 내려 바다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림·사진/ 서양화가 박주하
글
김선기 기자 kimsg@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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