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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민들레’가 충청도 이남지방에 많은 비를 뿌린다고 한다. ‘과연 산을 잘 오를 수 있을까’ 여기저기 걱정속에 대원들은 집결했다.
전 대원들이 산행을 끝냈던 신풍령 중턱에 모인 이번 대원들의 수는 모두 11명. 평소보다 많은 숫자이다.
오전 7시50분 드디어 산행이 시작됐다. 짙은 안갯속에 모인 대원들은 저마다 신풍령의 오르막길을 바라보며 일단 걱정부터 앞세우지만 힘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태풍 ‘민들레’가 충청도 이남지방에 많은 비를 뿌린다고 한다. ‘과연 산을 잘 오를 수 있을까’ 여기저기 걱정속에 대원들은 집결했다.
전 대원들이 산행을 끝냈던 신풍령 중턱에 모인 이번 대원들의 수는 모두 11명. 평소보다 많은 숫자이다.
오전 7시50분 드디어 산행이 시작됐다. 짙은 안갯속에 모인 대원들은 저마다 신풍령의 오르막길을 바라보며 일단 걱정부터 앞세우지만 힘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그림1중앙#
여름 산행이지만, 날씨탓에 우리 대원들 외엔 안개밖에 보이지 않는다. 키보다 더 큰 억새와 꽃나무를 헤치며 숨을 몰아쉬는 대원들 사이로 아침이슬만 옷을 적셔간다.
나리꽃과 원추리가 소담스레 피어있는 등산로는 짙은 안개속에서도 색다른 산행의 재미를 일깨워준다. 아쉬운 건 점차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어도 주위의 경관을 단 한치도 볼 수 없다는 것.
#그림2중앙#
40여분 발을 구르며 오르자 된새미기재에 도착한다. 대간은 여기서 90도 꺾어 북쪽으로 향해야 한다. 자칫 오른쪽길로 잘못 들어가면 길을 잃을 수 있다. 조금만 더 오르면 수령봉(해발 1090m) 어깨에 다다른다. 날씨만 좋다면야 사방이 탁 트인 경관을 마음껏 감상하겠지만, 짙은 안개는 여전히 시선을 가로막는다.
#그림3중앙#
30여분을 더 걸어서 수령봉 어깨에 몸을 기댄다. 태풍의 영향아래 들어 비가 잔뜩 올 것이라는 예보는 틀렸나 보다. 구름이 산허리를 감고 있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눈 아래 위치한 수령봉에 다다르자. 구름의 밭이 발 밑으로 쫙 펼쳐진다. 이 높은 곳에도 고추잠자리떼가 몰려 마치 여름 모기마냥 윙윙 거리며 하늘을 수 놓는다. 잠시 쉰 후 오르막이 아닌 능선을 타고 서서히 걸음을 재촉한다.
#그림4중앙#
여기서부터 삼봉산까지는 내리 억새능선이다. 조망이 좋으면 왼쪽으로는 임도가 오른쪽으로는 산 아래에 보석처럼 박혀있는 마을들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신들의 산책’처럼 여전히 우리는 구름위를 걷고 있다.
오전 10시 덕유삼봉산 도착. 축축한 날씨탓에 어디 몸 편히 앉을 곳도 없지만, 일단 정상에 올라왔다는 안도감에 모두 털썩 주저 앉고 본다. 전남도와 전북도, 경남도의 경계라는 뜻의 삼도봉. 전국에 여러 곳의 삼도봉이라는 지명이 있지만, 이곳이 제대로 된 삼도봉 이라는 말이 언뜻 귀를 스친다.
#그림5중앙#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 내리막이 이어지며 싸리밭과 억새산죽을 통과한다.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 등산로는 우측아래로 내려가며 묘지를 지나고 가파르게 내리쏟아진다.
여기서부터 가파른 계곡을 탄다. 경사가 가히 아래로 60도는 될 듯한 계곡은 지난 산사태로 인해 이곳저곳 파헤쳐진 나무와 흘러내린 흙덩이들이 대원들의 산행을 위태롭게 만든다. 더구나 비온 뒤 진흙밭 같은 길은 아무리 성능 좋은 등산화라도 쉽게 미끄러뜨리고 만다. 엉덩방아를 찧은 대원이 속출하고 급격한 경사에 무릎에 힘이 가해오자 오르막이 차라리 낫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그림6중앙#
삼도봉은 너무나 높았던 탓일까 내려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계곡길이 계속된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멀어지며 대원들의 걱정도 높아간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곧 비를 뿌릴 것 같기 때문이다. 계곡산행 중 비를 만나면 100% 조난이나 다름없는데….
오전 11시50분 하늘이 도왔는지 계곡을 다 타고 마을에 들어설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계곡의 끝에 들어서자 배추밭이 펼쳐져 있다. 이 지점에서 백두대간의 산길은 잠시 ‘멈춤’이다. 마을을 지나 다시 소사고개쪽으로 임도를 타고 가야한다. 시큰거리는 무릎을 손으로 눌러가며 시멘트길을 지나가자 농가에서 개짓는 소리가 요란하다. 백두대간길은 밭을 건너 40여m 거리에서 마을로 들어서야 한다. 괜히 산을 다시 올랐다간 엉뚱한 길로 들어서고 만다.
마을에서 정확한 백두대간길을 묻고 임도를 쭉 따라 소사고개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농활을 온 대학생들이 저 멀리 가고 있다. 평지를 걷는 대원들의 얼굴엔 비로소 약간이나마 여유가 보인다.
#그림7중앙#
원래 소사고개를 들어서는 마을사이로 백두대간은 그 길을 이어왔다고 하나 지금은 임도가 뚫리고 마을이 널찍하게 들어서며 그 명맥이 잠시 끊겼다고 한다.
오후 1시 늦은 점심식사를 한 대원들은 일정보다 늦은 시간을 재촉하느라 일찍 일어선다. 삼나무길을 뒤로하고 개간지를 지나 소사고개를 들어설 무렵, 대원들은 또 한번 헤매야 했다. 산 중턱으로 올라서는 진입로를 찾을 수 없었던 것. 일단 막무가내로 산에 올라서기로 하고, 만만해 보이는 경사로를 암벽등반하듯 올라갔다. 소나무숲을 손으로 쳐가며 20여분 올랐을까. 드디어 빗줄기가 산행을 막는다. 스산하게 산을 적시는 비는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대원들의 발을 꼼짝 못하게 막는다. 10여분 상황을 지켜보던 대장님은 산행 포기를 선언한다. ‘민들레’라는 부드러운 이름과 달리 태풍 이라는 존재는 산행 초보인 대원들에게 큰 짐으로 다가왔다. 결국 소사고개는 다음 취재팀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사진/맹대환 기자 newsing@kjtimes.co.kr
글/임동률 기자 exian@k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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