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기행/백두대간을 가다

[백두대간을 가다] 제7구간 (3) 무주·거창·김천 3도가 한자리에

화이트보스 2009. 1. 24. 16:14

거미줄처럼 얽힌 배추밭·농로 백두대간 훼손
초점산 터줏대감 고추잠자리의‘힘찬 날개짓’
소사마을∼초점산∼삼도봉∼대덕산∼덕산재


 

[백두대간을 가다] 제7구간 (3) 소사마을∼초점산

초점산에서 바로 본 백두대간길은 끝없이 펼쳐진 배추밭과 거미줄처럼 얽힌 도로들로 훼손, 아쉬운 마음이 절로 든다.

 

지루한 장마로 중단된 백두대간 12번째 구간인 빼재∼삼봉산∼초점산∼대덕산∼덕산재 완전정복을 위해 광주타임스 산악대원들이 7월 10일 오전 7시 회사앞에 집결했다.

지난주 갑작스레 쏟아진 폭우로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기에 대원들은 “남은 구간을 멋있게 오르자”는 굳은 다짐을 했다.

#그림1중앙#

오전 9시 30분 삼봉산 아래 자리잡은 소사마을(거창군 고제면 붕계리)에 도착했다.

소사마을은 소사재 능선상에 형성된 마을이다. 소사재에는 경남 거창과 전북 무주를 연결하는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오전 9시 37분 등산객들이 설치한 산악용 리본을 따라 초점산을 향해 출발한다.

이 구간에서 백두대간은 때때로 밭 한 가운데를 지나가기도 한다. 농민들이 어린 배추묘를 손질하느라 분주하다. 고랭지 채소재배는 강원도에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하는 것을 보니 조금은 뜻밖이다.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산을 개간해 밭으로 만들고 곳곳에 도로를 내면서 백두대간길은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배추밭과 거미줄처럼 이어진 도로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쉬운 맘이 절로 든다.

1시간 가까이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급해 숨이 차오른다.

#그림2중앙#

오전 10시 55분 삼봉산이 잘보이는 잔디 쉼터에 도착했다. 시원한 물한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발길을 재촉한다.

오전 11시 20분. 드디어 초점산(1248m)정상이다.

수많은 고추잠자리들이 힘찬 날개짓으로 대원들을 환영한다.

초점산에 오르고 나서야 이 산을 삼도봉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초점산은 전북 무주와 경남 거창, 경북 김천의 경계가 만나는 지점인 것이다.

장난삼아 각도 마다 발을 디뎌본다.

#그림3중앙#

덕유산맥이 이젠 제법 멀리 보인다. 대덕산이 코앞에 서있다. 비탈을 내려갔다가 올라가면 대덕산이다.

지금부터는 경남땅을 뒤로 하고 왼발로는 전북땅 오른발로는 경북땅을 번갈아 밟으면서 간다. 산비탈에는 수만평 규모의 싸리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다. 보라색 싸리꽃이 대원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북동쪽으로 올라오던 길이 북서로 크게 꺽이며 심한 잡목에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뚝 떨어졌다가는 다시 또 긴 오르막이 나타난다. 삼도봉에서 대덕산 앞봉까지는 꼬박 30분이 걸린다. 여기서부터 잡목도 없고 억새만 있다. 소사고개에선 대간이 지금 지나온 봉우리로 오르는 것인지 막바로 이봉에 오르는 것이지 언뜻 보아선 확인이 되지 않는다. 12시 30분. 허기를 달래줄 맛있는 도시락을 꺼내먹었다. 싱싱한 고추와 오이를 된장에 찍어 먹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이번 구간은 산행구간이 짧아 여유있게 점심시간을 보냈다.

한여름이라 그런지 어른키만한 잡목과 수풀들이 등산로를 위협하고 있다.

#그림4중앙#

오후 1시 30분 대덕산(1290m) 정상.

정상에는 헬기장을 닦아 놓았다. 전망이 매우 좋아 이리저리 거닐면서 경치를 감상했다. 백두대간은 덕산재를 넘어서 북쪽으로 끝없이 달려간다. 표지판에는 853m봉까지 6.5km라고 써 있다.

대덕산을 내려오다 보니 중턱쯤에 샘터 두어 군데가 있다. 바가지도 놓여 있어 산길나그네가 목이 마를 때 떠서 마실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마지막 샘터에서 조금 더 내려오니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타난다. 수량도 풍부하다.

시원한 계곡물에 ‘첨벙’ 하고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오후 2시 30분 덕산재(640m)에 도착했다. 덕산재는 무풍에서 김천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정상에는 폐업을 한 주유소가 덩그러니 앉아 있다.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 진부령에서 출발한지 40여일이 지났다는 한 산악인을 만났다.

구릿빛 얼굴에 탄탄한 근육, 길게 자란 수염.

진짜 산에 사는 산사람 같은 사람이다.“산이 좋아 산을 탄다”고 인사를 건낸 그는 밥과 된장국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고 했다. “대단하다”는 말이 입가에 맴돈다.

광주로 돌아오는 길에 무주의 한 슈퍼마켓에 들려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킨다.

가슴속같이 시원해지는 이 느낌. 일주일의 스트레스가 바람이 돼 날아간다.





/글 서인주 기자 justice@kjtimes.co.k